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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인칼럼]총선 결과 해석에 보수의 명운이 달렸다

최창렬 발행일 2020-04-22 제19면

거대 정당의 탄생은 정치지형 재정렬 의미
유권자, 통합당 대안부재 맹목투쟁에 응징
민주당도 코로나 변수 없었다면 패배 인식

'승패 수습·추경·공수처 대처' 시금석 될듯

최창렬
최창렬 용인대 통일대학원장(정치학)
21대 총선 이전과 이후의 한국정치는 어떻게 달라질까. 민주화 이후 1990년의 3당 합당으로 탄생한 218석의 민주자유당의 거대여당 이후에 180석을 지닌 공룡정당은 존재하지 않았다. 여대야소 정국에서도 17대 총선 152석, 18대 153석, 19대 152석으로 과반을 갓 넘겼을 뿐이다. 비례정당을 제외해도 163석의 거대정당의 탄생이 보수와 진보의 적대를 더욱 강화할지, 양 진영이 정치복원을 위한 정치력을 발휘할지 가늠하기 어렵다.

당장 통합당의 패배 수습이 어떤 수순과 형태를 띠느냐와 추경 편성에 대한 여야의 태도가 일차적 시금석이 될 것이다. 7월에 출범할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장 지명에 여하히 대처하느냐도 향후 여야관계를 가늠할 시금석이다.

정당의 승패는 병가지상사다. 패배한 정당은 분발하면 될 일이고, 승리한 정당은 다음에도 우위를 이어가려 할 것이다. 그러나 이번 선거는 절차적 민주주의로서의 주기적 투표권 행사라는 의미를 넘는 중대선거(critical election)라고 해석할 수 있다. 중대선거란 정치지형을 일거에 바꾼다든지 선거기간을 관통한 쟁점으로 정당체제의 재편이나 재정렬로 이어지는 것을 의미한다.

21대 총선을 중대선거라고 부를 수 있는 이유는 보수진영의 폭망에 가까운 역대급 패배 때문이다. 더불어민주당과 미래통합당 모두 선거에 불리한 요소들이 즐비했고 이는 코로나19라는 대형변수 앞에 잠복했다. 이번 선거에 여러 관전포인트가 있으나 이러한 정치적 쟁점들이 유권자의 판단의 논거로 얼마나 작동했느냐가 쟁점이다.



민주당에게는 친문의 기득권화와 연관된 청와대 하명 수사 의혹 등 진영정치와 조국 사태가 가져온 중도층의 이반, 경제난 등이 정권평가론과 맞닿아 있었다. 통합당에게는 야당심판론이 작동하고 있었다. 통합당 전신인 자유한국당이 보여줬던 대안부재의 맹목에 가까운 강경투쟁, 극단적 주장과 구호를 일삼는 '아스팔트 우파' 및 태극기 세력과의 동조현상, 이와 무관하지 않은 탄핵에 대한 인식의 한계 등이 본질적으로 보수진영의 발목을 잡고 있었다.

유권자는 이러한 실책들에 대해 결과론적으로 민주당보다는 통합당에 대한 응징을 택함으로써 보수에 대해 해체에 가까운 재정립을 명령한 것으로 해석해야 한다. 보수진영이 좌파사회주의, 좌파독재 등 수구적 프레임의 사고체계를 근원적으로 탈색하지 못하면 이번 선거의 충격은 향후 2년후 지방선거와 대통령선거에서도 재현될 수 있다.

민주당 역시 코로나19가 아니었다면 선거패배를 감수할 수 밖에 없었다는 현실인식을 외면한다면 2년 후의 대선에서 고배를 마실 수 있다. 21대 총선에서 보았듯이 유권자는 냉엄하게 정당들의 지난 궤적을 평가한다. 민주당의 압승과 통합당의 완패가 결합됐지만 4·15 쇼크로 불려도 무방한 21대 총선의 본질은 통합당에 대한 응징으로 해석할 수 있다.

보수진영이 이에 대한 의미를 오독(誤讀)하지 않고 보수가치의 정립과 인적쇄신을 통한 혁신, 기존의 정치적 패러다임과의 결별 등을 실천해 나간다면 21대 총선은 보수가치의 재정립이라는 새로운 지평을 열어갈 수 있다. 보수의 환골탈태가 대안정당으로서의 가능성을 열어간다면 진보진영도 긴장의 고삐를 조이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이는 21대 총선이 보수와 진보의 기울어진 운동장이 평평해지는 계기가 될 수 있음을 의미하고, 적대와 혐오에 기반한 한국정치의 패러다임의 대전환으로 이어질 수 있음을 의미한다. 4·15쇼크가 중대선거를 통한 한국정당체제의 재정렬의 단초가 될 수 있는 이유이다. 이러한 전망이 권력을 장악한 측에게 공허하게 들린다면 적대적 구도는 온존하거나 더욱 강화될 것이다.

통합당이 발상의 대전환으로 과대대표되어 있는 아스팔트의 태극기 세력과 선을 긋고, 탄핵반대에 대한 분명한 사과 입장과 함께 중도층에 다가간다면 한국정치는 또 다른 역동을 가져올 수 있다. 이는 전적으로 보수진영에 달렸다.

/최창렬 용인대 통일대학원장(정치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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