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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요광장]모두가 '메리' 한 크리스마스를 꿈꾸며

이완 발행일 2019-12-25 제18면

경북 영덕 수산물가공업체 4명사망
赤水 난민소행 가짜뉴스·산재사고
정치인 망언… 올해 이주인권 '얼룩'
내년엔 '포괄적 차별금지법 제정'등
밝고 긍정적인 10대뉴스 소망한다


수요광장 이완2
이완 아시아인권문화연대 활동가
얼마 전, 미얀마와 네팔을 다녀왔다. 한국에 이주노동을 하러 가려는 청년들과 인터뷰를 했는데, 왜 한국행을 선택했는지 물어보았다. 한 명도 빠짐없이, 높은 임금과 한류 때문이라고 말했다. 한국음악과 드라마 속의 한국은 이들에게 '일생에 꼭 한 번' 가보고 싶은 매력적인 나라로 비치고 있었다. 하지만 이들은, 꿈꾸며 동경해마지않는 드라마 속 한국의 모습과 한국에서의 실제 이주민의 삶이 얼마나 다를지는 상상하기조차 어려울 것이다. 한국에서 이주노동 후 본국으로 귀환한 이주노동자들에게, 이제 막 한국으로 가고자 하는 자국의 청년들에게 해 주고 싶은 말이 무엇인지 물었다. 귀환 노동자들은 자국에서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힘든 노동 및 생활환경을 꼽았다. 다른 나라로 이주노동을 하러 떠나는 노동자들이 나름의 단단한 각오를 한다는 점을 감안하면, 이들이 겪었던 진짜 한국 사회의 현실은 각오보다 더욱 가혹했나 보다.

12월 18일은 UN이 정한 '세계이주민의 날'이다. 이날을 맞아 이주민 지원단체들의 네트워크인 '외국인이주·노동운동협의회'에서는 이주인권 활동가들이 뽑은 2019년 올해의 이주인권 10대 뉴스를 발표했다. 10대 뉴스에는 4명의 이주노동자가 한꺼번에 사망했던, '경북 영덕 수산물 가공업체사건' 등을 포함하여 이주노동자들의 연이은 산업재해 사망사고가 우선 뽑혔다. 2018년 한 해에만 136명의 이주노동자가 산업재해로 사망했다. 그리고 정치인들의 연이은 망언이 포함되었다. 올해는 특히 정치인들 망언의 해이기도 했다. 이주노동자에게 차등임금을 실시하자는 주장과 이들은 한국사회에 기여하지 않고 있다는 혐오발언들이 이어졌다. 특히나 정현율 익산시장은 이주 아동을 '잡종'이라고 표현하며 "똑똑하고 예쁜 애들을 사회에서 잘못 지도하면 프랑스 파리 폭동처럼 문제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리고 이언주 무소속 의원은 자신의 유튜브 방송에서 "국내에서 살면서 철이 들고 세상 물정을 배워온 한국 사람들과 달리 외국인은 몸만 어른이다 뿐이지…(중략) 한국사람과 비슷한 인식과 수준이 되기까지 한 3년이 걸린다는 거죠"라고 말했다고 한다. 그 발언 속의 인권의식은 낯뜨거움을 넘어 참담한 수준이다.

또한, 10대 뉴스에는 이주민과 난민에 대해 난무했던 가짜뉴스가 선정되었다. 대표적으로 인천과 서울 문래동 등에서 벌어졌던 붉은 수돗물 사건이 이슬람 난민 소행일지도 모른다는 '문래동도 붉은 수돗물… 일부 이슬람 난민 소행일 수도'를 내보낸 인터넷 기사가 공동 1위를 차지했다. 이외 대부분의 10대 뉴스 또한 역시 하나하나 매우 참혹한 사건이었다. 이주민의 연이은 산재 사망사건은 몇 년째 빠지지 않고 10대 뉴스가 되고 있고, 이주민과 난민에 대한 가짜 뉴스와 정치인들의 망언 또한 지속되고 있는 점을 더욱 심각하게 바라보아야 한다.



발표 자리에서 한 활동가는 이주인권 10대 뉴스를 매년 발표하지만, 한 번도 긍정적인 뉴스가 뽑힌 적이 없다고 토로하며, 언젠가는 10대 뉴스에 밝고 긍정적인 뉴스가 하나쯤은 뽑히는 날이 오면 좋겠다고 소망했다. 내년 이맘때에는 '드디어 포괄적인 차별금지법 제정'이나 '한국사회 인종차별 완전히 사라져' 또는 '모든 노동자에 안전한 한국, 산업재해 사망자 제로' 그리고 '한국 국민들, 관광객보다 이주민과 난민을 더 환영하는 것으로 밝혀져'와 같은 뉴스를 들을 수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 생각해본다. 아니 적어도 '겨울에 따뜻한 물이 나오지 않거나 화장실이 없거나 비닐하우스 같은 열악한 숙소시설 이제는 옛이야기' 정도의 뉴스라도 듣기를 희망해본다.

그동안 크리스마스와 연말로 이어지는 이 시기는 내 주위의 어렵고 힘든 이웃을 돌아보는 시간이었다. 누군가를 꼭 동정의 시선으로 보며 무엇인가를 전하기 위해 애쓸 필요는 없다. 다만, 그동안 너무 바쁘다는 핑계로 생각하지 못했던 한국사회 한 쪽의 이웃들에 대해서도 생각해보는 시간이 되면 어떨까 싶다. 한국에 살고있는 이주민들에게도 한류 드라마 속 주인공의 해피엔딩이 펼쳐지는 2020년이 되게 해달라고 산타에게 소원을 빌어본다.

/이완 아시아인권문화연대 활동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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