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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

[김영준의 재밌는 클래식·(52)스트라디바리우스]장인의 죽음과 함께 사라진 제작비법

김영준 발행일 2020-05-22 제1면

1100여점 생산 수억~수백억대 거래
'고가 = 뛰어난 음색' 견해 지배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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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트라디바리우스'는 이탈리아의 크레모나에서 태어난 악기 제작자 안토니오 스트라디바리가 만든 현악기를 말한다.

1644년에 태어났다고 전하는 스트라디바리는 1737년 세상을 뜰 때까지 1천100여 점의 현악기를 만들었다. 그중 바이올린 540점, 첼로 50점, 비올라 12점 만이 전해지는 것으로 알려진 시기도 있었지만, 세계 각지에서 추가로 200여 점이 더 스트라디바리의 제작품으로 밝혀졌다.

독특한 목재 처리와 디자인으로 인해 모방할 수 없는 음색을 내는 것으로 유명한 스트라디바리우스의 가격은 보존 상태에 따라 수억 원에서 수백억 원에 달한다.

장인(匠人)의 죽음과 함께 제작비법도 사라져버리면서 후대 악기 제작자와 과학자들은 그만의 악기 비밀을 찾기 위해 노력했다.

외견상 확인할 수 있는 것은 울림통의 f형 구멍이다. 대부분 바이올린에서 이 구멍은 대칭이지만, 스트라디바리우스는 대칭이 살짝 어긋나있다. 시각적 완전함을 버리고 청각적 완벽함을 추구한 장인의 고집 때문으로 보인다.

과학적 연구결과들도 적지 않게 나왔다. 그가 악기를 제작할 무렵 유럽은 '소(小)빙하기'였다. 유난히 추웠던 날씨로 인해 악기 제작에 쓰인 나무의 나이테가 촘촘하고 나뭇결의 밀도가 높아지면서 소리의 스펙트럼이 균일하고 음정 변화가 없는 악기가 나올 수 있었다는 것이다.

이 이론은 신빙성 있는 것으로 받아들여진다. 현존하는 유명한 악기들 대부분이 1700년대 제작되었고, 중부 유럽 고원지대의 단풍나무를 쓴 점도 겹치기 때문이다.

또한 당시 악기 제작을 위해 뗏목 형태로 베네치아까지 운반된 나무들은 해안에서 여러 달 동안 떠 있곤 했는데, 이 과정에서 나무에 흡수된 미네랄과 소금이 명기의 기본 토대가 됐다는 연구 결과도 나왔다.

2014년 프랑스의 한 대학에선 연주자와 악기 전문가, 일반 청중을 초청해 수차례에 걸쳐 블라인드 테스트를 진행했다. 스트라디바리우스와 현대에 제작된 바이올린을 비교해 들려준 후 커튼을 치고 연주되는 스트라디바리우스를 찾는 방식이었다. 전문가들은 절반 정도만 스트라디바리우스를 가려냈다.

특히 소리 선호도에선 청중 가운데 절반 이상이 현대 기술로 만든 바이올린이 더 좋다고 했다. 현대 제작된 바이올린도 수천만 원에 달하는 최고 수준의 악기였다.

결국 좋은 재질에 현대 기술력이 총동원돼 제작된 최고급의 요즘 악기가 수십억원대의 옛 악기보다 못하지 않다고 보는 게 합리적이다. 그러나 여전히 '비싼 가격=뛰어난 음색'으로 보는 견해가 지배적이다.

/김영준 인천본사 문화체육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