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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인 체육 유망주 The 챌린저·(5)]'복싱 샛별' 인천시청 김채원

임승재 발행일 2020-05-22 제15면

한참위 언니 울렸던 여고생 돌주먹이 '나야 나'

인천시청 복싱팀 김채원
한국 여자복싱의 기대주인 인천시청 복싱팀 소속 김채원은 코로나19 여파로 연기된 도쿄올림픽 출전을 목표로 하고 있다. /임승재기자 isj@kyeongin.com

'맞는' 동생과 체육관 문 두드려
대학·실업선수 상대 '깜짝 체전銅'
출전 제한·고교팀 해체 위기도
"차근차근 단계 밟아 목표 달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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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여자복싱의 떠오르는 '샛별'이 있다. 인천시청 복싱팀의 김채원(20·51㎏급)이다.

21일 인천시청 복싱팀이 훈련하는 체육관에서 그를 만나 처음 복싱과 인연을 맺게 된 사연부터 들어봤다.

학교폭력 문제가 사회적으로 이슈였던 초등학교 5학년 때의 일이다. 어느 날 어린 남동생이 친구에게 맞고 와 속이 상했다. 동생은 숫기가 없고 낯을 가리는 아이였다.

김채원은 "아빠가 '복싱이라도 배워보자'는 말에 하기 싫다는 동생을 이끌고 집 근처 복싱체육관을 찾았다. 그렇게 덩달아 취미로 복싱을 배우게 됐다"고 웃으며 말했다.

체육관 관장은 동생이 아닌, 그의 재능을 눈여겨보고 생활체육 복싱대회에 출전해 보자고 권유했다. 엄마는 여자아이가 무슨 복싱이냐며 반대했다.

그는 "딸이 거친 운동을 하는 게 무섭고 싫으셨던 것 같다"고 미소를 지었다. "재미있겠다. 한 번만 해보자"고 했던 아빠도 그때는 지금처럼 딸이 복싱의 길을 걸을 줄 몰랐을 것이다. 김채원은 처음 출전한 대회에서 덜컥 입상했다.

복싱 기대주로 성장하는 과정도 재미있다. 복싱부가 있는 양주시 덕정고에 입학한 그는 1학년 때 전국체육대회(이하 전국체전)에 나가 대학부, 실업팀에서 뛰는 한참 위의 언니들과 대결했다.

얼떨결에 처음 출전한 전국체전에서 결과는 동메달 획득. 복싱계가 깜짝 놀랄 만한 일이었다. 김채원은 "2학년이던 그해부터 여고부 선수는 전국체전에 출전하지 못하는 것으로 바뀌었다"고 했다.

인천시청에 입단한 계기도 남다르다. 고교시절 그는 승승장구했다. 또래선수들은 그의 적수가 되지 못했다. 하지만 3학년 때 갑자기 학교 복싱부가 해체되면서 선수생활의 위기가 찾아왔다.

김채원은 결국 집 근처 체육관을 다시 찾아갔다. 그를 처음 복싱의 길로 이끈 정해직 관장은 인천체고를 졸업한 인천 출신 복싱인이다.

인천시청 김원찬 감독과 친구 사이이기도 하다. 그 인연으로 김채원은 인천시청 복싱팀 선수들과 합동훈련을 할 기회도 얻었다. 그의 성장 가능성을 확신한 김원찬 감독은 지난해 고등학교를 졸업한 김채원을 영입했다.

"(신)종훈 오빠와 (오)연지 언니가 뛰는 인천시청 복싱팀에 입단하게 돼 기뻤다. 복싱 후배들이라면 한참 우러러보는 선배가 둘이나 있어 영광이었다"고 김채원은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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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시청 복싱팀 소속으로 2014년 인천 아시안게임에서 금메달을 목에 건 신종훈은 현재 선수생활을 은퇴하고 체육관을 열어 후배양성에 힘쓰고 있다.

오연지는 지난해까지 인천시청 소속이었다가 올해 울산시청으로 팀을 옮겼다. 오연지는 지난해 서울시가 개최한 제100회 전국체전에서 9년 연속 금메달이라는 대기록을 세웠다.

2011년 여자복싱이 전국체전 정식 종목으로 채택된 이후 단 한 번도 금메달을 놓친 적이 없다.

앞서 2015년과 2017년 아시아복싱연맹(ASBC) 아시아선수권대회에서는 한국 여자복싱 사상 최초로 2연패를 거뒀다.

2018년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에선 한국 여자복싱 사상 처음으로 아시안게임 금메달을 목에 걸었고 그해 세계선수권대회에서도 동메달을 수확했다. 오연지는 코로나19 여파로 연기된 도쿄올림픽 출전권을 따내기도 했다.

그런 오연지를 이을 재목으로 김채원이 손꼽히고 있다. 김채원은 "언니는 내가 봤던 그 누구보다 성실한 선수"라며 "'역시 잘 되는 사람은 다 그럴만한 이유가 있구나'라는 생각을 하게 됐다. 지금도 언니와 연락을 주고받는다"고 말했다.

김채원은 전국체전 금메달, 아시안게임 입상, 올림픽 출전이란 단기목표를 세웠다. 입단 2년 차인 그는 "감독님과 코치님이 관심을 가지고 지도해 주셔서 체력과 기술, 경기 운영 능력 등에서 많이 발전했다"며 "차근차근 단계를 밟아 나가면서 목표를 이루겠다"고 다짐했다.

/임승재기자 isj@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