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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스토리]흔한 '잡지'… 장르와 시대별 근현대사 거울, 귀한 '가치'

김영준 발행일 2020-02-07 제12면

국내 최다 '창간호' 2만400여점 보유… 기네스북 등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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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픽/성옥희기자 okie@kyeongin.com/아이클릭아트

1996년 4236권 기증받은 후 보유량 늘려… 창간호실 리모델링 거쳐 내달 재개방
최초 대장경 '초조본유가사지론 권제53' 포함 보물 14점·국가문화재 15점 등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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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천박물관(인천 연수구 옥련동 소재)은 인천 유일 국보인 '초조본유가사지론 권제53'(국보 제276호)을 소장하고 있다.

 

'초조본유가사지론 권제53'은 우리나라 최초의 대장경인 초조대장경의 유가사지론 100권 중 53권째 해당하는 책이다.

초조대장경의 경판은 고려 현종 2년(1011년) 거란족의 침입을 불력(佛力)으로 물리치기 위해 새겨졌다. 

 

초조대장경은 조판된 이후 대구 부인사에 소장돼 있다가 몽골군의 침입으로 경판이 모두 불타버렸고 지금은 2천700여권의 인쇄본만 국내와 일본에 전한다. 

 

가사지론이란 유식(唯識)불교의 실천 수행 과정에서 발생하는 마음의 문제를 다룬 글로서, 인도의 미륵이 짓고 당나라의 현장(602~664)이 한문으로 번역한 것이다. 

 

초조대장경은 현재 해인사에 보관 중인 팔만대장경보다 200년 앞서 제작됐으며, 중국 북송의 개보칙판대장경(971~983)에 이어 세계에서 두 번째로 간행한 한역대장경이다. 


이를 비롯해 가천박물관은 보물 14점 등 국가지정문화재 15점과 인천광역시 유형문화재 3점을 소장하고 있다. 이는 인천지역 국가지정 문화재의 50%가 넘는 수치다. 

 

또 총 5만여점의 각종 고서를 보유하고 있다. 

 

가천박물관은 많은 의료관련 고서를 수집·보관하고 있는데, 이는 설립 이후부터 한국 의료사를 연구하고 교육하는 국내 최고의 의료사 전문 특수박물관을 지향했기 때문이다.

가천박물관 전경사진
인천 연수구 옥련동에 위치한 가천박물관 전경. /가천박물관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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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천박물관은 의료관련 고서와 함께 국내에서 발행된 잡지·학술지 창간호 2만400여점을 보유하고 있어서 화제를 모은 바 있다.

 

가천박물관은 국내 최다 창간호 소장처로 기네스북에 등재됐다.

꾸준히 발간되며 우리 근현대사의 한 페이지를 비추고 있는 국내 잡지(雜誌·일정한 이름을 가지고 호를 거듭하며 정기적으로 간행되는 출판물)들은 시대별 흐름과 양상을 이해하는 데 도움을 준다. 또한 청장년 세대들의 추억을 되살리는 역할도 한다.

박물관 2층(계단으로 올라와 왼편)에 창간호실이 자리해 있다. 

 

가천박물관 창간호실은 국내에서 간행된 문학과 학술 등 잡지들 가운데 처음으로 간행된 것만을 수집해 보존·전시하는 공간으로, 지난해 말부터 리모델링 중이다.

박물관을 찾았던 지난 4일, 막바지 작업이 한창이었다. 창간호실의 면적은 이전과 같지만, 천장을 1m 가량 높여서 상부의 전시 공간이 그만큼 늘었다. 전시 시설들과 함께 주요 창간호들이 자리를 잡는 오는 3월엔 다시 일반에 공개된다.

가천박물관의 심효섭 학예실장은 "리모델링 전 상시 전시된 창간호들은 주로 20세기 전반과 일제 강점기 등 한정된 시기의 것들이 다수였다"면서 "리모델링이 마무리되면 대한민국 창간호 100년의 역사를 테마로 해서 시기별로 주요 창간호들을 전시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가천박물관은 1996년 10월 4천236권의 국내 창간호를 보유한 A씨에게 전권을 기증받은 후 보유량을 늘려 갔다. 2008년 1만권에 도달했으며, 2015년께 2만권에 이르렀다. 이후엔 보유량이 급속도로 늘진 않았다. 

 

심 실장은 "꾸준히 의학과 인천 관련 자료, 창간호 등을 수집하고 있다"면서 "현재도 지속적으로 잡지가 창간되고 있기 때문에 미래를 내다보며 구입하고 있지만, 이전처럼 수천 권의 자료를 기증 받거나, 역사적 가치를 지닌 창간호를 구입하긴 힘들어졌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서 "대한민국의 근대화와 일제시기가 겹쳐있는 1900년대 초반보다 산업화가 급속하게 진행된 1960~1970년대 자료들이 더욱 구하기 힘들다"면서 "시장에 나오는 자료들도 잘 없지만, 가격을 너무 올려놔서 구하기 쉽지 않다. 100여년된 고서보다 수십 배에서 수백 배 비싸다"고 덧붙였다.

스포츠 신문의 조상이라 할 수 있는 '선데이 서울' 창간호(1968년 9월 22일자)가 10여년 전 거래됐다.

