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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전망대]보유세는 세입자에게 전가될까?
허동훈 발행일 2020-08-06 제18면
"전월세 인상 세입자 부담 떠넘겨"
보수언론이 단골로 제기하는 주장
한국은 땅값이 높아 집주인 몫이 커
소유편중 소득재분배 누진세 효과
"서민 더 피해…" 이론적 근거없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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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동훈 인천연구원 부원장
보유세를 올리면 집주인이 전세나 월세를 올려 세입자에게 부담이 전가된다는 주장이 있다. 세입자 중에 서민이 많으니 결국 서민에게 부담을 주는 정책이라고 한다. 보유세가 인상될 때마다 보수언론이 반복적으로 제기하는 주장이다. 얼핏 들으면 그럴듯하지만 적어도 한국에 관한 한 이론적 근거는 취약하다. 세금은 명목상 세금고지서를 받는 사람이 내지만 세금으로 인해 가격 등 다른 변수가 변하므로 최종적이고 실질적인 부담은 다를 수 있다. 세금의 실질적인 부담을 조세귀착이라고 하는데 보유세의 조세귀착에 대해 알아보자.

조세귀착은 수요와 공급의 탄력성에 달려 있다. 탄력성이란 세금에 대처하는 운신의 폭을 뜻한다고 보면 된다. 세금을 회피하기 위해 수요나 공급을 조절할 능력이 있으면 거래 상대방에게 세금을 전가할 수 있다. 예를 들어 필수재에 대해 세금을 올리면 수요의 탄력성이 없는, 즉 선택의 여지가 없는 구매자가 세금을 부담하게 된다. 보유세의 조세귀착에 관해서는 확고한 정설은 없다. 올드뷰(Old View)라는 견해는 보유세를 소비세로 간주하고 세입자에게 부담이 전가된다고 본다. 집은 땅과 건축물로 이루어지는데 땅은 공급이 고정되어있다. 보유세가 오른다고 토지공급을 줄일 수는 없으므로 토지 몫의 세금은 집주인이 안게 된다. 세금과 공사비에 따라 공급이 변하는 건축물에 대한 세금은 집주인과 세입자가 나누어 부담하게 된다. 집값에서 땅값 비중이 작고, 소득이 낮을수록 소득에서 주거비 비중이 크므로 보유세는 결국 저소득 세입자에게 더 큰 부담이 되는 역전세가 된다.

이 올드뷰는 점차 설득력을 잃었고 지금은 뉴뷰(New View)가 우세하다. 토지에 대한 세금은 집주인이 부담한다는 결론은 같다. 문제는 건축물에 대한 세금인데 뉴뷰는 전국적으로 세율이 같은 경우와 지역마다 다른 경우를 구분한다. 건축물에 대한 세금을 소비세가 아니라 자본세로 간주한다. 전국적으로 세율이 같다면 세금을 피해 다른 곳에 집을 지을 수 없다. 이 경우 세금은 자본의 소유주인 집주인이 부담하게 된다. 부동산은 소유가 편중되어 있으므로 보유세는 소득재분배를 유발하는 누진세가 된다. 지역별로 세율이 다르다면 세율이 낮은 쪽으로 자본이 이동하므로 이 지역의 주택공급은 늘고 다른 지역은 준다. 이 경우 세금의 일부가 세입자에게 전가된다. 그 과정은 복잡하지만 공급이 탄력적이면 세금을 구매자에게 전가할 수 있다는 사실을 상기하면 된다. 지역별로 세율이 다르다면 뉴뷰 역시 올드뷰와 유사한 결론에 도달하게 된다. 건축물에 관한 한 세금 일부가 세입자에게 전가되는 것이다.

편익설(Benefit View)이라는 견해도 있다. 이 주장은 세금이 실은 세금이라기보다는 지자체가 공급하는 공공서비스에 대한 요금이므로 조세귀착 논쟁은 무의미하다고 본다. 주민들은 선호에 따라서 세금을 적게 부담하고 공공서비스를 적게 받는 지역을 선택하거나 세금을 많이 내고 공공서비스를 많이 받는 지역을 선택한다고 본다. 집주인이냐 세입자이냐에 상관없이 해당 지역 주민이 알아서 공공서비스라는 대가에 대한 가격을 치른다는 것이다.

보유세의 조세귀착에 대해서는 6~7개의 이론이 있지만 뉴뷰와 편익설이 대세다. 우리나라는 보유세의 가격기능이 거의 없다. 어디에 살든 보유세율이 같고 지역 공공서비스와 보유세율이 비례하지 않으므로 편익설이 들어설 자리가 없다. 우리나라는 땅값이 아주 높아서 집값에서 땅값이 차지하는 비중이 크다. 따라서 앞서 말한 이론이 등장한 미국과 달리 보유세에서 집주인이 부담하는 몫이 클 수밖에 없다. 그리고 조세법률주의 때문에 보유세율이 전국적으로 동일하다. 세금을 피해 집 짓는 곳을 이리저리 옮길 수 없으므로 보유세 중 건축 몫의 세금도 집주인이 부담하게 된다. 즉 뉴뷰에서 전국적으로 세율이 단일한 모형이 한국에 해당한다. 적어도 경제학 이론에 따르면 한국에서는 보유세가 세입자에게 전가될 가능성은 아주 낮다는 결론을 내릴 수 있다. 딱딱한 경제학 이론을 이해하기 어렵다면 보유세를 올리면 세입자인 서민이 더 피해를 본다는 주장은 이론적 근거가 없다는 결론만 기억하자.

/허동훈 인천연구원 부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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