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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로컬의 재발견]탈중심화 가속… 다가오는 '비대면 사회'

경인일보 발행일 2020-06-24 제2면

보이지 않는 연결의 시대… 모이지 않고 만나는 우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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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0명 접속 '온라인 골든벨'
학교가 바뀐다

남양주 동화고, 쌍방향 수업 도입
"작년부터 준비, 활용 연구"


# 지난 4월 22일, 과학의 달을 맞아 남양주 동화고등학교에서 '사이언스 골든벨 대회'가 열렸다.

학생들은 문제를 듣고 주어진 시간 안에 답을 찾아 제출했다. 진행 담당 교사가 제출된 답을 훑어보고, 재치있는 오답을 쓴 학생에게 초콜릿이나 비타민 음료 같은 작은 상품을 따로 챙겨주기도 하며 진행의 묘를 발휘했다. 정답이 발표되면 기뻐하거나 실망할 새도 없이 학생들은 다음 문제에 집중했다.



2020 사이언스 대회에 참가한 학생은 모두 270명으로 역대 골든벨 대회 중 가장 많다. 강당을 가득 채울만한 인원이지만 보드에 정답을 적는 분주한 손길과 친구들의 응원 소리, 현장을 달구는 열기는 아쉽게도 없었다. 사실, 그 시간 학교는 비어 있었다.

참가 학생 270명은 각자의 집에서 학교 구글 계정에 접속했다. 유튜브 라이브 방송으로 문제를 듣고 정답은 따로 고지된 온라인 주소에서 기입해 제출했다. 문제를 듣고 검색할 시간이 주어졌지만, 인터넷 창을 이리저리 넘기며 답을 찾기에는 빠듯했다.

2학년에서 1등을 차지한 박주빈 학생은 "문제가 어려웠지만 모든 문제를 포기하지 않고 열심히 풀었다"며 "혼자였지만 상당한 긴장감 속에서 1시간을 보냈다"고 당시 분위기를 떠올렸다.

1학년 임찬영 학생은 "고등학생이 됐지만, 등교를 하지 않고 있던 때라 한 번도 본 적 없는 미지의 참가자와 경쟁을 했다"며 "온라인으로 활동을 함께 하니 좋았고, 문제가 어려웠지만 평소 잘 읽지 않던 과학 자료를 읽게 되고 학습에 자극이 됐다"고 참가 소감을 전했다.

이번 '온라인' 사이언스 골든벨이 진행된 장소는 경기시청자미디어센터다. 동화고 최강 팀워크를 자랑하는 과학환경부 선생님들은 코로나19로 개학이 미뤄지고 있는 가운데서도 과학의 달을 그냥 보낼 수 없다고 생각했다.


학교 내부에서 크로마키판을 설치하고 온라인 골든벨을 진행하려던 참에 전국 시청자미디어센터가 원격수업 현장 안착을 위한 온라인 강의 제작 지원을 한다는 소식을 듣고 장소와 장비, 기술지원을 받았다.

골든벨 진행을 맡은 박종일 선생님은 "마침 남양주에 이런 기관이 있었던 것이 큰 도움이 됐다"며 "학생들과 새로운 방식으로 만났다는 것도 즐거운 경험이지만, 장차 학교의 역할과 방향성에 대해 생각해 볼 수 있는 시간이었다"고 말했다.

지난달부터 학생과 선생님들은 부분적으로 만나고 있다. 일부 등교를 하고 일부는 온라인 수업을 한다. 서로 서먹한 상태로 중간고사를 보았다. 하루 일과를 마치면 조금 쓸쓸한 기분이 들기도 한다. 그러나 온라인 수업의 장점을 파악하고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학생도 있다.

3학년 김수민 학생은 "수업을 받는 입장에서 쌍방향 수업이 집중도가 높아져서 좋았다"며 "화면에 선생님만 보이는 게 아니라 내 모습도 보이니까 흐트러지지 않을 수 있는 게 장점"이라고 말했다.

동화고는 계속해서 수업 외 활동을 온라인으로 진행하기 위한 노력을 하고 있다. 지난 5월 26일에는 '자율주행자동차의 현재와 미래'라는 주제로 온라인 강연회를 열었다. 이 학교를 졸업한 권기풍 박사가 기꺼이 강연에 나섰다. 권 박사는 미국 실리콘밸리에서 일하고 있지만 코로나19 때문에 귀국해 있던 참이다.

그의 강연을 90명의 학생들이 들었다. 매년 특강을 진행했지만 장소 문제로 40여명만 신청을 받았는데, 올해는 더 많은 학생들이 함께할 수 있었다. 오는 7월에는 실험 꾸러미를 배부하고 온라인 실험을 진행할 계획도 가지고 있다.

동화고등학교처럼 100% 쌍방향 수업을 진행하고, 인터넷을 활용한 특별 프로그램을 진행할 수 있는 학교는 많지 않다. 코로나19가 발생하기 전부터 온라인 교육을 위한 시스템을 구축하고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다.

한은영 부장교사는 "작년부터 온라인을 활용한 교육을 진행하기 위해 준비하고 있었는데, 코로나19로 등교를 못하면서 조금 빨리 진행하게 됐다"며 "장기화에 대비해 수업 운영뿐 아니라 평가, 다양한 활용 방안을 연구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직장에서 일' 고정관념 변화
대도심 해체로

불특정 장소 업무 가능 확인
기업들 이탈 '엣지시티' 형성 예상


# 콘텐츠 관련 일을 하는 A씨는 지난 2월부터 5월까지 재택근무를 했다. 국내에 코로나19 확진환자가 발생하기 시작할 무렵부터라 사회적 거리두기를 일찌감치 실천할 수 있었다.

방 하나를 사무실로 삼아 근무시간을 정확히 지키며 일했다. 4살 아이에게 일하는 중이라는 것을 알려주기 위해서였다. 초반에는 아이와의 기싸움으로 힘들었다. 아이도 어린이집에 가지 못하니 집에 있는 아빠와 놀겠다고 보챘다. 그러나 얼마 지나지 않아 근무시간이라는 것을 이해하고 협조(?)했다.

