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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장내 괴롭힘 금지법 1년·(1)달라진 것 없는 현실]회사 벗어나지 못하는 '피해자의 절규'
신현정 발행일 2020-07-15 제1면
신고해도 사업주가 1차 조사 의무
"묵살한 법인이 다시 조사" 지적도
사실상 무마되거나 솜방망이 처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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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이 시행된 지 1년, 우리 사회는 얼마나 바뀌었을까. 지난해 7월 16일 직장 내 괴롭힘을 처벌하는 내용이 포함된 근로기준법이 개정됐다.

시민단체 '직장갑질119'가 14일 직장인 1천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응답자 전체의 46.5%가 괴롭힘이 줄어들지 않았다고 답했다.

경인일보가 만난 직장 내 괴롭힘을 고발한 피해자들 역시 법 시행 이후에도 '달라진 것은 없다'고 말했다. 오히려 괴롭힘을 고발하고 난 뒤 겪어야 하는 후폭풍이 거세 두렵다고 호소하고 있다. → 편집자 주

경인일보가 보도한 여성 긴급전화 1366 경기센터 내 직장 내 괴롭힘(6월 5일 5면='피해자 보호' 여성 긴급전화 1366 경기센터서 직장내 괴롭힘)은 '직장 내 괴롭힘'으로 인정받았지만, 가해자인 센터장은 '업무정지 10일' 처분만 내려진 것으로 확인됐다.

이처럼 용기를 내 직장 내 괴롭힘을 고용노동부에 신고해도 사업주에게 1차 조사 의무가 있어 사실상 무마되거나 처분이 미미하다.

이번 사례의 경우에도 피해자들이 중부고용노동청경기지청(경기지청)에 직접 직장 내 괴롭힘을 신고했지만, 경기지청은 1366 경기센터의 인사 총무를 위탁운영하는 A법인에 조사권한을 넘겼다. 이미 피해자들이 A법인에 피해사실을 알렸지만 이를 묵살했다고 주장하는데도 경기지청은 '절차상' 그럴 수밖에 없다는 입장이다.

조사권한을 넘겨받은 A법인은 센터장 B씨가 상담원 C, D에게 가한 행위 중 일부를 직장 내 괴롭힘으로 인정하면서도 업무정지 10일의 가벼운 처분만 내린 채 경기지청에 해당 내용을 통보했다. 경기지청은 통보받은 내용을 그대로 피해자들에게 전달했다.

피해자인 상담원 C씨는 "고작 10일 업무정지 뿐인 것은 너무 부당하다. 누구 하나 죽어야 관심거리가 되겠느냐"며 "10일 뒤(19일) 돌아올 센터장이 어떤 암묵적인 괴롭힘을 할지 불안하다"고 토로했다.

그는 이어 "법인에 말했을 때 제대로 조치가 이뤄지지 않아 경기지청에 진정을 넣은 것인데 법인으로 다시 조사권한이 넘어갔다"며 "경기지청에 호소했지만 회사가 조사를 하고 있으니 회사에 문의하라고만 답했다. 제도가 너무 모순적인데, 법을 만든 사람한테 묻고 싶다"고 호소했다.

피해자들은 2차 가해 발생 시 회사 측에 '재진정'을 요청할 생각이지만 얼마나 효과가 있을지는 미지수다.

이 사건을 담당한 근로감독관은 "직장 내 괴롭힘의 1차 조사는 사업주에게 있다"며 "사업주(A법인)가 직장 내 괴롭힘을 인정했고 가해자에 대한 조치도 내려져 해당 내용을 진정을 제기한 이들에게 통보하는 게 절차"라고 설명했다.

/신현정기자 god@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