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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 모습 잃어가는 경기만 갯벌·(3)이유있는 어종·패 감소]간척으로 물길 막히자 '갯벌이 죽었다'

이원근·김동필 이원근·김동필 기자 발행일 2020-05-20 제1면

조개류, 모래·갯벌 섞여야 잘 성장
"시화방조제가 어장 생태계를 파괴"
치어·패 방류는 즉흥적 정책 불과
"매립·간척 중단… 막힌 물길 터야"

 

 

 


"물이 돌아줘야 하는데 그렇지 않으면 종패 사업은 효과가 없어…."

안산 선감도 어민 김모(62)씨는 "20년간 하고 싶었던 얘기를 이제야 한다"며 말을 이었다. 그는 "시화방조제가 어장 생태계를 다 파괴했다"며 "조개류는 모래 성분과 갯벌 성분이 골고루 섞여야 잘 성장하는데, 간척사업으로 갯벌 성분만 남았다"고 강조했다.

평택 쪽도 사정은 마찬가지. 평택 어민 박모(58)씨는 "서해대교가 들어서면서 내해도 모두 항만으로 지정하고, (서해대교 통하는)길을 내면서 갯벌 60~70%가 사라졌다"며 "무엇보다 우선돼야 하는 게 갯벌 생태계 복원"이라고 호소했다.

19일 경인일보가 만난 어민과 환경단체 종사자는 "갯벌이 망가진 건 물길이 바뀌었기 때문"이라고 입을 모았다. 간척사업을 진행하며 물길이 막혀 갯벌이 죽었다는 것이다.



간척 사업 이후 서해안 어민에게 갯벌 썩은 냄새는 익숙하다. 방조제로 인해 물길이 바뀌면서 모래는 감소하고, 실트·점토와 같은 펄이 증가하게 되는데, 염생식물이 서식을 못해 결국 갯벌이 퇴화하는 것이다. 일부 지역엔 오염된 유기물질이 과도하게 유입하면서 퇴적돼 썩기도 한다.

치어·패 방류사업 효과가 미미하다는 건 방류사업 역사가 말해준다.

경기도 내 지자체 등은 지난 1995년부터 갯벌 생태계를 복원한다는 취지로 해당 사업을 진행했다. 하지만 20년이 넘게 같은 사업만 반복될 뿐이다.

그럼에도 반복하는 건 어민들에게 당장 생계비를 보장해주기 위해서다. 망가진 생태계에서 어민들이 수익을 내게 하려면 외부에서 공수하는 방법이 가장 빠른 까닭이다.

환경단체나 어민들은 즉흥적 정책이 아닌 근본적이면서 장기적인 대안을 요구하고 있다.

박혜정 화성환경운동연합 사무국장은 "치어·패 방류 사업은 단기적으로 어민들을 돕기 위한 사업에 불과하다"며 "100개 뿌리면 1개 살까 말까한데 갯벌을 살리는 사업이겠느냐"고 했다.

이어 "갯벌을 복원하고 보존하기 위해서는 당장 매립·간척 사업부터 중단해야 한다"며 "막힌 물길을 터서 해수가 예전처럼 흐르게 하면 갯벌을 살릴 수 있다"고 했다.

안산지역 어촌계 관계자 A씨는 "오염된 갯벌을 살리려면 방조제를 트는 방법 외엔 없다"고 했고, 평택지역 어촌계 B씨도 "우리가 갯벌에서 쓰레기를 30t씩 수거하면서 갯벌을 살리려 노력하고 있는데 정부 차원에서 진정 어민들이 원하는 게 무엇인지 고려해 볼 때"라고 강조했다.

/이원근·김동필기자 phiil@kyeong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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