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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노한 과천시민' 청사 공공주택 반대 집회… "과천 심장 난개발 철회하라"
이석철·권순정 입력 2020-08-09 08:54: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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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회에 참가한 과천시민들이 삭발하는 박상진 시의원을 안타까운 눈으로 지켜보고 있다.과천/권순정기자 sj@kyeongin.com

"과천축제를 하던 땅에 건물이 생기는 게 너무 싫어서 나왔어요."

8일 오후 6시 과천중앙공원에서 만난 송지원(과천초 3)양은 '전면철회! 우리의 광장을 빼앗길수 없습니다'라고 쓴 손팻말을 들고 있었다. 이날 '과천시민광장(청사유휴지) 사수 시민대책위원회'가 준비한 '청사유휴지 사수 궐기대회'에는 주최측 추산 3천여명, 경찰추산 1천500여명의 시민들이 참석했다. 

비가 오락가락 하는 데도 유모차를 끈 아기 엄마부터 보행보조기를 끈 어르신까지 연령대도 다양했다. 모두 지난 4일 정부가 발표한 정부과천청사 유휴지(중앙동 4,5,6번지) 내 공공주택공급 계획에 대해 반대하고 있음을 알리기 위해 어려운 발걸음을 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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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회에 등장한 팻말. 김종천 과천시장이 집회에서 발언한 바에 따르면, 이명박 정부 이후 지식정보타운에 8천400호, 박근혜 정부때 주암지구에 5천700호, 문재인 정부 들어서 3기 신도시에 7천100호를 예정하고 있어 과천시 전체 주택량 1만8천호에 두배에 이른다. 그런데도 청사유휴지에 다시 집을 짓는다는 정부 결정에 시민들은 '과천이 호구냐'며 허탈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과천/권순정기자 sj@kyeongin.com

돌쯤 된 둘째를 안고 아내와 세 살된 아들과 함께 나온 김모(38)씨도 청사유휴지를 '광장'이라며 애착을 드러냈다. 그는 "어느 도시든 시민들이 모이는 광장이 있잖아요. 과천에선 유휴지가 시민광장이었는데 그걸 밀고 아파트를 짓는다니 반대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덧붙여 그는 "정치색과는 관계없다"고도 말했다.

이날 집회에는 과천의 정치인들이 대거 참가했다. 김종천 과천시장과 제갈임주 과천시의회 의장, 고금란 부의장, 김현석·박상진·박종락·윤미현 의원은 물론 이소영 국회의원, 신계용 미래통합당 당협위원장도 참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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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일 집회 무대에서 발언중인 김종천 과천시장. 김 시장은 "청사유휴지는 서울은 물론 공항과의 접근성도 좋아 국가의 미래를 견인할 수 있는 용도로 써야한다"고 주장했다. 과천/권순정기자 sj@kyeongin.com

김 시장은 "과천시민이라면 직관적으로 청사유휴지가 집이 들어올 곳이 아님을 안다"며 "저 부지는 국가의 미래를 견인할 수 있는 용도로 써달라는 것이 우리의 요구"라고 말해 집회참석자로부터 큰 박수를 받았다. 한국판 뉴딜의 첨단기지로 정부청사부지를 활용해달라고 요청해 오던 김 시장은 본인의 뜻과는 정 반대되는 정부 정책이 발표된 뒤 그 이튿날부터 해당 부지에 천막집무실을 꾸렸다. 

집회에서 시민들은 더불어민주당에 대한 격한 반감을 있는 그대로 내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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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소영 국회의원이 발언하는 가운데, 한 시민이 "국회에 가서 단식농성을 하든지 행동을 하라"며 야단을 쳤다. 이날 이 의원의 목소리는 시민들의 분노에 밀려 떨리기까지 했다. 과천/권순정기자 sj@kyeongin.com

의왕과천을 지역구로 둔 민주당 소속 이소영 국회의원이 마이크를 잡자 발언이 어려울 정도로 비난이 빗발쳤다. 

이 의원은 "청천벽력 같은 마음이었으며 청사유휴지에 주택이 지어지면 과천은 베드타운으로 전락할 것이라고 호소하고 있다"고 전했지만 "국회에서 단식 농성을 하던가 확실한 행동을 보여라", "민주당 물러가라"는 분노한 민심에 발언 뒤 급히 자리를 떴다.

반면 미래통합당 시의원들은 정치적 호기를 놓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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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통합당 박상진 시의원이 자신의 결연한 의지를 보이겠다며 삭발하고 있다. 과천/권순정기자 sj@kyeongin.com

집회 참가자들 앞에 선 통합당 박상진·김현석 시의원은 "끝까지 가겠다는 결연한 의지를 보여드리고자" 그 자리에서 삭발을 했다. 고금란 과천시의회 부의장은 공공주택특별법의 맹점을 지적하며, "환경영향평가, 전략영향평가 모두 패스, 주민공청회는 없어도 그만인 '깡패법'"이라며 "(청사유휴지에 주택을 짓는 정책은) 전면철회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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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회에 나온 초등학생들이 자신들이 만든 손팻말을 들고 있다. 과천/권순정기자 sj@kyeongin.com

집회참가자들은 중앙공원에서 1시간 동안 집회 뒤 쏟아지는 비에 우산을 받쳐들고 청사유휴지까지 행진했다.

대책위는 이날 집회참가자 등에게 반대 서명을 받았고, 매주 토요일마다 집회를 하겠다고 예고했다. 

과천/이석철·권순정기자 sj@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