탑가기

[자치단상]막걸리 한 잔, 추억 한 사발, 어떠세요

허인환 발행일 2019-08-27 제23면

재도약 준비하는 막걸리, 동구와 닮아있어
배다리는 인천 대표 '소성주'가 탄생한 곳
추억 깃든 동구 이야기로 내달 28일 '축제'
톡 쏘는 막걸리와 '쉼' 있는 하루 즐겼으면


허인환 인천광역시 동구청장
허인환 인천광역시 동구청장
쌀로 빚어서 만든 희부연 색깔의 우리나라 고유의 '술', 다들 예상하겠지만 우리나라 대표 전통주 '막걸리'의 사전적 의미이다. 막 걸러내어 막걸리라는 이름을 가졌다는 말처럼 순박하지만 '빚는다'는 표현처럼 정성이 들어가는 민속주이다.

술, 주전자를 들고 심부름을 다녀오다 목이 말라 홀짝이다 보면 어느새 얼굴이 붉어지고 다리가 풀렸다는 이야기, 맛있는 냄새가 솔솔 나는 술지게미를 먹다 빙글빙글 도는 하늘을 보게 된 이야기 등 막걸리는 요즘 사람들이 흔히들 마시는 맥주와 와인에서는 느낄 수 없는 추억을 담고 있다.

1960~70년대 전체 주류시장의 80% 점유율을 차지했던 막걸리는 한동안 인기를 잃었지만 현재는 다양한 재료로 빚은 특색 있는 막걸리로 마니아층을 형성하며 다시금 전성기를 맞이하고 있다. 번성했던 과거와 다시금 도약을 준비하는 먹걸리의 모습이 우리 동구와 많이 닮아있어 (동병상련의 마음 때문일까) 나 또한 일상에서 자주 즐기는 주종이기도 하다.



동구는 막걸리와 참으로 어울리는 지역이다. 청일 조계지에서 밀려난 조선인들이 정착하게 된 시점부터 조선인들의 한을 달랬던 탁주 한잔이 어울렸던 장소이자, 광복 이후에는 산업화의 역군들과 부둣가 일꾼들, 퇴근길 주민들이 배다리와 순대골목, 만석부두, 화수부두, 수문통, 닭알탕거리 등 동구 곳곳에서 막걸리 한잔으로 하루의 고단함을 씻어내던 곳이었다. 더불어 배다리는 인천의 대표 막걸리 '소성주'가 탄생한 곳이기도 하다.

막걸리의 전성기와 동구가 영화롭던 시기는 때를 같이했다는 생각이 든다. 인천 사람들이 전부 모인 것처럼 발 디딜 곳 없던 현대, 송현, 중앙, 송현자유시장(소위 양키시장)과 인천 시민들의 애환을 달래며 문화의 전당 역할을 하던 미림, 문화, 인천, 오성, 현대 극장, '인천 돈의 절반이 모이는 곳'이라던 화수, 만석부두까지, 잊히기에는 인천에서 동구의 위상과 역사는 아직까지 유효하다고 생각한다.

막걸리는 다른 이름으로 '농주(農酒)'라고도 불린다. 품앗이의 주인이 된 이가 식사와 함께 막걸리를 대접하며 일꾼들의 땀과 갈증을 씻어주고 힘을 돋워줬다고 한다. 아직까지 때가 되면 어르신들께 어려운 이웃에게 식사를 대접하는 곳, 막걸리는 이웃과의 정이 넘치는 동구의 분위기와 참 잘 어울린다.

이처럼 추억이 깃든 동구의 이야기를 담아 오는 9월 28일 동인천역북광장에서 막걸리페스티벌 개최를 준비하고 있다. 동구 예술인들이 함께하는 동구문화예술한마당도 진행해 가족들과 손을 맞잡고 전국 각 지역의 막걸리를 맛보고, 흥겨운 공연도 즐기며 친구들과 오랜만에 옛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오감만족의 시간이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하나 더, 축제가 진행되는 동인천역북광장 인근에는 동구와 인천의 역사와 이야기를 간직한 뜻깊은 장소들이 즐비해 있다. 송현시장을 지나 10분 정도 언덕길을 올라가면 1960~70년대 사람들의 실생활을 한눈에 볼 수 있는 수도국산달동네 박물관과 놀이체험관, 인천의 상수도 시대를 연 1908년에 건립된 송현배수지 제수변실을 만날 수 있다.

또한 도원역 방면으로 10분만 걸어가면 배다리 헌책방거리와 인천 3·1운동의 발상지 창영초교, 전국 최초 사립학교 영화초교, 시 지정 문화재인 인천기독교사회복지관, 최초의 성냥공장인 조선인촌주식회사 자리에 생긴 배다리 성냥마을 박물관이 있어 아이들에게는 살아있는 박물관을 중장년층에게는 옛향수를 불러일으키는 좋은 기회가 될 것이다.

무더운 여름을 뚫고 맞는 수확의 계절, 가을바람이 신선하게 불어오는 그 날, 풍요로운 마음으로 톡 쏘는 막걸리, 풍성한 볼거리, 먹거리와 함께 잠시 쉼이 있는 하루를 즐겨보길 바란다.

/허인환 인천광역시 동구청장


# 키워드

경인 WIDE

디지털스페셜

디지털 스페셜

동영상·데이터 시각화 중심의 색다른 뉴스

더 많은 경기·인천 소식이 궁금하다면?

SNS에서도 경인일보를 만나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