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3일 국민에게 고개를 숙였다. 대통령은 이날 주재한 국무회의에서 마스크 대란과 관련 "수요만큼 충분히 공급할 수 없는 상황"이라며 "국민께 송구하다"고 사과했다. 정부는 지난달 26일 마스크 긴급 수급조정조치를 발동하고, 읍면 소재 우체국과 농협 하나로마트 등 공적판매처를 통해 국민에게 마스크를 공급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첫 공급이 시작된 지난달 27일부터 지금까지 국민들은 마스크 구매를 위해 전국에서 복불복 경쟁을 벌이고 있다. 절대적으로 부족한 공급량 때문에 공적 판매처는 공급 기능을 상실했다. 1인 당 구매제한만 두면서, 구매자들도 재구매에 나서는 바람에 공적 마스크의 의미는 실종된 채, 날 마다 전국민이 장사진을 이뤘다가 돌아서는 일이 반복됐다. 정부는 각급 학교 비축 마스크까지 징발했지만 조족지혈이었다. 코로나19 확진자까지 마스크 장사진에 줄서려다 기자에게 들킨 공영방송 보도는 충격적이었다.
국민은 마스크 구매를 위해 줄을 섰다가 빈손으로 돌아설 때마다 정부에 기만당했다는 분노가 깊어졌다. 하지만 정부는 현장과 동떨어진 탁상 변명과 해명으로 마스크 대란을 그날그날 모면하려는 태도로 일관했다. 공급량이 충분하다던 기획재정부는 입을 닫았고, 권한 없는 식약처는 마스크 공장을 지켰지만 소용 없었다. 대통령은 여야 정당대표들과의 국회 회동에서 하루 이틀이면 해결될 거라 했지만 희망고문에 그쳤다. 전 국민에게 마스크 착용을 강조한 정부지만, 5천만명이 쓸 마스크는 애초에 없었던 것이다.
대통령은 공적 판매처를 통한 공적 마스크 공급으로 전국민의 마스크 착용이 가능하다고 믿었을 것이다. 아니 그렇게 보고 받았을 것이다. 대통령은 국민에게 마스크 부족을 시인하고 사과해야 할 상황을 꿈에도 몰랐을 것이다. 마스크 공급과 관련된 정부 부처가 모두 대통령에게 거짓 보고를 한 셈이다. 코로나19 대확산의 원인에 대해서는 논란이 있을 수 있다. 하지만 마스크 공급 문제는 수요와 공급이 투명한 행정이다. 마스크 하나 분별있게 배분하지 못하는 정부가 국민 신뢰를 요청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전쟁 중에는 장수를 바꾸지 않는다는 격언은 유효하다. 하지만 그 장수는 믿을 수 있고, 거짓이 없는 자여야 한다. 코로나19와의 전쟁은 국운이 걸린 문제다. 대통령이 전쟁을 승리로 이끌려면 민심을 얻어야 한다. 이를 방해하는 장수들은 쳐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