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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

[김영준의 재밌는 클래식·(43)모더니즘 Ⅱ]극한의 객관성으로 진화한 '음렬음악'

김영준 발행일 2020-02-07 제1면

전쟁후 쇤베르크 미학 강화…
향후 음색음악은 음결합 치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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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차례에 걸친 세계대전은 음악계도 폐허로 만들었다.

나치는 유대인 음악가들을 탄압했으며, 자신들의 정책에 부응하는 음악만을 인정했다. 실험적이거나 사회주의적 이념을 표방한 작품은 탄압 대상이었다.

1945년 전쟁 후 작곡가들의 관심은 나치 독재로 인해 중단된 음악의 전통을 계승하는 것으로 쏠렸다. 계승 대상은 여럿이었지만, 주된 흐름은 쇤베르크의 '12음 기법'(음렬음악)이었다. 독일 다름슈타트는 이러한 흐름의 진원지였다.

1951년 다름슈타트의 현대음악연구소 여름 강좌에서 음렬음악의 대표주자였던 피에르 불레즈는 '쇤베르크는 죽었다'라는 도발적인 제목의 강연을 했다. 쇤베르크의 작곡사상과 단절을 공표하는 강연이었다.

그러나 내용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단절이라기보다는 "음악을 통해 '진실'을 일깨워야 한다"는 쇤베르크의 미학을 한층 강화한 것이었다.

쇤베르크의 음렬이 음의 높고 낮음만을 계열화했다면, 불레즈를 비롯한 음렬음악 작곡가들은 음의 길이와 강약, 음을 두드리는 방식(어택), 음렬을 택하는 순서까지 계열화해 작곡했다.

이를 통해 작곡가의 감성이나 주관이 요즘 말로 단 '1'도 끼어들 수 없는 '극한의 객관성'으로 무장된 음악을 창안했다. 그 결과물들은 혼란스럽고 우연한 소리의 집합으로 다가온다.

이를 통해, 전쟁 후 혼란한 시대상과 그러한 환경에 놓인 개개인의 상황을 일깨운다. 불레즈의 '구조들 Ⅰa'는 이 같은 시도의 첫 작품이자 대표작이다.

1960년대 나타나는 '음색(音色)음악'은 음의 다양한 결합을 통해 전체적인 효과(음렬음악은 한 음 한 음에 집중)에 치중한 음악이었다.

폴란드 태생의 크시슈토프 펜데레츠키는 27세에 '히로시마 희생자를 위한 애가'를 발표했다.

우리에겐 광복을 안긴 사건이었지만, 인류 전체로 봤을 때 원자폭탄 투하로 전쟁의 종결을 알린 비인간적인 사건을 소재로 택한 작품이었다.

52개의 현악기로 9분 동안 연주되는 이 작품에선 피아노 건반을 손바닥으로 치는 소리보다 더한 불협화음을 낸다.

반음을 다시 반으로 쪼개 4분의 1음으로 나뉜 음들을 악기들이 한꺼번에 소리내기 때문이다.

작품은 사이렌 소리, 음산한 비행음, 원자폭탄 투하 직후의 섬광을 그려내는 듯한 강렬한 음향, 사람들의 울부짖음, 악기의 몸통을 때리면서 야기되는 부산스런 소음 등으로 채워져 있다.

이 작품은 리게티의 '대기'와 함께 음색음악의 대표작이며, 윤이상의 음악과 함께 모더니즘 음악의 후반부를 찬란히 장식하는 작품이다.

/김영준 인천본사 문화체육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