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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한국당 필리버스터 철회하고, 민주당 합의에 나서라

경인일보 발행일 2019-12-03 제23면

문재인 대통령은 어제 수석·보좌관 회의에서 여야의 대치로 교착 상태에 빠진 국회 상황을 언급하면서 새해예산안과 민생법안의 신속한 처리를 당부했다. 선거법은 지난 달 27일 국회에 부의됐고,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법 등 신속처리안건(패스트트랙)에 지정된 법안들도 내일 국회에 부의된다. 그러나 자유한국당이 지난달 29일 국회 본회의에 상정될 모든 안건에 대해 필리버스터(의사진행방해)를 전격신청했다. 비쟁점 민생법안 처리를 예정했던 본회의는 민주당이 불참하면서 의결정족수 부족으로 무산됐다.

정치권은 내일 일괄상정이 예고됐던 '민식이법'인 어린이 교통안전법과 '데이터법' 등 민생법안과 비쟁점법안도 정쟁의 희생양으로 삼고 있다. 특히 한국당은 패스트트랙 법안을 저지하기 위해 필리버스터 카드를 꺼냄으로써 민생법안과 비쟁점법안을 볼모로 삼은 격이 되고 말았다. 게다가 새해 예산안은 올해도 어김없이 법정 처리시한을 넘겼다.

더불어민주당은 한국당이 필리버스터를 철회하지 않으면 다른 야당들과 4+1 협의체를 가동해 패스트트랙 법안과 민생법안 등을 처리하기로 한 상태다. 그러나 본회의가 열리면 패스트트랙 절차에 따라 유치원 3법이 자동상정되고 한국당은 필리버스터를 신청하게 되어 있는 상태다. 결국 핵심은 한국당이 꺼내 든 필리버스터를 철회하지 않으면 아무런 법안도 통과시킬 수 없다는 얘기다. 한국당 의원 108명이 4시간씩 필리버스터를 이어나가면 사실상 본회의가 종료될 때까지 아무 법안도 통과시킬 수 없다.

원포인트 본회의를 소집해 민식이법과 유치원 3법, 데이터 3법을 처리할 수도 있으나 이 역시 필리버스터 변수 때문에 민주당이 응하기 어려운 상태다. 필리버스터는 국회법이 인정하는 합법적 의사진행 방해 수단이지만 이는 악법의 통과와 다수의 횡포를 막고 소수의 의사를 보호하기 위한 마지막 수단이다. 필리버스터가 정당성을 가지려면 이러한 조건이 충족되어야 한다. 한국당은 불법 사보임을 패스트트랙 불법성의 근거로 들어 필리버스터를 주장하지만 논리적 인과성이 빈약하다.

20대 국회의 법안처리율은 30%도 되지 않는 역대 최악이다. 이 오명을 조금이라도 벗어나기 위해서는 한국당은 필리버스터를 철회하고 협상에 임해야 하며, 민주당도 마지막까지 한국당과 타협을 통해 선거법과 공수처법의 합의안을 마련하기 위한 노력을 게을리 해선 안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