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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존중받지 못하고 있는 '존엄사 권리'

김영래·김동필 발행일 2020-01-15 제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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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에 제정된 '연명의료결정법'에 따라 2018년에 시행된 사전연명 의료의향서는 등록기관이 전국 396곳에 그쳐 신청자들이 불편을 겪고 있다. 14일 오후 경기도 내 등록을 대행하는 한 기관에서 신청자들이 연명의료 결정제도에 대한 상담을 받고 있다. /김도우기자 pizza@kyeongin.com

'사전연명의료의향서' 제도 확산

등록기관은 전국단위 396곳 그쳐
힘들게 찾은 곳 사람 몰려 '긴 줄'
"보기 좋지 않다" 불편한 시선도

"자식들에게 짐이 될까봐 정신 멀쩡할 때 신청하려 했는데… (사람들에게)물어 물어 겨우 찾아 왔어!"

향후 병 들어 회복 불가능한 상태가 됐을 때 연명의료를 받지 않겠다는 뜻을 미리 밝혀두는 '사전연명의료의향서'를 등록해 주는 한 기관에서 만난 어르신 A(81·여)씨의 말이다.

A씨는 거주지(수원시) 인근 주민센터와 보건소에 갔다 직원 몇 사람에게 문의한 끝에 겨우 찾아왔다고 했다. 힘겨운 몸을 지팡이에 의지한 채 버스와 도보를 이용해 1시간여 만에 찾은 방문이었다.

사전연명의료의향서 제도가 노인들 사이에서 입소문을 타고 유행처럼 급속도로 확산되고 있다. 그러나 정작 등록기관이 부족해 자기결정권을 행사하려는 이들이 힘든 발품을 팔아야 하는 등 불편을 감수해야 하는 상황이다.

부양 가족들의 부담을 덜기 위한 '노년의 슬픔'과 등록을 위한 기관을 찾는 불편함 등 우리 사회 복지의 민낯을 고스란히 노출하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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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에 제정된 '연명의료결정법'에 따라 2018년에 시행된 사전연명 의료의향서는 등록기관이 전국 396곳에 그쳐 신청자들이 불편을 겪고 있다. 14일 오후 경기도 내 등록을 대행하는 한 기관에서 신청자들이 연명의료 결정제도에 대한 상담을 받고 있다. /김도우기자 pizza@kyeongin.com

지난 2016년 제정된 '연명의료결정법'에 따라 2018년 2월 4일 시행된 사전연명의료의향서 등록제도는 2019년 12월 전국 기준 53만667명이 신청했고 8만3명이 자기결정권에 따라 존엄사를 맞았다.

그러나 등록기관이 전국 단위 396곳에 그치고 있다. 2019년 12월 기준 전국 지역 보건의료기관 56곳, 의료기관 77곳, 비영리법인·단체 26곳, 공공기관 237곳(건강보험공단 포함)에서 등록신청을 받고 있으며 경기는 58곳, 인천 17곳이다. 이중 보건소는 5곳 뿐이다.

더욱이 턱없이 부족한 등록기관으로 인해 특정 기관으로 노인들이 몰리면서 이 행렬을 보고 일부 시민들 사이에선 '보기좋지 않다'는 식의 반응과 '현대판 고려장 아니냐'는 비아냥까지 나오고 있다.

제도에 대한 정확한 홍보 미비도 문제다. 사전연명의료의향서를 작성하기 위해 등록기관을 찾은 노부부는 "TV 드라마를 통해 제도를 알게 된 후 신청하러 왔다"며 "자식들에게 무의미한 치료의 부담을 주고 싶지 않다"고 했다.

제도 등록을 대행하는 한 기관 관계자는 "신청자 대부분이 60대 이상 노인"이라며 "간혹 노인들의 행렬에 오해도 산다. 등록기관 부족으로 사실상 신청자들이 불편을 겪고 있으며 제도에 대한 정확한 사회적 이해도 부족한 상황"이라고 했다.

/김영래·김동필기자 yrk@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