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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지방 재정위기로 현실화되는 경기침체의 그늘

경인일보 발행일 2019-08-14 제23면

삼성전자 사업장이 들어선 경기도내 주요 도시에 재정위기 경고등이 켜졌다. 삼성전자의 실적 부진 때문이다. 올해 실적 부진에 따라 삼성이 내년에 이들 도시에 납부할 법인세가 확 줄어들 것이 확실해졌다. 삼성의 반도체 벨트에 걸친 수원, 용인, 화성, 평택시는 울상이다. 각 지자체의 내년도 지방소득세 예측 결과를 보면 그야말로 처참하다.

삼성이 화성시에 올해 납부한 지방소득세는 3천292억원이다. 그런데 내년에는 2천366억원이 줄어든 926억원에 불과하다. 수원시도 올해 2천844억원에서 2천44억원이 줄어 800억원 수준으로 떨어진다. 용인시는 1천291억원에서 925억원 감소한 366억원으로, 평택시는 916억원에서 659억원이 사라진 257억원으로 추산했다. 네 도시 모두 전체 법인세분 지방소득세 중 삼성이 차지하는 비율이 절반 이상이거나 가깝다. 화성시는 전체 법인세 중 삼성 납부액이 66%에 달한다. 삼성 세금이 줄면 재정이 무너질 구조다.

삼성의 반도체 불패 신화에 힘입어 가만히 앉아 늘어나는 세수를 즐겼던 네 도시들은 '긴축재정'으로 대응하느라 노심초사다. 수원시는 대표축제인 화성문화제의 격년제 개편까지 검토한 것으로 알려졌다. 행안부가 폐지한 도세의 특례배분을 다시 살려달라고 조를 태세다. 화성시는 아예 삼성전자 매출 향상을 위한 지원대책을 발표했다. 하지만 언발에 오줌 누기고 기초단체가 감당할 일이 아니다.

삼성 법인세 충격은 경기도 네 도시에 국한할 수 없는 문제다. 조선, 가전, 자동차 등 전통 제조산업의 쇠퇴로 구미, 창원, 거제, 군산 등 지방에서 속출한 한국판 러스트벨트 현상이 수도권 반도체 벨트에서도 현실화될 수 있다는 점에서 한국 경제 전체의 문제로 인식해야 한다. 특히 삼성, SK 등 한국경제의 버팀목인 글로벌 반도체 기업들이 창사 이래 최대의 위기에 직면해 있다. 일본의 소재 수출제한이 한국 반도체 기업의 미래 경쟁력 제거를 목표로 하고 있다면 위기는 장기화할 수 있다.



정부는 작은 징조에서 위기의 본질을 파악해야 한다. 한국경제의 대들보인 반도체산업의 위기가 지방도시의 재정위기로 현실화되기 시작한 것은 보다 큰 위기의 전조로 여기고 대응해야 한다. 이를 소홀히 여기면 국가경제 전체의 위기로 확산할 수 있다. 작게는 반도체산업 경쟁력만이라도 보전할 수 있는 특단의 대책을, 크게는 기업규제의 전면적 해체를 검토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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