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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성연쇄살인 용의자' 조사하고도 못잡아… 결국 또 다른 비극

김영래·배재흥 김영래·배재흥 기자 발행일 2019-09-24 제7면

과거 수사본부 거쳐… '부실' 논란
혈액형·신체특징 등 오판 가능성
청주서 '처제살인' 무기징역 수감
여론 의식 경찰 "적정성 추후 분석"


화성연쇄살인사건의 유력한 용의자로 지목된 이모(56)씨가 과거 화성연쇄살인사건 수사본부의 조사를 받았던 것으로 확인되면서 부실수사 논란이 재점화될 것으로 보인다.

경기남부지방경찰청은 23일 "용의자인 이씨를 과거 화성연쇄살인사건 수사본부에서 조사한 적 있다"고 밝혔다.

다만 경찰은 15만장에 달하는 과거 수사자료를 살펴보고 있다면서 정확한 조사 시점은 알리지 않았다.



이씨는 최근 그의 DNA가 5·7·9차 화성연쇄살인사건 증거물에서 발견되면서 모방사건으로 드러난 8차 사건을 제외한 총 9건의 유력 용의자로 특정됐다.

화성군 진안리에서 태어난 그는 첫 사건이 발생한 1986년부터 10차 사건이 일어난 1991년까지 이 일대에 계속 살다가 1993년 4월께 충북 청주로 이사했다.

마지막 사건이 벌어진 이후에도 2년가량 경찰의 수사망 안에서 거주하고 있었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경찰이 당시 조사를 하고도 이씨의 범죄를 입증하지 못한 이유에 대한 의문이 커지고 있다.

이씨가 용의자로 지목되지 않은 이유에는 현재 밝혀진 이씨의 혈액형이 O형인데, 과거 경찰이 용의자의 혈액형을 B형으로 추정했기 때문이라는 주장과 발 치수와 문신 등 신체 특징을 오판했다는 등의 여러 가지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경찰이 제때 검거하지 못한 이씨는 결국 청주로 이사가 1994년 '처제 성폭행·살인사건'을 저지르고 무기징역을 선고받아 현재 부산교도소에 수감 중이다.

이 같은 여론을 의식한 듯 경찰은 "수사본부의 최우선 목표는 화성연쇄살인사건의 진실규명"이라며 "과거 수사의 적정성 여부 등은 추후 면밀히 분석하겠다"는 입장을 내놓기도 했다.

한편, 민갑룡 경찰청장은 이날 "화성 연쇄살인사건 용의자를 과학적으로 찾는 방법이 알려지면서 미제사건과 관련된 유가족이 기대와 희망을 갖게 됐다"며 "경찰 단계 수사는 실체적 진실을 발견해서 해소하는 게 제1 목적으로 공소시효가 지나 처벌이 어렵더라도 수사의 필요성이 있다"고 강조했다.

/김영래·배재흥기자 jhb@kyeong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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