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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전망대]코로나19 사태 지원정책, 적절한가

허동훈 발행일 2020-04-02 제18면

3차례 25조6천억 작년GDP 1.34%
피해 심한 伊·스페인 비슷한 규모
소득기준만으로 지원금 산정 한계
사회적거리두기·경기부양 딜레마
기업은 국민경제영향 우선 고려를

경제전망대-허동훈10
허동훈 인천연구원 부원장
정부가 코로나19 사태에 대응하기 위해 2월에 4조원의 긴급지원책을 발표한 데 이어 3월18일 11조7천억원의 추경예산을 국회에서 통과시켰다. 추가로 3월30일 정부는 소득 하위 70% 이하 1천400만가구에 긴급재난지원금을 4인가구 기준 100만원 지원하기로 했다.

소요비용은 총 9조1천억원이지만 이를 위한 2차 추경예산은 7조1천억원이라고 한다. 차액 2조원은 지자체가 부담하고 나머지는 세출구조조정 또는 국채발행으로 조달할 것으로 보인다. 세 차례의 지원책을 모두 합한 25조6천억원은 작년 GDP의 1.34%에 달한다. 이 규모는 적정한가?

외국과 비교해 정부 지원이 미흡하다는 의견이 많지만, 이번 긴급재난지원금을 포함하면 그렇게 적지 않다. GDP 대비 코로나19 관련 재정지원 규모는 대만 0.55%, 영국 1.5%, 이탈리아 1.4%, 스페인 1.3%, 독일 4.3%다. 피해가 덜한 대만은 우리보다 지원 강도가 약하다. 이탈리아와 스페인의 피해가 극심한 점을 고려하면 우리 지원 규모는 적은 편이 아니다. 그런데 미국은 그 비율이 무려 10.7%다. 미국과 비교해 우리 지원 규모가 적은 것이 사실이지만 평면적 비교는 곤란하다.

미국은 인구의 60%인 2억명에 가까운 인원이 외출 제한 명령을 받고 있다. 사실상 경제활동의 많은 부분을 포기한 상태여서 재정지원 규모가 클 수밖에 없다. 독일도 전국적으로 종교시설과 비필수적인 가게는 강제로 문을 닫게 했다. 반면에 우리는 비교적 방역에 선방하고 있는 편이다. 개학이 연기되고 피해가 큰 업종이 있지만 대다수 국민이 일상적인 경제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그리고 미국은 해고가 자유로운 나라여서 이런 사태가 계속되면 무급휴직자와 실업자가 쏟아지게 되어있다는 점을 고려해야 한다.



대부분의 나라가 그렇듯이 우리나라도 소득 불평등보다 자산 불평등이 더 심각하다. 따라서 소득 기준만으로 긴급재난지원금을 지원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재산의 소득환산액을 합쳐 기준소득을 산정하면 좋지만 시간이 더 걸리는 문제가 있다. 급여생활자는 최근 소득을 반영할 수 있지만 피해의 업종별 격차가 큰 소상공인은 전년도 연말정산 자료를 기준으로 삼을 수밖에 없는 문제도 있다. 피해가 심한 여행사 사장과 장사가 더 잘되는 배달음식점 사업주가 작년 기준으로 지원받는다. 물론 선별 비용을 고려하면 불가피한 측면이 있다. 중위소득을 넘는 가구가 긴급한 지원금이 필요한지도 의문이다. 위로 차원이라면 모든 국민을 지원하는 것이 낫고, 그렇지 않다면 저소득층에 대한 지원 및 고용유지금 확대가 더 나은 정책으로 보인다. 경기 부양을 위한 재정지원에는 또 다른 딜레마가 있다. 사회적 거리 두기와 소비촉진은 모순적인 목표다. 사회적 거리 두기를 하면 할수록 방역 효과는 커지나 소비는 더 위축된다. 긴급재난지원금이 손에 쥐어질 5월 이전에 코로나19 사태가 진정돼야 정책의 엇박자가 해소된다.

가계에 대한 지원 못지 않게 중요한 것이 기업에 대한 지원인데 정부는 과도하게 정서적 판단에 의존하는 경향이 있다. 정책의 우선순위가 소상공인, 중소기업, 중견기업, 대기업 순이다. 하지만 그런 식이면 호황인 중소 온라인쇼핑업체 업주가 대기업 대형마트 계산대 직원보다 우대를 받게 된다. 대기업에는 많은 직원과 수많은 협력업체가 있다. 회사 크기가 아니라 피해 정도 및 국민경제에 미치는 영향을 우선해야 한다. 대표적인 사례가 항공업이다. 인천국제공항 승객은 1일 약 20만명에서 1만명대로 감소했고 갈수록 줄고 있다. 국제선 운항을 아예 중단한 저가 항공사가 많다. 대형항공사도 어려운 것은 마찬가지여서 대한항공은 무급 휴직을 확대했고 아시아나항공은 4월부터 모든 직원이 최소 15일의 무급 휴직에 들어간다.

그런데도 정부 지원은 정류료, 착륙료 감면과 저가항공사 대상 3천억원의 금융지원 등 미봉책에 그치고 있다. 독일과 프랑스는 항공사에 무제한 금융지원을 하기로 했고 미국은 금융지원뿐만 아니라 아예 35조원에 달하는 보조금까지 지원하기로 했다. 여기에는 고용유지와 자사주 매입금지 등의 조건이 붙어있다. 우리도 대주주에게 돌아가는 혜택이 문제가 된다면 고용유지금이나 출자전환 옵션부 대출 형태의 지원을 선택하면 된다.

/허동훈 인천연구원 부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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