 

정확한 가격은 알려지지 않았지만 상당히 높은 수준에서 가격이 형성됐다.

잡지는 20세기 대한민국의 무수한 단면을 담고 있다. 오는 3월 관람객들에게 재개방될 가천박물관 창간호실은 우리 자신을 들여다보게 해주는 거울이자 만화경으로서 그 역할을 이어갈 것이다.

■소장 주요 정기간행물 창간호 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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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06년 창간 애국계몽운동 전개 대표 정치전문 잡지

# 대한자강회월보


1906년 7월 31일에 창간된 대한자강회의 기관지이다. 

 

대한자강회는 국민의 민족의식을 고취하기 위해 조직된 단체로 전국에 25개소 이상의 지회를 두고 1천500명 이상의 회원을 바탕으로 애국계몽운동을 전개했다. 

 

교육과 산업의 진흥을 통해 '자강(自强)'을 펼치려 했던 대표적인 정치 전문 잡지로서 역사적 의미를 지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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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어학회 발족 이어 한글 맞춤법 통일안 제정 역할

# 한글

1927년 주시경의 제자인 권덕규, 이병기, 최현배, 정열모, 신명균이 모여 만든 조선어문 학술잡지이다. 

 

창간사에서 한글을 바르게 하여 문화의 원동력이 되게 하며, 조선이란 큰 집의 터전을 닦아 주춧돌을 놓기 위해 창간하였음을 밝히고 있다. 

 

이러한 발행인들의 의지는 조선어학회의 발족으로 이어졌으며, '한글 맞춤법 통일안'을 제정하는 등 한글을 지키는 데 큰 역할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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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준하 선생이 만든 종합교양지… 지식인 목소리 대변

# 사상계


사상계(思想界)는 1953년 4월 장준하 선생이 창간한 월간 종합교양지로, 1970년 폐간될 때까지 당시 지식인들의 목소리를 대변하는 잡지였다. 

 

정치, 경제, 사회, 문학, 예술 등의 권위 있는 글들을 수록했다. 

 

특히 신인문학상과 동인문학상을 제정해 역량 있는 신인들을 발굴하며 작가의 창작의욕을 높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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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동문예물·만화·취미 등 게재… 부록 편집에도 역점

# 소년중앙


1969년에 창간되었던 월간 아동잡지로, 동화·소설·시 등 아동문예물과 일반교양기사·만화·취미·오락 등을 게재했다.

 

창간호는 '옷의 발달사', '로켓과 아폴로 우주선' 등을 기획특집으로 다뤘으며, 8만부가 팔릴 정도로 인기가 높았다. 

 

부록의 편집에도 역점을 두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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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 디자인 시스템 도입… 예술·대중문화 비평도 눈길

# 뿌리 깊은 나무


1976년 3월 창간된 월간 종합잡지이다. 

 

우리 고유문화의 전통의 맥을 지키면서도 사회의 발달과 변천에 맞춰 새로운 시대에 맞는 문화를 찾아냈다.

 

북 디자인 시스템을 도입한 새로운 잡지 편집체제를 갖추었으며 예술비평·대중문화비평·서평이 눈길을 끌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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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양·생활정보 제공 건강한 가족·행복사회 구현 목적

# 가정조선


1985년 1월에 창간한 월간 교양잡지로 조선일보사에서 발행했다. 

 

창간호는 556면에 이를 정도로 많은 내용을 담았다. 

 

건전한 가정윤리 및 가정생활을 위한 교양사항과 생활정보를 제공함으로써 건전한 가정, 건강한 가족을 바탕으로 한 행복한 사회구현에 기여할 목적으로 창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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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군부에 의해 폐간된 '문학과 지성' 잇는 계간 문학지

# 문학과 사회


1988년 창간한 잡지로 여전히 간행 중이다. 

 

1980년 신군부에 의한 언론기관통폐합 조치 때 폐간당한 '문학과 지성'의 맥을 잇는 계간 문학지이다. 

 

시·소설·평론·역사·사회·철학 등 인문 전반에 관한 글을 싣고 있으며 외국문학·논문·비평도 소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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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래곤볼·슬램덩크 연재… 대표 만화잡지

# 아이큐점프·소년챔프


1988년에 창간한 '아이큐점프'와 1991년에 창간한 '소년챔프'는 1990년대를 대표하는 만화잡지이다. 

 

아이큐점프는 일본만화인 '드래곤볼'을 정식으로 수입해 연재했고, 이에 맞서 소년챔프는 '슬램덩크'를 연재해 큰 인기를 끌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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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형태 탈피·사이버시대 상황 반영

# 'CD잡지' 카메오·대한사이버문학

'카메오'는 1998년 7월에 간행된 CD형태의 연예전문잡지이다. 

 

컴퓨터가 보편화되면서 종이로 된 책의 형태를 탈피해 CD에 내용을 담은 것이 특징이다. 

 

2000년대 들어 PC통신문학이 활성화됐다. 

 

이러한 시대적 상황에 맞춰 사이버 문학을 담은 '대한사이버문학'과 같은 잡지가 대거 창간했다.

/김영준기자 kyj@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