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은 오늘 국회를 찾아 더불어민주당, 미래통합당, 민생당, 정의당 등 여야 4당 대표와 회동한다. 청와대 제안에 여당은 물론 야당 대표들도 군말 없이 동의해 성사된 회동이다. 회동의 목적은 분명하다. 눈앞의 현실로 닥친 코로나19 팬데믹 사태에 대비한 초당적 협력을 다짐하고, 이를 바탕으로 국민 단합을 도모해 사태 해결의 동력을 마련하기 위한 것이다.
오늘 회동으로 진정성을 가진 초당적 협력체제 가동의 계기가 될지는 의문이다. 표면적으로는 대통령과 여야 대표 모두 사태 해결을 위한 협력을 다짐할 것이다. 정당들이 정파적 이익을 공개적으로 앞세우기 힘들 정도로 코로나 사태는 엄중하다. 여야가 신속하게 '코로나 3법'을 합의 처리하고, 이날 회동이 순조롭게 성사된 것도, 국민 눈 밖에 나는 순간 끝장인 시국 분위기에 압도된 덕이다. 대통령의 코로나 추경 및 입법 협조 요청에, 야당 특히 미래통합당도 거부할 명분이 없다.
하지만 대통령과 여야 대표들이 초당적인 협력 장면을 연출한다 해도, 그것은 표면일 뿐, 이면에서 격화된 여야간의 정략적 대립은 계속될 것이다. 이미 민주당과 통합당은 코로나19 사태에 대한 책임 공방으로 감정이 격해진 상태다. 중국인 입국금지, 신천지 교회를 중심으로 한 여야 정당과 진보·보수진영의 대결은 거칠고 사납다.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대통령 탄핵 찬반 세대결이 뜨겁다. 겉으로는 초당적 협력을 아끼지 않겠다지만, 코로나19 팬데믹의 책임자를 지목하기 위한 진영간의 낙인찍기가 횡행하고 있다.
대통령이 오늘 회동을 만든 것은 사태 극복을 위한 국력의 집약을 위한 충정이라 이해한다. 따라서 오늘 대통령과 여야 대표의 초당적 협력 의지는 표면과 이면의 엇박자 없이 국민에게 전달돼야 할 것이다. 초당적 협력이라는 표면적인 합의 이면에서 여야 대립이 격화된다면, 회동 자체가 국면 모면을 위한 이벤트로 전락할 것이다.
대통령은 국정의 최종 책임자로서 코로나19 대처 과정에서 빚어진 정부의 혼선, 실책을 솔직히 인정하고 자책하는 모습을 보일 필요가 있다. 마스크 대란, 박능후 장관 발언 등이 대표적이다. 대통령이 먼저 자신의 책임을 강조해야, 야당의 비판과 책임자를 가리려는 정치적 혼란을 줄일 수 있다. 그때에야 비로소 표리가 일치하는 초당적, 범국민적 사태 대응이 가능해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