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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수도 이전' 아닌 부동산 정책 실패부터 인정하라
경인일보 발행일 2020-07-23 제19면
김태년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의 '행정 수도이전' 발언이 일파만파다. 김 대표는 20일 교섭단체 대표연설에서 "국회가 통째로 세종시로 내려가야 한다. 청와대와 정부부처도 모두 이전해야 한다"고 주장한 데 이어 다음날 "국회 행정수도완성특별위원회를 구성할 것을 정치권과 시민사회에 정식으로 제안한다"고 재차 밝혔다. 김 대표의 발언이 있었던 후 마치 기다렸다는 듯 여당 인사들이 수도이전을 들고 나오는 걸 보면 즉흥적인 게 아님을 알 수 있다. 사전에 충분히 논의됐다는 얘기다.

수도 이전은 때만 되면 거론되면서 정치권을 달군 주요 사안이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은 2002년 대선에서 행정수도 이전 공약으로 당선되기도 했다. 이명박 전 대통령 역시 임기 중 행정중심복합도시를 기업·연구 중심도시로 바꾸는 내용의 '세종시 수정안' 처리를 추진하다 역풍을 맞기도 했다. 그만큼 민감한 사안이다. 이를 예상이나 하듯 김 대표가 수도이전 얘기를 꺼내자 정치권이 벌집 쑤셔 놓은 듯 공방을 벌이고 있다. 심상정 정의당 대표조차 "단지 부동산 실패를 모면하기 위한 국면전환용 또는 선거용 카드로 '행정수도 완성론'을 들고 나온 것이 아니길 바란다"고 말했을 정도다.

그러나 수도이전을 차기 대선까지 끌고 가 정권 재창출에도 활용할 것이라는 징후가 여기저기서 감지된다. 수도 이전을 개헌과 연결해 이를 쟁점화할 것이라는 말까지 나돈다. 설마 그럴 리는 없겠지만, 민주당이 이런 생각으로 수도이전 문제를 꺼냈다면 이는 국민의 정서에 반하는 것이다. 수도 이전은 정치뿐 아니라 경제, 사회, 문화 권력 등 국가 전체 역량이 이전하는 것이어서 국가 차원에서 백년대계로 다뤄져야 할 사안이다. 국민의 동의가 있어야 함은 물론이다. 국론이 분열될 정도로 혼란 속에서 2004년 헌법재판소가 위헌 판정을 내린 것도 이 모든 것을 고려해 내린 결정이었다. 그런데 다시 그런 혼란을 겪자고 하니 개탄스러울 뿐이다.

문재인 정부의 부동산 정책은 사실상 실패한 것이다. 22번의 정책 발표에도 아파트 가격은 요지부동이다. '그린벨트'논란에서 보듯 당·정·청이 머리를 맞대고도 대책을 내놓을 수 없을 정도로 모든 게 엉망이 됐다. 그런데 누구도 정책 실패에 대한 책임을 지려고 하지 않는다. 오히려 수도이전으로 이를 감추려 하고 있다. 지금은 터무니없는 수도 이전보다 부동산 정책 실패를 인정하고 대책 마련에 나서는 게 먼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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