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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공감]첫 회부터 올해 19회까지 '인천바로알기종주단' 이끄는 이동열 단장

공승배 공승배 기자 발행일 2019-09-18 제15면

"두 발로 고향 곳곳 누비며 '인천'에 자부심 느끼길 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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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지역 학생들이 인천 곳곳을 누비는 인천바로알기종주단이 내년 20회를 맞는다. 이동열(64) 단장은 1회부터 지금까지 종주단을 이끌고 있다. 이동열 단장이 올해 종주를 진행한 서해5도 코스를 가리키고 있다.

동료들과 청량산~마니산 도보여행 계기 2000년 청소년 종주 본격화
초기 예산난에 비 오면 물바다 '열악' 한때 중단… 시민 관심에 재개
참여자들 성인돼 찾아오면 '멘토'로 활용 학생과 소통 '선순환' 이어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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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소년들이 인천 곳곳을 걸으며 인천이 고향이라는 사실에 자부심을 느끼길 바라는 마음입니다."

지난달, 60여명의 인천지역 중·고등학생들이 6박 7일간 서해5도인 백령도와 대청도를 두 발로 누볐다.

 

무더운 여름 이들이 걸은 거리는 100㎞가 넘는다. 

 

이들은 인천바로알기종주단 단원들이다. 이름 그대로 '인천을 바로 알자'는 취지에서 시작된 인천바로알기종주단은 매년 여름 100㎞가 넘는 인천지역 곳곳을 걷는다. 올해로 19회를 맞았다. 

 

지금까지 종주단을 거쳐간 학생만 약 2천명. 이동열(64) 인천바로알기종주단장은 1회 때부터 이들과 모든 여정을 함께 하며 종주단을 직접 이끌고 있다.

■ 인천바로알기종주단의 시작


이동열 단장이 처음 종주단을 시작한 건 1999년이다. 

 

21세기의 시작을 앞둔 이 단장은 2000년의 시작을 강화도 마니산 정상에서 맞고자 했다. 새로운 출발을 다짐하자는 마음에서였다. 

 

이 단장은 차량이 아니라 도보를 택했다. 마니산을 목표로 14명의 동료들과 함께 연수구 청량산부터 걷기 시작했다. 

 

청량산~남동구 만월산~부평구 원적산~계양구 계양산~강화대교를 거쳐 3박 4일의 종주 끝에 2000년 1월 1일 마니산 참성단에 올랐다. 

 

이 여정이 인천바로알기종주단의 시작이 됐다. 이동열 단장은 "처음부터 종주단을 만들 목적은 아니었지만, 계속 걸으면서 인천에 대해 많은 생각을 하게 됐다"며 "요즘 청소년들은 인천에 살더라도 주로 사는 지역에 대해서만 알게 되는데, 이들에게 인천의 여러 길을 보여주고 인천에 대해 알게 하고 싶다는 생각이 가장 컸다"고 말했다.



이 단장은 이듬해부터 본격적으로 청소년들을 모집해 인천 종주를 시작했다. 처음부터 100명이 넘는 참여 인원이 몰리는 등 관심이 뜨거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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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종주단을 매년 이끄는 게 쉽지만은 않았다. 

 

부족한 예산으로 100여 명의 인원을 이끌기에는 열악한 환경으로 인한 안전 등의 문제가 우려됐다. 종주는 2003년 한 차례 중단됐다. 

 

이때 이동열 단장은 단원들로부터 '왜 올해는 종주를 하지 않느냐'는 불만 섞인 목소리를 듣고 시민들의 관심을 실감했다고 한다. 

 

결국 그는 이듬해부터 다시 종주를 시작했고, 종주는 지금까지 매년 이어져 오고 있다. 현재까지 인천 종주가 진행되지 않은 해는 2003년이 유일하다. 2006년부터는 인천시의 지원을 받고 있다.

이동열 단장은 "초기에는 예산이 넉넉지 않다 보니 맨바닥에 은박지만 깔고 자기도 하고, 비가 오면 물바다가 되기도 하는 등 안전에 대한 위험이 컸다"면서도 "처음부터 함께 했던 이들을 실망시키지 않는 건 종주를 이어가는 것뿐이라는 생각에서 다시 종주를 시작했다"고 했다.

인천바로알기종주단의 참가 대상은 중·고등학생이지만, 종주에 참여했던 학생들은 성인이 된 뒤에도 종주에 참가하고 싶어 했다. 2009년, 이 단장은 이들을 참가자들의 '멘토'로 활용하기 시작했다. 

 

이들의 경험을 활용하고 참가자들과의 소통을 담당하는 역할을 부여했다. 이 멘토링 체제는 지금까지 유지되고 있다. 

 

이동열 단장은 "초기에는 산악회 동료들과 함께 종주단을 이끌었는데, 아무래도 세대 차이가 있다 보니 학생들과의 소통에 어려움이 있었다"며 "종주에 참여했던 학생들을 활용하니 '극기훈련'이 아닌 '여행'이라는 느낌이 들기 시작했고, 참가자가 다시 멘토로 종주에 참여하는 선순환이 시작됐다"고 했다.

