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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도권, 이대론 쓰레기에 묻힌다·(3·끝)더 나은 미래는]속 빈 강정 '재활용 강국 코리아'
이원근·이준석·공승배 발행일 2020-03-16 제2면

선별업체 넘긴 폐기물 포함 실제 50~60% 불과
정부, 포장재 '4개등급 분류' 법개정
분담금 늘수 있어 '업계 반발' 당분간 버티기 전망

# 재활용 수치만 높은 대한민국, 통계의 오류


환경부에 따르면 2017년 기준 폐기물 처리 비율은 재활용이 86.4%, 소각이 5.8%, 매립이 7.8%로 나타났다. 수치상으로는 해외 어느 나라와 비교해도 재활용 비율이 뒤떨어지지 않지만, 실상과는 거리가 멀다.

생활폐기물의 경우 재활용은 '수거-선별-처리' 세 단계 과정을 거친다.

시민들이 분리한 쓰레기는 수거 업체를 거쳐 선별업체로 넘어간다. 정부는 선별업체에 넘긴 폐기물 양까지 합쳐 재활용 통계에 활용한다.

선별업체에서 수거했더라도 또 한차례의 분리 작업이 이뤄지기 때문에 선별업체가 반입한 폐기물 전체를 재활용으로 볼 수 없다.

선별업체가 수거한 쓰레기 중 실제 재활용이 가능한 것들만 솎아내고 나머지는 소각장 또는 매립지로 보내기 때문이다. 따라서 정부가 86.4%라고 주장하는 재활용 비율은 분리수거 비율로 봐야 한다.

# 재활용품이라고 해서 다 재활용품이 아니다


편의점에서 쉽게 사는 커피 용기는 알루미늄 덮개로 입구가 밀봉돼 있다면 재활용이 어렵다. 형광으로 제작된 생수·음료수 플라스틱 용기도 재활용이 불가능하다.

형광이 아니더라도 유색 플라스틱 용기는 재활용이 불가능하거나 재활용해도 품질이 좋지 않다. 재활용이 어려운 유색 페트병의 생산을 금지한 일본과는 대조적인 모습이다. 종이도 마찬가지다.

비닐을 씌운 잡지 표지나 내부를 폴리에틸렌(PE)으로 코팅한 일회용 커피컵, 우유팩 등은 재활용이 어렵다. 재활용하려면 별도로 화학 처리를 거쳐야 한다.

이 때문에 두루마리 휴지나 종이타월 등 부가가치가 낮은 제품만 재활용되고 있다.

건설·산업 현장 등에서 발생하는 혼합폐기물 문제는 더 심각하다. 폐기물관리법상 5t 이하의 혼합폐기물은 신고 대상이 아니어서 별도의 구분 없이 배출할 수 있다.

폐기물 전문 처리 업체들은 이렇게 모인 폐기물을 인력을 동원해 분류해야 하는데 인건비 부담으로 폐기물을 몰래 버리는 사례가 자주 발생하고 있다.

선별 업체들은 수거해 온 쓰레기 중 30~40%가량은 재활용할 수 없다고 한다. 결과적으로 우리니라 실제 재활용률은 50~60%밖에 되지 않는 셈이다.

# 재활용률 높이기 위한 정부·유통업계, 더욱 속도 내야


환경부는 지난 2018년 4월 아모레퍼시픽·LG생활건강·CJ제일제당·롯데제과·롯데칠성음료·애경산업·오비맥주·하이트진로·농심·대상·광동제약·동아제약·코카콜라음료·남양유업·매일유업·빙그레·서울우유·제주특별자치도개발공사·해태에이치티비 등 제약·음료업체 생산업체 19곳과 재활용이 쉬운 포장재 사용을 위한 자발적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협약에 따라 이들 업체는 무색 페트병만 사용하도록 포장재의 재질·구조 등을 자율적으로 개선하기로 했다.

이들 업체가 생산하는 페트병이 국내 전체 페트병 출고량 26만t(2016년 기준)의 55%가량을 차지하고 있어 협약이 이행되면 음료와 생수병의 무색 페트병 사용 비율은 2016년 63.5%에서 2019년 85.1%까지 증가할 것으로 환경부는 예상했다.

이와 함께 국내 대표 막걸리 브랜드 '장수 생막걸리'가 올해 1월부터 용기를 친환경 무색 페트병으로 교체하고 롯데칠성음료는 1984년부터 사용한 '칠성사이다'의 초록색 페트병을 35년 만에 무색 페트병으로 교체했다.

이는 자원의 절약과 재활용 촉진에 관한 법률 개정에 따른 것이다. 재활용 용이성에 따라 포장재를 최우수·우수·보통·어려움 등 4개 등급으로 나누고, 등급에 따라 생산자책임재활용제도(EPR) 분담금을 차등두는 것이 주요 골자다.

또 색깔이 있어 재활용이 어려운 페트병과 몸체에서 라벨이 떨어지지 않는 일반접착제는 사용이 금지된다.

정부는 앞으로 재활용 등급에 따라 생산자가 납부하는 생산자책임재활용제도(EPR) 분담금을 차등해 부과하기로 했다. 가장 낮은 '어려움' 등급을 받은 업체의 분담금이 늘어나는 구조다.

문제는 일부 업계에서 반발이 거세지고 있어 이를 얼마나 받아들일지 예측할 수 없다는 점이다.

우선 와인은 산화와 변질을 막기 위해 직사광선이 투과하지 않도록 짙은 색상의 병을 사용하고, 위스키는 위조 방지를 위해 이중 캡과 홀로그램 라벨 등을 적용한다.

업계는 이 같은 특성을 반영하지 않고 재활용 업체의 용이성에 초점을 맞춰 동일한 개정안을 적용한 것에 대해 불만을 나타내고 있다.

또 화장품 업계는 거울이 붙어있는 팩트, 유색 용기에 담긴 화장품, 캔 소재의 헤어스프레이 등 현재 사용 중인 대부분의 화장품 포장재가 개정안에서는 '어려움' 등급을 받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업계는 일단 버티기에 들어간 모양새다. 실제 대부분의 화장품 업체들이 개정안 시행일에 맞춰 용기를 바꾸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기획취재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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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취재팀

글: 이원근, 이준석, 공승배기자
사진: 강승호차장, 조재현, 김금보기자
편집: 김영준, 안광열차장, 장주석, 연주훈기자
그래픽: 박성현, 성옥희차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