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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인칼럼]근대문화유산과 식민잔재의 딜레마

김창수 발행일 2019-09-04 제23면

인천 중구청 앞 조형물 일본풍 비판에 철거
개항장 근대문화유산 '모순' 논란거리 첨예
동서양 문화공존 가치·일제 식민수탈 아픔
당국, 개항의 의미 진지하게 재성찰 급선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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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창수 인천연구원 부원장
인천 중구청 앞 일본풍 조형물이 철거됐다. 인천 중구청 앞 인도에 세워진 일본 복고양이(마네키네코) 조형물 한 쌍과 인력거 동상에 대한 적절성 논란이 커지자 구청이 철거한 것이다. 이 조형물들은 중구청이 개항장 거리를 장식하는 소품으로 설치할 때부터 개항장 일대를 지나치게 일본풍으로 치장했다는 비판이 제기되었다. 또 조선 청년의 인력거 노역을 관광기념용으로 사용하는 것이 부적절하다는 지적이 높았으며 최근에는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도 민원으로 올랐다.

제국주의 침략을 당한 한국의 근대문화유산은 그 자체로 논란거리이다. 문화유산이란 역사와 문화의 발전에 현저하게 기여한 유산이며, 중요한 시기의 역사적 변화를 이해할 수 있는 유산을 말한다. 문화유산 가운데 일제강점기나 냉전시대와 관련되는 근대문화유산은 첨예한 논란의 대상이 된다. 일제강점기의 유산이나 유물을 근본적으로 부정하는 관점도 있다. 식민지 시대에 만들어졌다 해도 일제의 식민통치와 직접 관계되지 않은 유산이나 유물까지 수탈의 잔재나 치욕스런 과거로 치부하는 것은 성급한 판단이거나 패배주의적 역사의식의 소산이다. 이런 논리라면 식민지 근대를 경과하면서 형성된 일체의 문화, 그 시대를 겪으며 형성된 주체인 우리의 정신까지 모두 부정하는 결과를 낳게 된다. 이 같은 주장이 근대문화유산의 문화재 지정으로 재산권을 침해받을 것을 우려하는 주민들에 문화재 지정 해제나 철거 요구의 행동으로 나타나기도 한다.

한편 "아픈 과거도 역사의 한 부분"이라는 보존론도 일면적이기는 마찬가지이다. 유태인 학살의 아우슈비츠나 히로시마 원폭 현장과 같은 부정적인 유산도 보존의 대상이 된다. 그러나 해방 70년이 지난 지금까지 일제 잔재를 제대로 청산하지 못하고 있으며, 일본은 강제 징용, 일본군 위안부 등의 전쟁범죄에 대한 사죄나 배상을 하고 있지 않으며 독도영유권을 둘러싼 한일간의 갈등도 깊다. 일제강점기의 역사유산의 경우 역사적 맥락을 제대로 밝혀야 한다. 오직 막연한 향수나 과거지향적 동경으로 역사 문화 자원을 활용하다가는 식민지배와 침탈의 역사를 합리화하거나 미화하는 식민사관으로 기울기 십상이다.

인천시는 문화지구로 지정되어 있는 개항장의 문화유산을 보존 활용하는 기본 방향을 다시 설정해야 될 것으로 보인다. 한국의 개항은 모순적이다. 개항으로부터 근대가 시작되었지만 개항 이후 일본의 식민지로 전락했다는 점을 유념해야 한다. 개항장에서 보존해야 할 것이 무엇인지, 보존된 유산에서 되새겨야 할 역사적 교훈이 무엇인지를 따지지 않는다면, 개항장은 싸구려 세트장처럼 훼손되거나 식민지를 미화하는 공간으로 전락하여, 관광 활성화는 고사하고 국민들로부터 외면당하는 곳이 되고 말 것이다. 중구청이 예산을 들여 복원해놓은 일본인 거리도 여전히 논란거리이다. 일본인 거리는 기존의 콘크리트나 벽돌조 건축물에다 일본 상가건물의 목조기둥과 지붕 모양만 붙여놓은 모조 일본건축물이기 때문이다. 영화 세트장과 같은 외형 복원이 한때의 눈요깃거리는 될지 모르나 지속가능한 관광상품이 되기는 어렵다.

개항문화도시를 표방하고 있는 중구청의 급선무는 개항의 의미를 진지하게 재성찰하는 일이다. 개항장 제물포에 일본인과 중국인을 비롯한 서양인들이 조계지를 형성하여 거주한 것은 역사적 사실이다. 한국과 중국, 일본을 비롯한 미국과 서양의 여러 나라 문화가 공존했던 장소로서 가치가 있다. 그러나 개항장은 서구열강을 비롯한 제국주의의 패권 쟁탈장이었으며, 1905년 이후의 인천은 러일전쟁에 승리한 일본이 조선을 식민지화하는 교두보이자 수탈의 관문이 되었으며, 당시 인천이 일본인이 지배하는 도시로 바뀐 것을 두고 조선 안의 작은 일본, '해외의 소일본(小日本)'으로까지 불렀던 아픈 역사의 현장이었다는 사실을 망각하지 말아야 한다.

/김창수 인천연구원 부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