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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원 눈치보느라 '지자체 행정' 선 넘는다

김민재·윤설아 김민재·윤설아 기자 발행일 2020-03-31 제3면

연수을·계양을 주민이 후보 초청
소각장등 현안 놓고 토론회 계획
업무소관 아닌데 요구 수용 우려
'님비' 못잖은 선심성 공약 남발


인천지역 총선에 나서는 여야 주자들이 지역구 민원 눈치 보기에 급급해 정책 선거는 뒷전인 채 '님비·핌피' 현상만 부추기고 있다는 지적이다.

이렇다 보니 정부 예산과 법률을 심사하는 국회의원을 뽑는 총선임에도 불구하고 자치단체장의 몫인 행정 영역까지 침범하는 공약도 나오고 있다.

인천 연수구 송도국제도시의 한 주민단체는 다음달 4일 인천 연수을 지역구에 나서는 통합당 민경욱 후보와 정의당 이정미 후보를 초청해 지역개발 현안을 두고 토론회를 벌인다.



토론주제는 지역개발과 교통현안이 주를 이루는데 여야 없이 오직 '송도'만을 위한 정책을 검증하겠다는 게 토론회 목적이다.

주요 토론현안은 인천타워, 송도·강남 급행철도, 송도 분구·특구, 불법자산 이관 등이다. 연수을은 송도 외에도 동춘동과 옥련동 일부를 포함한다. 그런데 이들 사안은 국회의원의 업무 소관이 아니라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소각장 건설 추진을 반대하는 계양구 주민들도 계양을 지역구 여야 후보들을 초청해 소각장 백지화 방안을 묻는 토론회를 다음 달 개최할 계획이다.

3기 신도시인 계양테크노밸리의 환경기반시설로 소각장이 계획되자 주민들은 크게 반발하며 이 지역 총선 이슈로 번졌다. 후보들은 저마다 지역 내 소각장 건설을 무력화하겠다고 나선 상황으로 인천시를 압박하고 있다.

이들 토론회는 선관위 주최의 공식 토론회가 아니라 유권자가 직접 기획·개최하는 토론회라는 특징이 있으나 민원성 공약 요구에 정치권이 부응할 수밖에 없을 것이란 우려가 나오고 있다.

실제 국회의원 후보자들은 총선이 다가오자 지역구 민원 해결을 빌미로 노골적으로 행정에 개입해 '감 놔라 배 놔라' 식으로 관계 공무원을 다그치는 사례도 발생하고 있다.

지난해부터 여야 후보군들은 각 지역에서 표를 의식한 '묻지마식' 여론의 전면에 나섰다.

서구지역 후보들은 청라소각장 현대화 사업을 두고 여야 없이 인천시 정책에 반대하며 폐쇄 후 다른 지역으로 이전해야 한다고 촉구했고, 이번엔 계양구 지역 후보들이 '우리 동네는 안돼'를 외치며 소각장 건설에 반대하고 있다.

특히 최근 제3연륙교 건설과 관련해서는 정부와 인천시가 고속도로화 추진을 이제 막 검토하는 와중에 총선과 연결지어져 실무진들이 검토조차 하지 못하게 막아서는 행태도 빚어지고 있다.

철도 건설 사업과 관련해서도 여야 주자들이 저마다 지역구에 노선을 넣기 위해 '님비' 못지않은 선심성 공약을 남발하고 있는 상황이다.

인천시 내부에서도 "해도 너무한다"는 반발 기류가 형성되고 있다. 총선 때문에 인천시가 장기적으로 추진했던 과제들이 휘청거리게 생겼고, 결국 이로 인한 피해는 인천 시민들이 볼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크다.

/김민재·윤설아기자 kmj@kyeong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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