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짐싸는 구월농산물시장 '집사 잃은 길냥이들'

박현주 박현주 기자 발행일 2020-02-11 제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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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인들 남촌동 새시장 이전 예정
수백마리 돌봐줄 손길 없어 걱정
인천시 "다양한 안전대책 마련"

"이제 우린 누가 돌봐주나요?"

인천 남동구 구월농산물도매시장에 사는 길고양이 수백여마리에 대한 걱정이 커지고 있다. 도매시장이 조만간 남촌동 새 시장으로 옮길 예정인데, 이렇게 되면 고양이들을 돌볼 손길이 사라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10일 찾은 인천 구월농산물도매시장에는 거리에 쌓여 있는 야채 박스 사이로 각양각색의 길고양이들이 눈에 띄었다. 길고양이들은 적어도 10년 이상 이곳에 터를 잡고 살고 있다는 게 시장 상인들의 얘기다.

시장 상인 김명희(57)씨는 "내가 거뒀던 길고양이가 새끼를 낳으면 그걸 또다시 키워왔던 게 어느덧 10년째"라며 "여기에 사는 고양이가 많은데 상인들이 떠나면 어떻게 살아갈지 모르겠다. 구청이든 시청이든 나서서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본다"고 했다.



고양이는 자신이 머물던 영역을 쉽게 떠나지 않는 특성을 갖는다. 동물보호단체 관계자들은 길고양이가 이대로 도매시장 터에 머물면 시장 철거·개발 공사 과정에서 다치거나 죽을 수밖에 없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구월농산물도매시장을 방문해 길고양이들의 사료를 챙기고 있는 인천길고양이협회 회원 조미선(52)씨는 "시장에 사는 길고양이가 250마리가량 되는데, 이대로 시장을 철거하면 대부분 고양이가 굶거나 다쳐서 죽을 것"이라며 "지난해부터 구청, 시청에 민원을 넣으며 해법을 마련해줄 것을 촉구하고 있다"고 했다.

인천시와 남동구는 구월농산물도매시장 이전에 대해 길고양이의 안전을 우려하는 민원이 지속되자 대책을 마련한다는 방침이다.

인천시 관계자는 "우선 시장에 있는 길고양이 상당수가 중성화도 안 된 상태라 길고양이가 무분별하게 늘어나지 않도록 시에서 남동구에 중성화수술 사업비를 추가 지원할 예정"이라며 "길고양이의 안전을 우려하는 주민들 입장은 물론 전문가 의견을 수렴해 다양한 방안으로 대책을 마련하겠다"고 했다.

/ 박현주기자 phj@kyeong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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