A씨의 회사가 일찌감치 재택근무에 돌입할 수 있었던 것은 관련 시스템이 갖추어져 있었기 때문이다. 코로나19 발생 이전부터 외부 어디서든 회사 서버에 접속해 업무 처리를 할 수 있었고, 많은 인원이 그렇게 일을 하고 있었다. 불특정 장소에서 업무가 가능했는데, 감염병으로 특정 장소인 집에서 일을 하게 된 것이었다.

A씨는 코로나19가 재택근무로 향하던 속도를 높인 것이라고 생각했다. 업무 효율성 면에서 다수의 직원들은 만족하고 있었다. 그러나 이번 재택근무가 시작된 이유가 코로나19인 만큼, 확산세가 주춤하자 예전 근무 방식으로 돌아갔다.

A씨는 "일은 직장에서 해야 한다는 고정관념이 바뀌어야 재택근무가 뉴노멀로 자리잡을 수 있을 것 같다"며 "지금 갖추어진 인프라가 아깝다는 생각도 들지만, 우선 코로나19 상황이 끝나 불안감 없이 직장에 모일 수 있게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코로나 시대의 주요 키워드 중 하나는 언택트(Un+Contact, 직접 대면하지 않는다는 의미의 신조어)다. 이것을 가능하게 하는 것은 온라인 네트워크다. 우리는 온라인을 통해 힘겨운 변화의 상당 부분을 극복할 수 있었다. 인천 송도에서 플리마켓이 온라인으로 열렸고, 인천시는 정책토론회를 온라인으로 개최할 계획이다.

성남 분당의 한 게임회사는 '랜선 회식'을 열어서 눈길을 끌었고, 경기아트센터 국악원은 올해 첫 공연을 무관중 온라인 생중계로 진행했다. 우리는 만나지 않고도 많은 활동을 할 수 있는 4차산업 혁명의 한복판에서 코로나와 만났다. 페스트 시절과 비교하면 꽤 희망적이다.

경기연구원이 지난 2017년 발표한 '4차 산업혁명에 따른 미래 도시발전방향에 관한 연구'에 따르면 4차산업 혁명에 의한 네트워크 발전이 대면 접촉의 필요성을 줄이고, 주거 형태는 직장과 집이 가깝다는 의미의 '직주근접'에서 더 나아가 '직주일체'로 변화할 것이라는 예측이 나왔다.

기업들이 도심 업무 지역에서 빠져나가 도심과 부도심의 역할이 줄어드는 한편, 교외화가 진행되면서 중소도시들이 자족형 '엣지 시티(교외도시)'로 형성되면서 새로운 형태의 도시구성이 이뤄질 것으로 내다보았다.

이와 함께 가장 큰 변화가 예상된 영역은 교육이다. 많은 학자들이 초지능, 초연결 사회가 되면 장소로서의 학교의 의미가 퇴색할 것으로 내다봤다. 도시는 커다란 변화를 준비하고 있었다. 이러한 준비 과정에 감염병 바이러스의 출현은 계획에 없었지만, 변화를 이끄는 하나의 강력한 요인이 됐다.

코로나19는 재택·원격근무와 원격 학습을 부추겼다. 덩달아 비대면 구매가 크게 늘었고 원격의료 서비스가 생활 속으로 들어왔다.

한국노동연구원 4월 주요노동동향 자료에 따르면 지난 2월 25일부터 열흘간 426개 사업장, 6천241명이 코로나19로 재택근무를 포함한 유연근무제 지원을 신청했다. 이 중 재택근무 신청이 3천792명(60.8%)으로 가장 많았다. 이는 지난해 전체 재택근무 신청인원(317명)의 약 12배에 달한다.

가속화 한 것이 있는 반면, 멈추어 선 것도 있다. 대중교통 이용이 줄었고, 공연장 등 다중이용시설은 폐쇄됐다. 국토교통부의 국토이슈리포트 17호에 따르면 3월 첫째주 대중교통 이용객은 고속버스는 -69%, 택시 -32%, 시내버스 -32%, 전철은 -38%였다. → 그래프 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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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천727석 규모의 '아트센터인천'은 올해 신년음악회를 끝으로 더는 공연을 열지 못했다. 상반기 공연뿐 아니라 많은 이들의 기대를 모았던 '바르샤바 국립 필하모니 오케스트라&샤를 리샤르 아믈랭'의 10월 공연마저 취소됐다.

편리한 교통과 수준 높은 문화시설 등 도시의 가치를 높여준다고 믿었던 시설들에 대한 시선이 조금은 달라졌다. 많은 사람을 수용할 수 있는 크고 화려한 시설은 올해만큼은 경계의 대상이 됐다. 이를 계기로 도시 전체의 변화를 예상하는 이들도 있는데, 도시와 전염병의 역사를 살펴보면 이러한 예상이 한결 타당하게 여겨진다.

/기획취재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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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취재팀
글 : 김성호·민정주차장, 신지영기자
사진 : 김용국부장, 김금보·김도우기자
편집 : 안광열차장, 장주석·연주훈기자
그래픽 : 박성현·성옥희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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