내년은 인천바로알기종주단이 20회를 맞는다. 종주 10회를 맞아 20여명의 대원들과 네팔 히말라야 랑탕 지역을 찾아 해발 약 5천800m의 '나야캉가봉'을 올랐던 것처럼 20회 역시 특별한 종주를 계획하고 있다. '걸어서 평양까지'라는 주제의 북한 종주다.

통일 주역들 교류 '강화~개성~평양 여정' 변수 많지만 꾸준히 추진
현지 환경 지키며 역내 소비 '공정여행' 가치 살린 섬 활성화도 필요

■ '걸어서 평양까지' 20회 맞아 특별한 북한 종주 기획


현재 인천시 평화도시조성위원회 위원이기도 한 이동열 단장은 인천과 북한 남포, 평양을 잇는 특별한 종주를 구상하고 있다. 

 

통일의 주역으로 나설 남·북 청년들이 상호 교류를 통해 서로의 문화를 이해하고, 종주를 통해 지속적인 교류의 계기를 마련하겠다는 게 그의 목표다. 

 

남·북 관계의 상황이나 정부의 협조 등 변수가 많지만, 이동열 단장은 내년 여름 북한을 방문하는 것을 목표로 계획을 추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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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단장은 "오래전부터 '걸어서 평양의 빵 공장까지 걸어가 보면 어떨까'라는 막연한 꿈을 갖고 있었다"며 "북한에는 청년 단체가 많다고 하는데, 남·북 청년들이 고려의 역사가 숨 쉬는 강화에서 시작해 개성 왕건릉을 거쳐 평양의 단군릉까지 이어지는 육로를 함께 걷는 화합의 모습을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단장은 구체적인 계획도 마련했다. 29세 미만의 청년을 대상으로 하는 약 50명 규모의 남·북 종주단을 구성하게 된다. 강화 고려궁지를 시작으로 개성공업지구, 개성 시내, 평양 등을 거쳐 인천으로 다시 돌아오는 게 그의 구상이다. 

 

북한 남포와 평양을 잇는 '청년영웅도로'를 남·북 청년들이 함께 걷는 계획도 추진하고 있다. 모든 여정은 도보를 기본으로 하며, 출입국 사무소 등 필요 지역은 차량으로 이동한다.

청년들이 서로 소통할 수 있는 프로그램도 계획했다. 북한 지역의 공원, 광장 등에서 우리나라의 풍물 문화나 K-POP 등 다양한 합동 문화 공연을 펼치는 방안을 기획하고 있다. 남·북 화합의 모습을 그리겠다는 취지다.

또 강화 고려궁지의 흙을 개성 왕건릉에 묻고, 강화 참성단의 흙을 평양 단군릉에 묻는 등 통일을 기원하는 상징적인 퍼포먼스도 펼칠 계획이다. 약 13일간 총 222㎞의 인천, 북한 지역을 함께 걷게 된다.

이동열 단장은 "북한 종주가 성공적으로 이뤄진다면, 단원들이 남·북 화합에 선도적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며 "종주를 계기로 향후에는 우리나라 청소년들의 평양 수학여행, 백두산 답사단 등도 이뤄질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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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섬을 지키는 파수꾼


이동열 단장은 인천 섬에 대한 관심도 크다. 

 

현재 인천 섬 연구 단체인 (사)황해섬네트워크의 이사장 겸 공동 대표를 맡고 있기도 하다. 이와 함께 인천시 도서발전자문위원회 위원직도 맡고 있다.

이 단장은 '공정여행'의 가치를 살려 인천 섬을 활성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공정여행은 현지의 환경을 해치지 않으면서 현지인에게 혜택이 돌아가는 여행 개념이다. 

 

승선비 외의 소비는 모두 섬 내에서 이뤄져야 한다는 게 그의 생각이다. 또 섬 활성화를 위해 각 섬의 시장과 경매장 문화를 다시 살리고, 사라져 가는 나루터, 포구에 대한 연구 작업을 진행하는 계획도 추진하고 있다.

 

이동열 단장은 "20년 동안 인천바로알기종주단을 큰 탈 없이 이끌 수 있게 도와준 여러 분들에게 정말 감사하다"며 "앞으로도 학생들에게 인천을 바로 알리기 위한 노력을 이어가겠다"고 했다. 

 

이어 "섬 원주민과 여행객이 서로 소통, 존중하며 지속 가능한 섬 발전이 이뤄질 수 있도록 하는 데도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글/공승배기자 ksb@kyeongin.com 사진/김용국기자 yong@kyeongin.com

■이동열 단장은?

▲ 1955년 경기 시흥 출생

▲ 인천고등학교, 인하대학교 항공공학과 졸업

▲ 인천바로알기종주단 대표

▲ (사)황해섬네트워크 이사장 겸 공동대표

▲ 인천시 평화도시조성위원

▲ 인천시 도서발전자문위원

▲ (전) 인천 승마협회 이사

▲ (전) 한국산악회 인천지부 부회장

▲ (전) 인천시 배드민턴협회 감사

▲ (전) 대한산악연맹 인천지부 부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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