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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반복되는 후진적 산업재해 끊어낼 결단이 필요하다
경인일보 발행일 2020-05-06 제19면

이천 물류창고 화재참사 유가족대책위원회가 4일 기자회견을 가졌다. "정부가 건설현장의 관리감독을 소홀히 하고, 노동부는 안전관리 인원이 부족하다는 이유로 건설현장을 감독하지 못해 사고가 났다"며 제도 개선을 촉구했다. 한 노동자는 대책위에 "한 달 동안 일하면서 안전관리자를 한 번도 본 적 없다"고 증언했다. 38명의 노동자가 떼죽음을 당한 이번 참사는 해마다 2천여명의 노동자가 산업재해로 목숨을 잃는 엄청난 비극을 관행적으로 용인해 온 우리 사회가 과연 정의로운지 묻고 있다. 12년 전 같은 지역 같은 유형의 화재로 40명이 숨진 참사가 판박이처럼 재연된 이번 참사는 우리 사회에 최종적이고 단호한 결단을 요구하고 있다.

정확한 사고 원인은 경찰 조사를 통해 최종적으로 확정될 테지만, 12년 전 1차 사고에 견주어 보면 이번 2차 사고도 안전관리 시스템 미작동 탓일 가능성이 확실해 보인다. 당국은 한익스프레스 물류센터 신축공사현장을 화재발생 위험현장으로 주목했다. 산업안전보건공단은 유해위험방지계획서를 심사하고 시공사에 화재위험을 경고했다. 하지만 당국의 안전관리 행정은 딱 여기까지였다. 경고만 했을 뿐 실제 현장관리는 시공사의 책임으로 떠넘겼다. 한 달 동안 안전관리자를 한 번도 본적 없다는 현장 노동자의 증언이 사실이라면, 당국은 서류 검토로 안전관리 시늉만 하고 기업은 현장 안전관리를 무시했고, 그 결과는 끔찍한 참사였다.

후진적 산업재해의 반복을 막을 결단을 더 이상 미룰 수 없다. 결단할 제도 변경의 방향은 분명하다. 산업현장 안전관리 행정의 실효성을 높이는 일이다. 이와 관련 중대재해기업처벌법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고 노회찬 의원이 발의한 이 법은 대형재해 발생 책임이 있는 기업과 정부책임자 처벌을 명문화하고 있다. 기업규제 논리에 밀려 국회에서 외면받은 법이다. 또한 이재명 경기도지사의 제안대로 산업현장의 근로관리는 공적 영역이 책임져야 한다. 정부의 산업현장 관리행정이 문서관리에 머무는 한 현장은 늘 위험할 것이다.

일각에선 중대재해기업처벌법이 과도한 기업규제라고 주장하고, 산업현장 근로관리 인원 확충에 따른 재정부담을 걱정할 것이다. 하지만 한 명의 현장관리 공무원으로 이번 사고를 예방했다면, 막대한 사회·경제적 손실은 없었을 것이다. 대형재해로 인한 사회·경제적 손실을 막기 위한 규제와 비용을 결단할 때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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