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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인칼럼]고령사회 위협하는 재산기준 건보료

이한구 발행일 2020-05-06 제19면

2주택 소유 등 소액 임대수입 은퇴 노인들
월평균 소득은 152만원 피부양 자격도 상실
엥겔지수 하위층인데 과부담… 대출 급증세
경제난 가중속 '은퇴 확대재생산' 더 큰 문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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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한구 수원대 교수·객원논설위원
종합소득세 납부시즌이 도래했다. 정부가 코로나19 발발로 종소세 납부시한을 8월 말까지 연장해주어 시간을 벌었지만 월세로 용돈이나 생활비에 충당하던 노인들은 개운치 않다. 연간 임대수입이 2천만원 이하여도 세무서에 사업자등록을 하고 6월1일부터 소득세를 내야 하는 것이다.

자식들의 건강보험에 얹혀있는 2주택 소유 노인들은 더 난감하다. 피부양자인 고령자가 임대사업자로 등록할 경우 수입 중 각종 비용 등을 공제한 후의 소득이 1원이라도 발생하면 건강보험 피부양자 자격을 잃는 것이다. 피부양자 자격을 상실하면 임대소득세보다 더 많은 건보료를 내야한다. 월세 50만원 이하 집주인들이 피부양자 자격에서 배제되면 손해일 개연성이 크다. 어르신들은 벼룩의 간까지 빼먹는다며 정부를 성토한다.

은퇴자들은 건보료 부담에 특히 불만이다. 어느 정도 재산은 있지만 소득이 직장 다닐 때보다 크게 줄어든 탓이다. 통계청의 '2018년 한국의 사회동향'에 따르면 은퇴가구의 월평균 소득은 152만원으로 전체 경제활동인구의 3분의 1수준인데 그나마 식비, 주거비, 의료비로 50% 이상을 지출한다. 엥겔지수를 기준하면 생활수준이 하위층이다. 2017년 기준 3개 이상의 만성질환을 가진 노인 비율은 51%로 2008년 대비 20.3% 증가하는 등 갈수록 의료비 지출이 늘고 있다. 식구들 중에 암환자라도 있으면 거리에 나앉을 수도 있다.

60대 이상 고령층의 가계대출 증가세도 가팔라지고 있다. 한국은행의 2019년 하반기 금융안정보고서에 따르면 2017년 이후 대출규제 강화에도 60대 이상의 가계대출 증가율은 연평균 9.9%이다. 같은 기간 40대(3.3%), 50대(4.4%)는 물론 30대 이하(7.6%)에 비해서도 월등하게 높다. 2018년 기준 60대 이상 가구의 처분가능소득 대비 금융부채 비율이 212.6%이며 대출비중은 전체 가계대출의 18%이다.



고령자들은 노후소득 감소에 대비해서 부동산 등 고정자산을 현금화하고 부채를 줄인다는 교과서 내용과 상이하다. 기대수명이 늘어나는 데다 노후 생계비를 직접 해결하기 위함이다. 2018년 60대 이상 부동산 임대가구는 2013년보다 48만6천가구 늘어난 169만6천가구로 연평균 7%씩 급증했다. 지난달에 국제통화기금(IMF)은 2008년 금융위기에 준하는 집값 하락 충격이 발생하면 고령층 차주를 중심으로 가계부채의 취약성이 드러날 것이라고 경고했다.

더욱 주목되는 것은 갈수록 은퇴인구가 확대 재생산되는 것이다. 통계청에 따르면 작년 9월 현재 대한민국은 세계 최저의 합계출산율과 수명증가로 고령화 속도가 세계 최고 수준이다. 2010년 65세 이상 인구가 전체 인구의 7% 이상을 차지하는 고령화 사회에 진입했는데 7년 만에 또다시 전체의 14%를 차지하는 고령사회로 전환했다. 통계청은 65세 이상의 고령인구가 2017년 707만명에서 2025년에는 전체인구의 20%인 1천만명을 상회할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노인인구 급증→소득절벽→소비위축→고용축소→소득감소→경제성장률 둔화의 악순환이 고민이다. 국세청은 임대수입 연간 2천만원 이하 임대사업자 대상자수를 100여만명으로 추산하고 있다. 제때에 여분의 집을 처분하지 못하거나 부득이한 사유로 건강보험료 피부양자 자격에서 배제되는 고령층의 경제난 가중은 불문가지이다. 항간에서는 코로나19 위기만 극복하면 경제가 급반등할 것으로 기대하지만 기저효과에 따른 착시일 뿐 'L자'형 장기불황 지속은 명약관화하다. 역대정부가 소액임대료에 대한 과세를 간과했던 이유는 효과는 별로인 데다 자칫 초가삼간만 태운다는 비난이 두려웠던 때문이다. 정부는 소액임대료 과세를 상가임대업과의 형평성을 내세우나 노인빈곤만 부추기는 인상이다. 재산을 기준으로 건보료를 부과하는 방식도 '선진 한국'의 국격(國格)에 부합하지 않는다. 국내 상거래 결제가 거의 전자화되어 정부가 마음만 먹으면 자영업자 실소득 파악이 가능하다. 재산을 건보료 부과기준으로 삼는 나라는 일본 몇몇 지역과 한국이 유일하다. 은퇴세대만이라도 소득 위주로 건강보험료를 부과해야할 것이다.

/이한구 수원대 교수·객원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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