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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사설]임기 반환점 돈 대통령 전반기 시행착오 수습해야

경인일보 발행일 2019-11-08 제19면

문재인 대통령이 9일이면 임기 반환점을 찍는다. 마라톤에 비유하면 전반기 레이스를 바탕으로 후반기 레이스 전략을 새로 짜야 할 시점이 된 것이다. 문 대통령은 헌정사상 초유의 현직 대통령 파면이라는 정치급변을 통해 집권에 성공했다. 광화문 촛불시위가 정권 태동의 동력이었다. 대통령은 취임식에서 "국민 모두의 대통령"을 다짐하고 "2017년 5월 10일, 이날은 진정한 국민 통합이 시작되는 예로 역사에 기록될 것"이라며 스스로 촛불정권이라 명명했다.

국민은 대통령이 약속한 한번도 경험하지 못한 나라를 기대했다. 권력욕과 거리를 둔 대통령의 소탈한 풍모와 성정을 신뢰하며 여야가 국익 앞에 통합하는 새로운 시대를 희망했다. 취임초 역대 최고의 대통령 국정지지율은 이런 기대와 희망의 반영이었다. 대통령의 행보는 거침없었다. 기회의 평등, 과정의 공정, 결과의 정의라는 통치 철학을 앞세워 국정 전분야에서 쇄신을 단행했다.

국정농단 사태는 중앙지검장 윤석열을 앞세워 추상같이 단죄했다. 재벌중심의 경제구조를 소득주도성장과 혁신성장을 통해 모든 경제주체가 공존하는 공정경제를 추구했다. 세 차례 남북정상회담과 두 차례 미북정상회담을 통해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에 열정을 쏟았다. 또한 대통령을 절대적으로 신뢰하는 지지층들은 우리 사회 구석구석 뿌리내린 부정, 부패, 부조리 세력을 단죄하고 정화하는 시민권력으로 거듭나 대통령의 국정을 뒷받침했다. 대통령 임기 전반기는 우리 사회가 평등, 공정, 정의의 가치를 공유하는 문화적 격변기였다.

하지만 빛이 있으면 그림자도 따르는 법이다. 임기 반환점에 즈음한 대통령의 국정이 많이 흔들리고 있다. 대다수 국민들이 지지했던 국정기조에 감추어져 있던 부작용이 일시에 불거진 것이다. 검찰총장 윤석열은 조국 일가를 수사하면서 여권으로부터 적폐 검찰의 수장으로 낙인찍혔다. 소득주도성장론을 떠받친 사상 최대의 최저임금 인상과 융통성 없는 주52시간 근무제로 고용의 질은 나빠졌고 소득불평등이 심화되는 등 경제성적표는 최악이다. 북한은 핵탑재가 가능한 미사일로, 미국은 방위비분담금으로 우리를 압박하는 현실은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의 중재자를 자임한 대통령을 위축시키고 있다. 시민권력은 조국사태를 계기로 극단적인 정파성을 보이며 '모든 국민의 대통령'이라는 대통령의 꿈을 양단냈다. 대통령이 강조한 평등, 공정, 정의의 가치는 이제 임의적이며 자의적인 가치로 의심받고 있다.

이제 대통령은 초심으로 돌아가 취임사에 담았던 국정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임기 후반의 국정수행 전략을 전환해야 한다. 새로운 전략 수립은 새로운 인물들과 함께해야 한다. 검찰개혁, 자사고·특목고 폐지에서 보듯이 대통령의 주문을 기계적으로 수행하는 영혼없는 공직자들을 솎아내야 한다. 직언은 고사하고 대통령 심기 관리에만 몰두하는 청와대 비서실도 문제다. 이런 사람들에게 둘러싸여 대통령이 문제를 문제로 인식하지 못하면 국가와 국민이 위태로워진다. 대통령이 잘해서 잘돼야 나라도 잘되고 국민도 잘 살 수 있다. 임기후반, 대통령의 전면적인 통치쇄신을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