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슈퍼매파 볼턴의 1년6개월…안보 투톱서 결국 '트윗 해고' 추락

연합뉴스 입력 2019-09-11 09:44:51

초강경 노선 고수하다 파열음 커진 끝에 트럼프와 결별
反트럼프 전선 돌아서 저격수 대열 동참할지도 주목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을 보좌하며 백악관 안보 사령탑으로 일한 존 볼턴 국가안보보좌관이 1년6개월 만에 불명예 퇴진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10일(현지시간) 트위터에 글을 올려 볼턴의 퇴진을 공개리에 알렸다. 그가 빈번히 사용한 '트윗 해고' 통보가 이번에는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과 함께 외교·안보 '투톱'으로 꼽혔던 볼턴에게 적용됐다.

'슈퍼매파'로 불리며 북한과 이란, 베네수엘라 등 긴장 관계인 국가를 상대로 한 대외정책에서 초강경 노선을 고수해온 볼턴은 트럼프 취임 14개월 만에 세 번째 국가안보보좌관으로 발탁됐다.

예일대와 같은 대학 로스쿨을 졸업한 볼턴은 조지 W. 부시 행정부에서 국무부 차관을 지내고 2005년 8월부터 2006년 12월까지 유엔대사로 일했다.

이후 보수 성향 폭스뉴스 해설자로 활동하다 백악관에 합류한 볼턴은 정부의 강경 기류를 주도했다.

북한 문제와 관련, 그는 북미 협상이 교착되거나 북한의 미사일 발사로 긴장이 형성되는 등 대치 국면 때마다 북한의 비핵화 결단을 압박하며 '악역'을 맡았다.

이것이 트럼프 행정부 내의 '굿캅(온건한 경찰)·배드캅(거친 경찰)'으로 대변되는 역할분담론에 따른 것인지 의견 충돌인지를 놓고 숱한 관측이 나왔다.

북한은 그를 '호전광', '안보파괴 보좌관'이라고 비난하며 눈엣가시처럼 여겨왔다.

결과적으로 볼턴의 강경 노선은 트럼프 대통령에게도 부담이 됐던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 대통령은 트윗에서 "행정부에 있는 다른 사람들이 그랬듯, 나는 그의 많은 제안에 대해 강하게 의견을 달리했다"며 '의견 충돌'을 경질 배경으로 제시했다.

행정부에서 볼턴의 파열음은 적지 않게 목격됐고 최근 더 두드러졌다.

5월 말 트럼프의 일본 국빈방문 당시 북한의 두 차례 미사일 발사와 관련, 볼턴은 "유엔 안보리 결의 위반"이라고 성토했지만, 트럼프는 '개의치 않는다'며 '공개 면박'을 줬다.

또 6월 말 트럼프 대통령 방한을 수행 중이던 볼턴은 트럼프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판문점 회동' 당시 현장 대신 몽골로 향해 '패싱 논란'이 불거졌다.

7월에는 '트럼프 행정부 내에서 핵 동결에 초점을 맞춘 협상안이 검토되고 있다'는 뉴욕타임스(NYT) 보도에 볼턴이 "NSC 내에서 논의된 적도 들어본 적도 없다"며 격하게 반응했지만, 이는 오히려 그가 대북 의사 결정에서 배제된 것 아니냐는 관측을 낳았다.

이 밖에도 볼턴은 베네수엘라, 이란에 대한 대응에서도 초강경 노선을 주도하다 트럼프의 불만을 샀다고 미 언론이 보도하며 입지 위축설은 더 부각됐다.

최근에는 아프가니스탄 철군 문제를 논의하기 위한 회의에 '호출'을 받지 못했다가 뒤늦게 합류했다는 보도가 나왔다.

CNN 방송은 볼턴을 조명한 기사에서 '트럼프 대통령에게 '전쟁을 속삭이는 자'라고 부르기도 했다.

볼턴은 이처럼 초강경 노선을 고수하다가 정부에서 고립되면서 결별 수순에 이른 것으로 보인다.

그는 폼페이오 장관과 최근에는 공식 회의가 아니면 거의 말도 하지 않을 정도로 관계가 악화했다는 보도도 나왔다.

WP는 볼턴의 경질을 전하며 "트럼프는 자주 볼턴을 전쟁광이라고 조롱했다"고 전·현직 고위 관리들이 말했다고 전했다.

볼턴이 불협화음 속에 경질됐지만, 한편으로는 그의 축출로 트럼프 행정부에서 '견제와 균형'의 무게 추가 더 흔들릴 가능성도 있어 보인다.

'어른들의 축'으로 불리며 충동적인 대통령에게 견제와 균형의 역할을 했던 렉스 틸러슨 전 국무장관, 제임스 매티스 전 국방장관, 존 켈리 전 백악관 비서실장, 허버트 맥매스터 전 국가안보보좌관 등은 이미 자의 또는 타의에 의해 트럼프의 곁을 떠났다.

볼턴이 이들과 같은 역할로 불린 건 아니지만 어쨌건 기업가 출신으로 외교·안보에 대한 인식이 부족한 트럼프에게 볼턴은 일종의 견제 장치 역할을 해왔다.

NYT는 트럼프의 '순진한 외교'에 대해 볼턴이 견제 역할을 해야 했고, 그는 외교 문제에 사전 경험이 없는 대통령이 교활한 적들에게 대가를 치르는 것을 막은 현실주의자였다고 평했다.

한편 이번 경질 발표는 개운치 않은 뒷맛을 남겨 향후 볼턴의 행보에 관심이 쏠린다.

볼턴은 WP에 보낸 문자 메시지에서 "내가 사임한 것이다. 지난밤에 그렇게 하겠다고 했다"고 주장했다. 그는 NYT에도 사임은 자신의 계획에 따른 것이라는 문자를 보냈다.

이는 "나는 지난밤 존 볼턴에게 그가 일하는 것이 백악관에서 더는 필요하지 않다고 알렸다"는 트럼프의 트윗을 반박하는 것으로 읽힌다.

볼턴은 또 "나는 적절한 때에 발언권을 가질 것", "나의 유일한 염려는 미국의 국가 안보"라고 말해 트럼프의 안보 노선에 우려를 표하면서 적절한 시기에 입을 뗄 수 있다는 뜻을 내비쳤다.

앞서 경질된 많은 트럼프 행정부 인사가 '반(反)트럼프' 전선으로 돌아서 '저격수'로 활동하는 상황에서 볼턴도 이 대열에 동참할지 주목된다. /워싱턴=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