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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접촉자 0'…유럽서 입국 김포확진자 일행 첩보작전 방불 자가격리

김우성 입력 2020-03-28 20:14: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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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성판정을 받은 학생들이 지내고 있는 전원주택단지 초입. 외부인의 통행이 거의 없고 집과 집 사이가 멀찍이 떨어진 구조다. 김포/김우성기자 wskim@kyeongin.com

유럽에서 입국해 28일 김포에서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은 발레학원 강사 A(여·35)씨와 음성 판정을 받은 제자들은 공항 도착 직후부터 첩보작전을 방불케 하는 격리대책을 자체적으로 이행, 접촉자가 전무한 것으로 파악됐다.

학부모들에 따르면 서울 방배동 발레학원 강사 A씨는 이달 4일 제자들을 인솔해 유럽으로 출국했다. 수강생 B(고1)양과 C(고2)양, D(고3)양의 예술학교 입시가 예정됐기 때문이었다.

한국 분위기에 익숙했던 이들은 현지의 따가운 시선에도 마스크를 벗지 않았다. 쉽지 않은 여건 속에 독일 드레스덴과 영국 런던 등지로 그렇게 시험을 치르러 다니는데 코로나19가 삽시간에 유럽 전역으로 퍼져 시험이 줄줄이 취소됐다.

일정수행이 불가능하다고 판단한 A씨는 제자들과 호텔 객실에만 머무르며 항공권을 백방으로 알아봤다. 어렵게 구한 항공권으로 귀국길에 오른 시각, 한국의 가족들은 자가격리 대책을 논의하고 일사불란하게 움직였다.

먼저 강사 A씨의 아버지는 인천공항에 자가용을 갖다 놨다. 귀국하면 딸이 제자들을 태우고 직접 운전해 이동하도록 한 것이다.

B양 가족은 공동격리를 제안했다. 경남 김해와 서울 목동, 인천 부평구 등 거주지로 흩어지면 접촉자 발생이 불가피하다는 판단에서였다. 해외입국자의 경우 열이 안 나면 각자 자택에서 자가격리하는 게 방침이었다.

장소는 B양이 거주하는 김포시 하성면 석탄리 전원주택단지로 정해졌다. 근처에 B양 친척 소유의 주택 하나가 비어 있었다. 방 4개와 화장실 3개 등 격리조건도 완벽했다. B양 가족들은 이부자리와 생필품을 빈집에 채워넣고 기다렸다.

지난 26일 밤 A씨 일행이 하성면 격리공간으로 온 뒤부터 가족들은 식사와 간식을 문 앞에 배달했다. 건물 안에 B양이 있는데도 아직까지 얼굴을 못 봤을 정도로 서로 철저하게 격리수칙을 지켰다.

B양 어머니는 "아이들이 오기 전부터 빈집뿐 아니라 우리집도 전부 소독하는 등 준비하고 있었다"고 했다. 그러면서 "강사선생님이 평소에도 책임감이 강했는데 유럽에서 잠도 못 자고 아이들을 돌보느라 면역력이 약해진 것 같다"며 눈시울을 붉혔다.

A씨와 제자들은 이튿날 김포 관내 선별진료소에서 검사를 받았다. A씨는 확진, 제자들은 음성이었다. A씨는 경기도의료원 파주병원으로 이송됐다. 비행기에서 내린 이후 이들이 접촉한 인원은 0명이었다.

정하영 김포시장은 "시민들이 확산 방지를 위해 이렇게까지 노력해주시는 만큼, 김포시 모든 공직자가 코로나19 종식 때까지 사력을 다해 시민들의 건강을 지켜드리겠다"고 말했다. 

김포/김우성기자 wskim@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