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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엑소더스' 에이스가 사라졌다

송수은 송수은 기자 발행일 2020-03-06 제15면

IBK기업은행 어나이 자진 퇴출
삼성화재 산탄젤로 이탈리아행
프로농구 외국인 이탈 더 심각
야구·축구 불안 '스포츠계 흔들'

코로나19 사태로 프로팀의 핵심 전력인 외국인 용병이 잇따라 퇴출하면서 한국 프로스포츠의 근간이 흔들리고 있다.

여자 프로배구 화성 IBK기업은행의 용병 어도라 어나이는 지난 4일 한국에서의 선수 생활을 지속하기 어려워 구단에 퇴출을 요청하면서 잔여 연봉 보전도 요구하는 내용의 문서를 보냈고, 이에 구단은 5일 현재까지 이와 관련한 논의를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기업은행의 사령탑인 김우재 감독은 어나이의 돌발행동에 대해 "시즌 막판에 유종의 미를 거둬야 하는데 안타깝다"고 운을 뗀 뒤 "어나이와 대화를 해봤는데 가족 얘기를 하면서 자신이 걱정된다고 해 본국으로 돌아가고 싶다는 의지를 나타냈다"며 "원만한 대화로 합의점을 찾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김 감독은 "속상하다. 현재 팀의 성적이 좋지 않더라도 프로라면 한 경기씩 최선을 다해 유종의 미를 거둬야 한다는 생각이 있어야 하는데, 그렇지 못해 아쉽다"고 토로했다.



기업은행은 승점 25(8승 19패)로 6개 팀 중 5위에 랭크돼 있다. 팀내 좋은 기류가 흘러 리그가 중단되지 않았다면 중위권으로 시즌을 마무리할 수 있었다는 게 김 감독의 구상이다.

남자부 삼성화재의 산탄젤로는 지난 4일 이탈리아행을 선택했다.

특히 무관중 경기를 시작한 프로농구는 배구보다 용병 이탈이 심각하다. 남자부 고양 오리온의 보리스 사보비치는 다른 리그를 찾고자 이탈했다.

안양 KGC는 브랜든 브라운·덴젤 보울스, 인천 전자랜드는 머피 할로웨이·트로이 길렌워터, 부산 KT소닉붐은 앨런 더햄·바이런 멀린스, DB는 치나누 오누아쿠·칼렙 그린, SK는 애런 헤인즈·자밀 워니 등이 모두 한국을 떠났다.

그나마 배구·농구의 선수 간 계약이 1년에 불과한 것과는 달리 프로야구와 프로축구는 최소 1년에서 최대 3년 단위로 계약해 이탈 현상은 아직까지 나타나지 않고 있다.

프로축구 한 관계자는 "배구·농구는 상황에 따라 시즌 중반에 팀에 합류하거나 해외로 옮기는 경우가 있지만 축구·야구는 장기적인 안목이 필요하다. 시장이 넓다 보니 국내에서 일정 기간 이상 잘해야 몸값을 올려 다른 팀에 옮기는 게 특성"이라며 "다른 팀의 움직임이 있지만 대체로 본인은 한국에 들어오고 가족은 본국에 있는 형태로 리그 참여를 하는 추세"라고 소개했다.

하지만 코로나19가 더 확산한다면 축구·야구도 용병들의 퇴출이 나올 수도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특히 용병들 간 SNS·카카오톡 등을 통해 자신들만의 의사결정을 내리고 결정사항이 빠르게 퍼지는 특성이 있어 좀 더 지켜봐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송수은기자 sueun2@kyeong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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