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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전연명의료의향서란… 회복 불가능 상태서 스스로 '죽음 받아들이는 결정권'
김영래·김동필 발행일 2020-01-15 제3면
3면 사전연명의료 상담1
2016년에 제정된 '연명의료결정법'에 따라 2018년에 시행된 사전연명 의료의향서는 등록기관이 전국 396곳에 그쳐 신청자들이 불편을 겪고 있다. 14일 오후 경기도 내 등록을 대행하는 한 기관에서 신청자들이 연명의료 결정제도에 대한 상담을 받고 있다. /김도우기자 pizza@kyeongin.com

1997년 '보라매병원 사건'이후 제기
2018년 시행… 첫해 8만6천명 등록
업무두고 복지-행안부 마찰 빚기도
권익위 권고 불구 여전히 '태부족'

본인의 존엄한 죽음을 위해 의사를 개진하고 싶어도 '거리가 멀어서' 못한다면 그 마음은 얼마나 원통할까.

우리나라에 이 같은 의향을 서류로 남길 수 있는 사전연명의료의향서(이하 사전의향서) 도입 필요성이 제기된 건 지난 1997년 발생한 이른바 '보라매병원 사건' 이후다.

보라매병원사건은 지난 1997년 보호자 요구로 병원을 퇴원한 50대 남성이 사망에 이르자 보호자인 아내와 담당 의료진에게 '살인죄 및 살인방조죄'가 적용돼 유죄가 선고된 사건이다.

이후 의료계에서 환자에 대한 연명 치료 중단을 결정하기 위한 환자의 자기결정권이 중요하다는 인식이 나왔다. 국가생명윤리위원회는 2013년 입법을 권고했고, 2015년부터 여러 법안이 국회에 제안됐다.

2016년 1월 8일 국회 본회의에서 '호스피스·완화의료 및 임종과정에 있는 환자의 연명의료 결정에 관한 법률안(이하 연명의료결정법)'이 통과됐고, 2018년 2월부터 본격 시행돼 임종을 앞둔 환자가 원치 않는 연명치료를 중단할 길이 열렸다.

사전의향서는 연명의료결정법에 따라 회복 불가능한 상태가 됐을 때 연명의료를 받지 않겠다는 뜻을 미리 밝혀두는 서류다. 19세 이상이면 작성 가능하며 신분증을 지참하고, 보건복지부의 지정을 받은 사전의향서 등록기관을 방문해 작성해야 한다.

등록 업무를 두고 적지 않은 홍역도 거쳤다. 복지부와 행정안전부가 책임을 떠넘긴 것. 끝내 복지부가 맡았지만, 등록기관 자체가 극히 적었고 시행 첫해엔 8만6천여명이 등록하는 데 그쳤다.

이에 국민신문고 등에 사전의향서를 등록하고 싶어도 등록기관이 너무 멀고 적어서 할 수 없다는 민원이 계속 제기됐다.

실제 지난해 상반기 기준 기초지방자치단체별로 평균 1.6개소에 그쳤다. 지난해 10월엔 국민권익위원회가 나서 '사전 연명의료 거부신청 이용절차 접근성 제고 방안'을 마련하도록 전국 지자체와 복지부에 제도개선을 각각 권고했다.

국민권익위는 오는 3월까지 191개 보건소를 등록기관으로 지정하라고 권고했지만 여전히 부족하다는 의견도 나온다. 다른 사람에게 피해를 주지 않고 자신의 존엄한 죽음을 받아들일 기본 권리를 이행하는 데 불편함이 없도록 행정복지센터도 등록기관으로 지정하는 등 방안을 국가가 나서 마련해야 한다는 것이다.

/김영래·김동필기자 phiil@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