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 신항 1-2단계 컨테이너 터미널에 항만 자동화 시스템 도입이 추진된다. 인천항에서 컨테이너 하역이 시작된 지 70여 년 만에 사람의 손을 거치지 않고 자동으로 화물을 운반하는 시스템이 구축되는 것이다.
1956년 미국 뉴저지에서 화물을 담은 컨테이너가 처음 등장한 이후 전 세계 각국의 컨테이너 터미널의 모습은 계속 변화했다. 배에서 컨테이너 화물을 하역하기 위한 세계 최초 안벽 크레인은 1958년 미국 샌프란시스코항에 설치됐다.
인천 남항 컨테이너 터미널 /인천항만공사 제공
인천항에 처음 컨테이너가 들어온 것은 이로부터 10여 년 뒤인 1970년 3월이다. 대한통운이 인천항에 컨테이너선을 월 2회 정기 취항하기로 하는 등 컨테이너 운송을 본격화했다. 당시 인천항에는 컨테이너 하역 장비가 없어 선박에 있는 장비로 컨테이너를 부두에 내렸을 것으로 추정된다. 1970년대에는 컨테이너 하역 설비를 갖춘 항만이 드물었기 때문에 컨테이너선 대부분은 자체 하역 장비를 갖추고 있었다고 항만업계 관계자는 설명했다.
1974년 인천 내항 4부두에 국내 최초 컨테이너 전용 부두가 만들어졌지만, 하역 장비는 2년 뒤인 1976년 도입된다. 인천항만공사에 따르면 같은 해 3월 한진이 운영하던 내항 4부두에 컨테이너 크레인이 만들어졌다. 당시에는 4~6명의 노동자가 선박에 올라 컨테이너와 크레인을 연결하는 방식으로 화물을 운반했다고 한다.
반자동화시스템이 도입된 인천 신항 1-1단계 컨테이너 터미널. /인천항만공사 제공
2003년 11월 인천 남항 대한통운 컨테이너 터미널이 문을 열면서 인천항 컨테이너 터미널의 본격적인 외항 시대가 열린다. 이 시기를 기점으로 인천항 컨테이너 물동량은 폭발적으로 늘어났다. 2003년 82만1천107TEU(1TEU는 20피트짜리 컨테이너 1대분)에 불과하던 인천항 컨테이너 물동량은 2005년 100만TEU, 2013년 200만TEU를 넘어섰다. 남항에서는 컨테이너 모서리를 콘으로 고정해 하역하는 대형 STS크레인을 처음으로 사용됐다.
수십 년 동안 사람이 직접 타고 눈으로 보면서 조종해온 컨테이너 터미널은 점차 자동화되고 있다. 로테르담항이 처음 자동화를 시도한 이후 미국, 중국, 싱가포르 등 외국 주요 항만들이 경쟁적으로 자동화와 무인화에 나서고 있다.
2015년 6월 개장한 인천 신항 1-1단계 구역은 장치장 크레인을 원격 조정하는 시스템으로 운영되고 있다. 기존 컨테이너 터미널은 선박에서 내린 컨테이너를 화물차에 싣는 작업을 사람이 탑승한 장치장 크레인으로 처리했지만, 신항 1-1단계 구역에선 사람이 타지 않는 대신 중앙통제실에서 원격 조종하고 있다.
항만 자동화 시스템으로 운영 중인 미국 롱비치 컨테이너 터미널(LBCT)/인천항만공사 제공
인천 신항 1-2단계 구역에는 완전자동화 시스템이 도입될 예정이다. 인공지능, 로봇, GPS 등의 기술을 적용해 장치장 크레인뿐만 아니라 안벽 크레인과 야드 트랙터 등도 자동으로 운영하는 기술이 도입된다. 인천항만업계에선 항만 자동화 시스템 도입으로 화물 처리 속도가 빨라지는 등 장점이 있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다만, 안벽 크레인을 비롯한 각종 하역 장비 무인 자동화는 기존 항만 인력 일자리와 직접 관련돼 있어 우리나라는 물론 세계 곳곳에서 노조의 반발을 사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