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인일보 뉴스홈

정치

강경파 볼턴 퇴장, 대북정책 여파 크지는 않을 듯…후임에 촉각

연합뉴스 입력 2019-09-11 09:46:01

한때 '빅딜' 존재감 보이다 트럼프에 공개반박 당해 대북정책서 사실상 배제
이란 등 여타 현안서도 볼턴 입지축소 기정사실화…후임 하마평에 비건도 물망

존 볼턴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의 전격적 퇴장으로 가장 관심이 쏠리는 것은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대북정책에 미칠 여파다.

최근 들어 '슈퍼 매파' 볼턴 보좌관이 대북정책에 미치는 영향력이 제한적이었던 만큼 당장은 큰 영향이 있지는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는 가운데 누가 후임을 맡게 될지에 이목이 쏠리고 있다.

볼턴 보좌관은 북한이 자발적으로 핵을 포기하지 않을 것이라는 신념 하에 트럼프 행정부 내에서 대북 강경론을 주도하던 인물이다. 그는 지난해 싱가포르 북미정상회담을 앞두고 '리비아 모델'을 공개적으로 언급하며 대북 압박의 최전선에 섰다.

'선(先) 핵폐기·후(後) 보상'으로 대표되는 리비아 모델은 국가원수인 무아마르 카다피의 몰락으로 이어진 탓에 북한이 맹렬하게 반대해온 방식인데, 볼턴 보좌관이 이를 알면서도 공개 언급을 서슴지 않은 것이다.

트럼프 행정부의 대북정책과 관련해 볼턴 보좌관의 존재감이 두드러졌던 건 지난 2월 베트남 하노이 북미정상회담 결렬 이후다.

그는 당시 여러 언론 인터뷰를 통해 일괄타결식 '빅딜'을 내세우며 북미 간 협상 여지 축소를 시도했다. 북한에서도 볼턴 보좌관과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을 하노이 회담 결렬의 결정적 요인으로 보고 '표적 비난'했다.

그러나 재선을 위해서라도 북미 협상 동력 유지가 유리하다는 트럼프 대통령의 판단 속에 볼턴 보좌관의 대북정책 입지는 점차 축소됐다. 북한의 5월 단거리 미사일 발사에 대해 유엔 제재 위반이라고 비난했다가 트럼프 대통령에게 공개 반박당하는 일까지 있었다.

이에 따라 볼턴 보좌관의 퇴장이 당장 트럼프 행정부의 대북정책에 변화 요인이 될 것이라고 보기는 힘들다는 관측이 나온다.

그렇다고 해서 볼턴 보좌관의 공백이 대북 접근의 유연성으로 이어질 것으로 예상하기도 어렵다는 게 중론이다.

이달 하순 미국과 만날 용의가 있다는 최선희 북한 외무성 제1부상의 담화에 따라 이르면 이달 중 북미 실무협상이 재개될 것으로 예상되는 상황에서 '새 계산법'을 내놓으라는 북한과 '모든 것을 올려놓고 얘기하자'는 미국 사이에 팽팽한 줄다리기가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일단 찰스 쿠퍼먼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부보좌관이 국가안보보좌관 대행을 맡은 가운데 후임이 누가 올지에 따라 북미 협상에도 일정 부분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지난해 3월 볼턴 보좌관이 발탁될 때 함께 유력하게 거론됐던 스티븐 비건 국무부 대북특별대표가 또다시 하마평에 오를지도 관심이다. 그러나 비건 대표가 당장 북한과의 실무협상 재개라는 현안을 안고 있어 자리 이동에 부담이 있을 것이란 관측도 있다.

볼턴 보좌관은 이란과 베네수엘라 등 대외현안에 있어서도 강경한 입장을 견지해왔으나 최근 들어서는 대북정책 이외의 이슈에서도 입김이 줄어들고 있다는 게 일반적 평가였다.

폼페이오 장관은 이날 백악관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새 행정명령에 대한 브리핑을 하다가 볼턴 보좌관 경질에 대한 질문을 받고 "세계의 어떤 지도자도 우리 중 누군가가 떠난다고 해서 트럼프 대통령의 외교정책이 바뀔 거라고 추정하지 않아야 한다"고 말했다.

국가안보보좌관은 정부 부처와의 협의 및 조율을 거쳐 대통령에게 정책 조언을 내놓는 자리인데 그간 볼턴 보좌관은 부처 간 조율보다는 직접 트럼프 대통령에게 개인적 신념에 따른 조언을 하는 쪽을 선호해왔다는 게 미 언론들의 보도다.

볼턴 보좌관은 미국의 주권과 안보에 위협이 된다고 생각하는 국제적 합의들을 파기하는 데 주안점을 둬 왔고 이런 측면에서 미국우선주의를 내세우는 트럼프 대통령과 뜻이 맞았다.

볼턴 보좌관은 2007년 펴낸 회고록에서 국무부에서 일하던 시절 국제형사재판소 불참을 결정했던 일을 거론하며 "가장 행복했던 순간이며 크리스마스를 맞은 어린아이 같은 기분이었다"고 쓰기도 했다. /워싱턴=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