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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성단]제주 남방큰돌고래의 모성애
윤인수 발행일 2020-06-30 제1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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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산 폭발로 한 순간에 사라진 고대 도시 폼페이는 지금도 발굴이 진행 중인데, 비참하기 짝이 없는 시민들의 화석은 당시의 재앙이 얼마나 순간적이며 참혹했는지 보여준다. 하지만 아이를 끌어안고 그대로 숨진 어머니의 화석은 지옥불 보다 뜨거운 모성애로 감동을 준다. 여자는 약하지만 어머니는 강하다는 금언은 진리다. 위기의 순간에 자녀를 지키려는 모성애가 빛났던 사례는 열거하기 힘들다. 십자가에서 처형된 예수를 안고 슬퍼하는 마리아, '피에타'는 모성을 신성(神性)으로 승화시킨다.

동물의 모성애도 인간 못지 않다. 최근 제주 앞바다에서 남방큰돌고래 어미 하나가 죽은 새끼 돌고래를 며칠 째 업고 다니는 동영상이 공개돼 큰 감동을 남겼다. 국립수산과학원 고래연구센터가 처음 발견했을 때 새끼는 이미 형체를 알아보기 힘들 정도로 부패했다고 한다. 이 센터의 김현우 박사는 "어미 돌고래가 2주 이상 이런 행동을 계속 해 온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제주 돌고래를 연구해 '남방큰돌고래'라는 이름을 작명한 그에 따르면 죽은 새끼를 향한 어미 돌고래의 모성이 이전에도 관찰됐다고 한다. 돌고래는 숨을 쉬어야 하는 포유류다. 새끼를 수면 위로 밀어올려 호흡을 시키려는 동영상 속 어미의 모성애는 인간의 그것과 한치의 차이도 없었다.

물론 모성애를 달리 보는 시각도 있다. 리차드 도킨스는 '이기적 유전자'에서 모성애를 유전자의 발현이라고 강조했다. 생물학적으로는 유전자(새끼)를 지키려는 유전자의 명령이자, 진화의 결과일 뿐이라는 것이다. 여성계는 모성애가 여성 차별을 정당화하는 프레임으로 작동할 것을 경계한다. 프랑스의 시몬 드 보부아르는 "모성은 여성을 노예로 만드는 가장 세련된 방법"이라고 모성애 담론 자체를 비판했다. 하지만 이런 생물학적 주장과 사회적 비판에도 불구하고 모성은 어머니가 있는 한 불변의 인간적 가치이다. 엽기적인 자녀학대 사건이 속출하는 패륜의 시대에는 더더욱 존중해야 할 덕목이다.

제주 남방큰돌고래가 우리 사회에 간간이 던지는 사회, 문화적 화두가 묵직하다. 동물학대 논란을 던지고 제주바다로 돌아간 제돌이·태순이·복순이에 이어 이번엔 어미 돌고래 'JBD085'가 모성의 가치를 되새겨주었다. 그 제주 남방큰돌고래가 요즘 고래관광 선박들의 지나친 접근으로 괴로워한다고 한다. 100여 마리에 불과한 멸종위기종이다. 자제해야 한다.

/윤인수 논설실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