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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정부의 마스크 헛발질, 국민 상부상조로 극복하자

경인일보 발행일 2020-03-09 제19면

정부가 지난 5일 밝힌 마스크 수급안정대책에 따라 오늘부터 전국민을 대상으로 마스크 5부제가 실시된다. 국민 1인당 마스크 구매가 1주일에 2매로 제한되며, 출생연도에 따라 구매일도 정해졌다. 정부가 마스크 수요에 비해 턱 없이 부족한 공급량을 인정하고 사과한 뒤, 사실상 전시배급제를 시행하게 된 것이다.

하지만 이마저도 지난 주말 시범 시행과정에서 큰 혼란을 불러일으켰다. 아동과 노년층에 대한 대리구매를 제한한데 대해 비현실적이라는 비난 여론이 들끓자, 어제 정부는 만 10세 이하 아동과 만 80세 이상 노인에 한해 대리구매가 가능하도록 긴급 보완대책을 추가 발표했다. 자녀를 키우며, 부모를 모시는 가정에선 누군가가 매일 주민등록증과 주민등본을 들고 약국 앞에서 줄을 서야 하는 상황이다.

정세균 국무총리는 어제 대국민 담화문을 통해 "마스크 문제가 해소되지 못하고 있다"며 다시 한번 국민에게 사과하고, 마스크 5부제 안착을 위한 국민의 협조를 요청했다. 정 총리는 또 지난주 정부가 발표한 개정된 마스크 사용지침에 따라 야외·가정·개별공간에서의 마스크 착용 자제와 감염 위험성이 낮는 곳에서의 면마스크 사용을 당부하면서 "공직사회가 먼저 면마스크 사용에 앞장서겠다"고 밝혔다. 정부가 지난주 발표한 새로운 마스크 사용지침은 세계보건기구가 금지한 1회용 마스크 재사용과 면마스크 사용을 권고한 바 있다.

서글픈 것은 정부가 코로나19 발생 초기부터 마스크 수급에 대해 면밀히 대책을 세웠다면, 설령 배급제라 해도 지금쯤은 정착됐어야 할 마스크 공급대책이, 코로나19 만연기에 혼란을 겪고 있는 점이다. 마스크 공급에 문제 없다고 큰 소리 치며 허송세월하다가, 정작 필요할 때 대란을 일으켰으니, 국민 분노는 정부가 자초한 결과다.



하지만 정부의 실책과 실수를 탓하며 없는 마스크를 내놓으라고 요구해봐야 아무 이득이 없는 엄중한 상황이다. 정부가 헛발질해도 국민이 스스로 사태 해결을 위한 자구적 상부상조 정신을 발휘해 위기부터 넘기고 봐야 한다. 이미 충분히 마스크를 확보한 가정은 마스크 구매를 이웃에게 양보하자. 마스크를 넉넉하게 확보한 기업·단체에 근무하는 종사자들도 약국 구매를 자제하는 미덕을 발휘하면, 취약계층의 약국 구매가 한결 수월해질 것이다. 정부의 실책을 따지는 일은 나중으로 미뤄도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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