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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쪽짜리 고도정수처리 '벌레 유입' 자초했다

윤설아 윤설아 기자 발행일 2020-07-16 제1면

인천시 '수돗물 유충' 사태

서구 부평일대 상수도 유충 발생 관련 공촌정수장
15일 인천시가 공촌정수장(사진)과 부평정수장을 사용하는 북부 일대 수돗물에서 산발적으로 유충이 발견되고 있는 상황에서 두 정수장의 고도정수처리공정을 일반공정으로 전환했다고 밝혔다. /조재현기자 jhc@kyeongin.com

공촌정수장 '활성탄 여과지' 시설

적수 의식 오존처리없이 조기 가동
결국 밀폐화 안돼 '유충 유입 취약'
한번 더 깨끗이 하려다 화키운 꼴


인천 수돗물에서 발생한 벌레 유충의 유입 경로로 지목된 공촌정수장 고도정수처리시설(활성탄 여과지)이 밀폐시설 없이 급조돼 벌레 유입을 자초했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공촌정수장은 무려 390억원이 투입돼 고도정수처리시설이 설치됐으나 일반 정수장보다 유충 유입에 취약한 구조로 드러났다.

15일 인천시 상수도사업본부에 따르면 인천시는 2016년 6월 서구 공촌정수장에 활성탄 여과지를 갖춘 고도정수처리시설을 착공해 지난해 9월 준공했다. 활성탄 여과지는 숯과 비슷한 고순도 탄소 입자로 채워져 있는데 유기물을 협착하는 특성이 있어 냄새나 이물질 등을 제거하는 역할을 한다.

인천시와 관계기관의 조사 결과 현재로선 활성탄 여과지로 유입된 유충이 가정까지 흘러들어갔다는 것이 유력한 원인으로 꼽히고 있다.



공촌정수장 활성탄 여과지의 벌레 유입은 밀폐화가 이뤄지지 않은 상태에서 고도정수처리시설을 조기 가동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고도정수처리시설은 일반적인 표준 정수처리 과정 외에 오존 처리와 활성탄 처리 과정이 추가된 시설인데 공촌정수장은 활성탄 처리 과정만 도입된 반쪽 짜리다.

지난해 공촌정수장에서 붉은 수돗물 사태가 발생하자 활성탄 처리 시설만 갖춘 상태로 조기 가동한 것이다. 오존 처리시설은 내년 준공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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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은 부평정수장. /조재현기자 jhc@kyeongin.com

오존 처리시설은 염소보다 강력한 UV자외선이나 오존을 이용해 물을 정수하다 보니 유리막 등 칸막이 설치가 필수적이라 벌레가 유입되기 어려운 구조다. 하지만 공촌정수장은 활성탄 처리 시설을 우선 갖추고 나중에 오존 처리시설을 도입하려다 보니 밀폐화가 이뤄지지 못했다.

결국 표준정수과정을 거친 뒤 한 번 더 수돗물을 깨끗이 하려다 벌레가 유입할 수 있는 길을 열어준 꼴이 됐다.

운영 과정에서도 벌레가 생존하기 좋은 조건이었다는 진단도 있다. 활성탄 여과지를 자주 세척할 경우 생물막이 제거될 수 있어 세척 주기가 15~20일로 긴 편이다. 그 사이 날벌레가 여과지에 알을 낳아 유충이 발생했다는 얘기다. 유충은 염소 등으로도 쉽게 죽지 않는 것으로 알려졌다.

인천시는 공촌정수장의 고도정수처리공정을 중단하고 표준 공정으로 전환했다. 또한 벌레 퇴치기를 설치하고, 여과지 세척 주기 단축, 중염소 추가 투입 등을 실시했다. 고도정수처리시설이 없는 표준 공정의 경우 입자가 고운 여과사(모래) 등을 사용한 후 바로 배수지로 내보내기 때문에 오히려 유충 유입 가능성이 낮을 수 있다.


박영길 인천시 상수도사업본부장은 "고도정수처리 시설은 밀폐화가 의무는 아니나 공촌정수장의 경우 아직 오존처리 시설을 하지 않아 밀폐되지 않은 것은 맞다"며 "공정상 순차적으로 진행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윤설아기자 say@kyeong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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