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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현장르포-돼지열병 연천 농가]농장주 자유롭게 외출… 집배원 소독도 안하고 출입

오연근·김동필 발행일 2019-09-19 제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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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쑥 들어온 외부인, 트럭은 한쪽만 대충… '허술한 방역'-파주에 이어 연천군 한 양돈농가에서도 아프리카돼지열병이 발병한 18일 방역 당국의 허술한 관리 속에 전염병 확산 우려가 커지고 있다. 이날 방역초소를 거치지 않고 발병농가에 접근한 집배원에게 방역관계자가 이야기를 하고 있다. 집배원은 마을을 나설 때에도 방역초소에서 소독을 받지 못했다. /김금보기자 artomate@kyeongin.com

당국 최고 수준 초기진화 공언 불구
민간인 통제도 안돼…'헛구호' 그쳐
또다른 진입로는 늑장 대응 문제도


파주에 이어 연천까지 확진 사례가 나오며 아프리카돼지열병(ASF) 발병 범위가 경기 북부 전역으로 넓어졌다.

질병이 맹위를 떨치자 방역당국은 최고 수준의 방역으로 초기 진화하겠다고 공언했지만, 정작 현장에서는 민간인 통제조차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 상태다.

18일 정오께 돼지열병 확진 판정을 받은 연천군 백학면 양돈농가 앞에 한 대의 자전거가 등장했다. 자전거는 아무런 제지도 받지 않고 유유히 진입로를 빠져나가 전동리 마을회관 쪽으로 사라졌다.

자전거는 2시간 가량이 지난 오후 2시 30분이 돼서야 농가로 돌아왔다. 자전거에 탄 이의 신분을 묻자 "농장주"라고 짧게 답변했다.

확진 판정을 받은 이 농장을 드나든 이는 농장주 뿐만이 아니었다. 이날 정오쯤 우체국 집배원도 같은 진입로를 통해 농장 앞까지 들어갔다. 농장 안까지 들어가진 못했지만, 그 역시 진입로에서 어떤 소독도 제지도 받지 않았다.

처음 돼지열병 확진판정이 나온 지난 17일 오전 6시 30분을 기해 정부는 전국 돼지농장·축산 관련 종사자 및 축산차량의 움직임을 48시간 제한하는 이동중지명령을 발령했다.

이에 따라 19일 오전 6시 30분까지 발생농장의 농장주는 외부 접촉이 금지돼야 함에도 허술한 방역 관리 탓에 자유로운 외출이 가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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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쑥 들어온 외부인, 트럭은 한쪽만 대충… '허술한 방역'-발병농가로 향하는 대형트럭이 차량 한쪽에만 약재를 묻히며 방역초소를 지나고 있다. /김금보기자 artomate@kyeongin.com

문제는 이 뿐만이 아니다. 이날 확인결과, 농장으로 향하는 진입로 외에 남동쪽 방면에 농장 출입이 가능한 또 다른 진입로가 존재했다.

취재가 시작되고 나서야 방역당국은 부랴부랴 대응에 나섰고, "인원 부족으로 진입로를 통제하지 못했다. 이제부터 통제하겠다"고 말했다.

이 같은 상황에 대해 농림축산검역본부 측은 "일어나선 안 되는 상황이 일어났다. 하지만 현장 방역은 경기도의 몫이다. 지자체를 혼내달라"는 해명을 내놨고, 경기도 관계자는 "농장주가 외출을 했다면 바로 옆에 있는 아들 농장으로 가지 않았나 싶다. 밖으로 외출을 하는 일이 어떻게 가능했는지 모르겠다"고 답변했다.

한편, 이날 현장 취재 결과 연천 농장과 파주 농장은 지리적 유사점을 보였다. 연천 농장은 직선거리 600m거리에 사미천이 흘렀고, 파주의 경우 창룡두천과 인접해 있었다. 하천을 끼고 있으면 철새와 같은 조류가 접근할 가능성이 높다.

파주 농장은 멧돼지의 접촉을 막기 위해 울타리를 친 현대적 시설에서 사료업체를 통해 사료를 공급받아 양돈을 해왔기 때문에 직접 접촉에 의한 감염보다는 돼지열병이 걸린 멧돼지를 섭취한 조류에 의해 감염됐을 가능성이 제기돼 왔다.

이날 환경부도 "멧돼지에 의한 돼지열병 감염 가능성은 희박하다"며 직접 접촉 감염 가능성을 일축했다.

/오연근·김동필기자 phiil@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