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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숙인 잠자러 오는 단지, 불안에 잠못드는 주민

김동필 김동필 기자 발행일 2019-08-20 제7면

수원역 주변 아파트 입주민 불편
"물건사러 와" 경비 제지 어려워
지난달 역근처 흉기다툼후 급증
구청 "펜스 설치해 막을 것" 해명

"(노숙인들이) 주거의 자유가 있다고 목소리를 높이며 위협하면 어쩔 수 없어요."

수원역 인근 D아파트관리사무소 한 관계자는 노숙인 얘기에 강한 반발감을 표했다.

"노숙인들은 지속적으로 단지 내로 들어오고 있고, 입주민들은 관리사무소에 민원을 넣고, 우리만 중간에서 난감하다"며 하소연이다. 경비원들이 제지하려 해도 단지 내 마트에 물건을 사러왔다고 하면 어쩔 도리가 없다고 한다.

관리사무소 관계자는 "수원시나 권선구청, 수원도시공사, 롯데몰, 애경, 경찰 등에 하소연을 해도 그때만 잠시 잠잠할 뿐 같은 일이 반복된다"고 토로했다.



인근 주민 김모(45)씨는 '두렵다'고까지 말했다. 김씨는 "수원역사 부근이 정리된 뒤 전부 여기로 와 자기 집인양 생활하고 있는데, 밤에 노숙인들이 모여 술을 마시고 있으면 너무 무섭다"며 "초등학교 통학로에서 웃통을 벗고 잠자는가 하면, 술을 마시며 삼겹살을 구워 먹고 옆에선 노상방뇨를 하더라"고 말했다.

수원시 권선구 평동·서둔동 일대 주민들이 노숙인으로 인해 불편을 호소하고 있다. 주민들은 몇 주 전부터 노숙인들이 급격하게 늘었다고 입을 모았다. 많아야 10명 내외였던 노숙인들이 점점 불더니 40~50명 규모로 늘었다는 것이다.

수원역사에 있던 노숙인들이 반대쪽으로 넘어온 이유에 대해선 지난달 있었던 노숙인간 흉기 다툼때문으로 추정했다.

지난달 2일 오전 수원역 인근 로데오거리에서는 노숙인 A씨가 잠을 깨웠다는 이유로 깨진 소주병으로 다른 노숙인 B씨의 종아리를 찌르는 사건이 벌어졌다.

사건이 터지자 로데오거리를 비롯한 수원역사 앞에 강한 단속이 있었고, 노숙인들이 이를 피해 수원역 반대편인 환승센터 지하로 몰렸다는 것이다.

노숙인이 자리 잡기 좋은 환경이라는 의견도 나왔다. 시 관계자는 "상대적으로 외진 곳인데다 공사 중이어서 어수선하고, 바람이 잘 통해서 노숙인들이 몰리는 것 같다"고 귀띔했다.

권선구청 등 행정당국은 뾰족한 해결책이 없다는 입장이다.

구청 관계자는 "KCC 몰 앞 공개 공지는 상습 민원지역"이라며 "법적으로 노숙인들을 오지 못하게 할 근거는 없지만, 공사 중인 지역인 만큼 펜스를 쳐 노숙인의 발길을 강제로 막는 방안을 추진 중"이라고 해명했다.

/김동필기자 phiil@kyeong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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