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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르포]수해 복구현장, 심각한 인력난
김동필 발행일 2020-08-06 제7면
처참한 몰골로 방치된 동네… 마음까지 찢어진다

엄두도 못내는 복구작업
장맛비가 다소 소강상태를 보인 5일 오전 집중호우로 지난 3일 침수 피해를 본 용인시 처인구 백암면 아파트에서 한 주민이 못 쓰게 된 물건들을 안타깝게 바라보고 있다. /김도우기자 pizza@kyeongin.com

주택·밭 쓸려나간 안성 남산마을
이낙연 의원 지원요청도 소용없어
주민 10여명·굴삭기 2대로 '분투'

"높으신 분 와서 사진만 찍으면 뭐해요. 군인은커녕 공무원 한 명 보이지 않는데…."

5일 찾은 안성시 죽산면 장원리 남산마을. 이곳은 지난 2일 폭우로 인한 대규모 산사태로 마을 일대가 쑥대밭이 됐다.

'행복한 동네 장자리'란 비석이 무색하게 마을 초입부터 찢어지듯 부서진 나무와 집기들이 가득했고, 길은 각종 거름과 흙으로 뒤덮였다. 마을은 각종 거름과 고인 채 썩은 물·하수 등이 섞인 고약한 냄새가 풍겼다.

산사태가 직격한 마을 위쪽은 처참했다. 인삼밭이 있어야 할 산자락은 토사에 묻힌 가운데 곳곳에 흐트러진 비닐과 철근만이 이곳이 밭이었음을 암시했다. 인삼밭 인근에 있던 집 두 채는 잔해만 남았고, 잔해 일부는 20~30m 가량 밀려 내려와 아찔했던 당시 상황을 짐작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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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일 오후 집중호우로 지난 2일 산사태가 발생한 안성시 죽산면의 한 마을에서 복구작업이 진행되고 있다. 수해현장 피해 주민은 정치인이 다녀가도 바뀐 것이 없다며 피해복구에 필요한 일손과 장비 부족을 하소연했다. /김금보기자 artomate@kyeongin.com

수해복구가 한창이어야 할 이곳엔 마을 주민 10여명이 전부였다. 굴착기 2대가 잔해를 치우려 분투했지만, 잔해를 긁어내는 데 그쳤다. 응급조치로 토사에 막힌 수로를 뚫는 게 다였다. 그나마도 지원이 없어 주민들이 스스로 치웠다.


전날인 4일엔 이낙연 의원도 이 마을을 찾았다. 처참하게 방치된 모습을 본 이 의원은 '군부대 지원' 등을 요청하는 전화를 걸기도 했다. 마을 주민 A(67)씨는 "마을이 이렇게 처참하게 망가졌는데, 와서 치우는 사람이 없다"며 "세금은 실컷 가져가 놓고 하는 건 아무것도 없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수해복구 통합지원본부가 설치된 죽산면사무소 인근도 수해로 엉망이긴 마찬가지. 길가에 부서진 가구와 집기가 가득했다. 주민들은 집 안에서 물에 젖어 쓰지 못하게 된 집기들을 손수 꺼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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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일 오후 집중호우로 지난 2일 산사태가 발생한 안성시 죽산면의 한 마을에서 복구작업이 진행되고 있다. 수해현장 피해 주민은 정치인이 다녀가도 바뀐 것이 없다며 피해복구에 필요한 일손과 장비 부족을 하소연했다. /김금보기자 artomate@kyeongin.com

비는 인근 일죽면에 가장 많이 내렸지만, 가장 심각한 건 두 번째로 많은 비가 내린 죽산면 일대로, 시는 이곳이 저지대여서 피해가 집중된 것으로 보고 있다.

지난 1일부터 4일까지 최대 553.5㎜의 비가 쏟아진 경기도엔 곳곳에서 피해가 속출했다. 


4일 오후 6시 기준 산사태와 급류 등으로 8명이 사망하고, 1명이 실종됐다. 안산·용인·이천·안성 등 각지에서 이재민 246세대 370여명이 나왔다. 파악된 산사태만 30건 44.5㏊이고, 저수지 3곳 일부가 무너졌으며 주택은 266동이 침수됐다. 이외에도 각종 농작물이나 비닐하우스가 소실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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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일 오후 집중호우로 지난 2일 산사태가 발생한 안성시 죽산면의 한 마을에서 복구작업이 진행되고 있다. 수해현장 피해 주민은 정치인이 다녀가도 바뀐 것이 없다며 피해복구에 필요한 일손과 장비 부족을 하소연했다. /김금보기자 artomate@kyeongin.com

군인·자원봉사자 등 총동원 불구
지자체들 "응급 조처하는데 급급"


도내 시·군은 군인·자원봉사자·중장비기사·공무원 등 가용할 수 있는 인력은 모두 동원해 피해 복구작업에 나섰다.

하지만 모든 피해를 복구하기엔 턱없이 부족한 실정이다. 도내 한 지자체 관계자는 "곳곳에서 지원을 호소하고 있지만 인력도, 봉사의 발길도 부족하다보니 급한 곳 위주로 응급조처하는데 급급하다"며 "현재 어디에 얼마나 피해가 났는지도 다 조사되지 않은 상태"라고 했다.

/김동필기자 phiil@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