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인일보 뉴스홈

사회

[옛 모습 잃어가는 경기만 갯벌·(1)프롤로그]사람도 생물도 모두 살기 어려워진 갯벌

이원근·김동필·신현정 발행일 2020-05-18 제1면

가벼운 두손 '무거운 어깨'
17일 오후 안산시 대부도에서 나차술(83) 할머니가 갯벌작업을 마치고 집으로 향하고 있다. 할머니는 "뻘을 자꾸 메우고부터는 아무것도 안 잡혀, 다 죽어서(바지락, 조개 등) 나와"라며 사람들이 갯작업을 그만두는 이유를 말했다. 이어서 "30년 전만 해도 동네사람의 3분의 2는 갯작업을 해서 생계를 했었는데 지금은 우리 동네에 몇명 밖에 없어"라며 씁쓸해 했다. /김금보기자 artomate@kyeongin.com

제부도 숙박업소·해수욕장 썰렁
"갯가 망가져 관광객도 찾지않아"
간척·매립사업 이후 어획량 급감
1763t 잡히던 망둑어류 65t 그쳐

2020051001000303500014353




서해안 갯벌에서 소금 한 줌이면 젓가락처럼 긴 맛조개를 한 솥 잡아 석쇠에 구워 먹었던 시절이 있었습니다. 20년 전쯤의 이야기입니다.

서해안 갯벌 인근에서 자란 40대 이상 경기도민이면 한번쯤 경험해보았거나 전해 들었을 이야기입니다. 그러나 최근 갯벌에서 낙지 등 어패류를 잡아 아들, 딸 대학 보낸다는 그런 희망은 사라졌습니다.

경인일보는 앞선 2000년대 초 서해안 갯벌을 무대로 한 '경기만 기획'을 통해 부흥했던 갯벌의 이야기를 전해 드린 바 있습니다. 20년이 지난 2020년 경인일보가 다시 서해안 갯벌 이야기를 하려합니다. → 편집자 주

"다 죽었어. 하루 200마리 넘게 잡히던 낙지도 이제 찾아보기 어려워…."

서해안 갯벌의 대표 관광지인 제부도와 대부도(갯벌) 등이 명성을 잃어가고 있다. 섬으로 들어가는 데만 2~3시간 걸려 북적거리던 풍경은 이제 옛말이 됐다.


22.jpg
17일 오후 안산시 대부도에서 나차술(83) 할머니가 갯벌작업을 하고 있다. /김금보기자 artomate@kyeongin.com

지난 주말(16일)에 찾은 화성시 서신면 제부도. 해수욕장으로 가는 길 곳곳에는 녹이 슨 건물이 부서진 채 방치돼 있었다.

공사 또는 철거하다 멈춘 앙상한 철골도 길가 곳곳에 보였다. 펜션이나 모텔 등 숙박업소도 찾는 이들이 크게 줄었다. 해수욕장도 사정은 마찬가지. 텅 빈 테라스가 안타까운 횟집 상인들은 지나가는 차량마다 목이 터져라 '호객 행위'에 나서보지만, 횟집을 찾는 이들은 없었다. 모래사장엔 조개껍데기만 널브러져 있다.

갯벌 인근에서 횟집을 하는 상인들도 한목소리로 '갯벌이 망가졌다'고 입을 모은다. 제부도 상인 Y(65)씨는 "(서해안)갯벌이 다 죽었다"며 "망둥어나 낙지는 커녕, 바지락도 찾아 보기 어려워졌다"고 토로했다.

이어 "갯벌에서 사람들이 놀다 나와서 밥도 먹고 해야 하는데 갯벌이 망가지니까 사람들도 찾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2020051001000303500014352

통계청의 '어업생산동향조사'에 따르면 1980~90년대 서해 갯벌에서는 망둑어류 1천763t, 낙지 263t이 잡혔다. 하지만 지난해에는 각각 65t, 90t으로 급감했다.

어종이 풍부하던 과거 모습이 사라진 이유로는 지난 1991년부터 서해안 일대에서 이뤄진 간척·매립사업이 대표적으로 꼽힌다. 지난 1991년 화옹지구로 화성시 서신·우정·장안·남양·마도 일원 6천212㏊를 메웠고 1998년부터는 시화지구로 안산시 단원구 대부동·화성시 송산·서신면 4천396㏊에서 간척사업을 진행했다.

이로인해 서해 갯벌의 어획량도 크게 감소했다. 꽃게는 지난 1990년 1천936t에서 5년 뒤 172t으로, 주꾸미는 167t에서 16t으로 10분의 1 수준으로 줄었다. 대신 서해안 해수욕장을 중심으로 조개무덤이 '태산'을 이룬다.

/이원근·김동필·신현정기자 god@kyeongin.com


관련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