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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요광장]신종 바이러스에 우리 모두가 이기는 방법

이완 발행일 2020-02-05 제18면

불안·공포·증오·적개심·혐오…
우리 사회에 퍼진 더 무서운 증상
신뢰·화합·격려로 위기 극복해야
손씻기·마스크착용등 예방책 철저
'바이러스의 해악'서 승자가 되자


수요광장 이완2
이완 아시아인권문화연대 활동가
일주일 전 아이와 놀이터에 갔다. 7살 아이는 또래 아이들이 노는 모습을 잠시 보더니 고개를 갸우뚱하고 있었다. 다른 나라 말을 쓰는 사람들을 보며 누구냐는 질문에 "중국 사람들이야"라고 답했고 아이는 "바이러스"라고 외쳤다. 순간 얼굴이 화끈 달아올랐다. 사람들이 못 들은 것 같아, 얼른 자리를 피한 후 아이에게 물었다. 아이는 TV에서 본 내용을 말한 것이었다. 우리가 피하고 싸워야 할 대상은 바이러스지 사람이 아니며, 바이러스로 지칭된 사람들이 얼마나 슬퍼할지에 대해 한참을 함께 이야기 나눴다. 다행히도, 아이는 잘 이해해주었다.

비상사태다. 매일 아침 사망자와 확진자 숫자가 늘어나는 것을 보면서 가슴이 철렁거린다. 몇 번 환자와 그 환자의 동선, 접촉자의 소식 그리고 비관적 전망이 뉴스를 통해 끊임없이 흘러나온다. 이번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의 증상은 몸살, 기침, 고열로 나타난다고 한다. 그러나 이보다 훨씬 더 심각한 증상이 있다. 이번 바이러스는 인간의 정신과 감정에도 영향을 미친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는 이 사회에 불안, 공포, 미움, 타인에 대한 적개심, 배제의 욕망 그리고 혐오를 일으키고 있다. 이런 혐오 현상은 중국인을 대상으로만 일어나는 것이 아니다. 한국인 확진자, 의심자, 접촉자, 보건 및 의료 종사자는 물론 그 가족 그리고 심지어 항공사에 근무하는 부모를 둔 자녀에게도 일어나고 있다고 한다. 이 바이러스는 감염자와의 2~3m 이내에서 밀접한 접촉을 통해 전염된다고 한다. 그러나 이로 인한 불안과 증오는 다르다. 전파를 타고 빛의 속도로 퍼져나가고 있다. 대위기다. 향후 사람들이 실제 얼마나 이 바이러스에 감염되고, 이 위기를 극복하기 까지 얼마의 시간이 걸릴지 모르겠지만, 적어도 이 바이러스의 치명적 해악은 이미 전 세계로 퍼져나갔다. 공포에 질린 사람들은 모두가 모두를 경계하고 배제하고 혐오하기 시작했다.

그러나 이번 위기는 우리 사회가 얼마나 성숙한지, 그리고 우리가 얼마나 따뜻한 인간미와 공존을 위한 열망을 가진 사람들인지 확인할 수 있는 기회일지도 모른다. 중국 우한에서 거주하던 교민들을 수용지로 아산과 진천이 결정되었을 때, 많은 사람들이 반발했다. 사람들은 님비현상 또는 혐오문제를 크게 걱정했다. 어쩌면 이런 위기 속에 당연한 사람들의 반응이었을 수도 있다. 그러나 입국 전날부터, 오히려 응원과 격려의 메시지가 전해지기 시작했다. '그동안 고생했다. 이곳에서 편히 쉬고 가족에게 안전하게 돌아가라'는 내용이었다.

우리는 이미 알고 있다. 진짜 무서운 것은 이번 신종코로나바이러스의 신체 증상이 아닐 수 도 있다. 이 공중보건 위기를 마음속에 도사리고 있는 미움과 갈등을 넘어 서로간의 믿음과 신뢰를 쌓을 기회로 만들어 보면 어떨까 한다. 보건 당국에서 이번 바이러스 예방을 위해 행동수칙을 알려주고 있다. 자주 손 씻기와 마스크 착용 등이다. 그러나 어쩌면 더 큰 해악에 대해서는 아무런 행동요령이 없는 것 같다. 이번 위기에 대처하기 위한 시민 행동수칙을 생각해보았다. '불안과 공포를 전파하면 안된다고 말해주세요. 가짜뉴스를 경계하고 정부 발표와 공신력 있는 뉴스를 봐주세요. 혐오와 차별에 대해 내 주변 사람들, 특히 아이들과 이야기 나눠주세요. 위기와 불안을 이용해 이득을 얻으려 하지 마세요. 의료진과 관계 공무원 등 관계자들에게 최대한 협조하고 응원해주세요. 이 위기를 공존과 화합의 기회로 바꿀 수 있도록 서로를 격려해주세요'.

더 이상 바이러스가 확산되지 않게 하기 위해, 일부 지역과 사람에 대한 한시적 격리와 이동제한을 해야 할 수도 있겠다. 그러나 이 위기가 끝나고 나면, 위기 속에서 빛나던 우리의 진짜 본성을 서로 확인하고, 함께 살만한 세상을 만들 수 있다는 믿음을 확인하는 시간으로 만들어보자. 그래서 이번 바이러스와 함께 기왕에 존재하는 우리 사회 혐오와 차별까지 박멸되면 좋겠다. 이것이 이번 바이러스의 해악으로부터 모두가 승자가 되는 길이다. 저녁 뉴스를 보며 아이가 말했다. 중국 사람이 아니라 바이러스와 싸워야 돼! 우리는 사람을 미워하지 않아!

그래 지금은 기회다.

/이완 아시아인권문화연대 활동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