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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성단]원피스와 반바지 출근

홍정표 홍정표 논설위원 발행일 2020-08-11 제1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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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호정 정의당 의원이 지난주 국회 본회의장에 빨간색 원피스를 입고 등원했다. 카메라가 그에게로 집중됐다. 네티즌 사이에 '술집 도우미'에 '새끼 마담'이란 비난이 나왔다. 지난 2003년 흰색 셔츠에 노타이 차림새로 등원한 유시민 전 의원을 연상케 하는 소동이다. 초선인 류 의원의 인지도가 급상승해 상한가다.

그는 방송에 나와 "시민을 대변하는 국회는 어떤 옷이든 입을 수 있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동료 의원들의 응원메시지가 이어진다. 국회 밖은 반응이 갈린다. 대체로 중·장년과 청년세대가 다른 목소리다. 이번에도 중년세대는 '꼰대'로 몰리는 양상이다.

'신사의 나라' 영국에서 유래한 골프는 복장이 까다롭다. 재킷 차림이 아니면 클럽하우스 출입을 막는 수도권 골프장이 있다. 남성들의 반바지 라운딩이 허용된 게 얼마 전이다. 무릎까지 내려와야 하고 목이 긴 양말을 착용해야 한다. 수년 전 경비행기 사고로 숨진 '필드의 신사' 페인 스튜어트가 표준 모델이다.

민주당 최고위원에 도전한 염태영 수원시장은 반바지 예찬론자로 불린다. 그는 2년 전 여름 반바지 차림으로 출근해 화제를 모았다. '반바지 시정'이란 명칭이 붙었다. 한동안 시청에서 반바지 복장이 흔했다. 지난해는 직원들이 참여하는 반바지 패션쇼가 열렸다. '발상의 전환', '반바지가 단정하지 못하다는 것은 구시대적 발상' 등 긍정 반응이 잇따랐다. 그래도 전국을 돌며 당원들 표심을 공략 중인 염 시장이 반바지 차림으로 나서지는 못할 듯하다.



류 의원 소동에 공직사회도 출렁인다. 반바지 논란이다. 지난해 경기도는 7~8월 반바지 착용을 허용했다. 여론 조사결과 도민 81%, 도청 직원 79%가 찬성했다. 첫날인 지난해 7월 1일 반바지를 입고 출근한 공무원들 모습이 눈길을 끌었다.

하지만 올 여름, 반바지가 사라졌다고 한다. 지루한 장마에 무더위가 덜하니 필요성이 덜하다. 여기에 보수적인 공직사회 분위기도 영향을 줬을 듯하다. 때로는 말이 아니라 눈초리가 더 무서운 법이다.

40줄에 선 조카가 대학생 때 붉은 머리 염색을 했다. 공무원 형님은 말 거래를 끊었고, 용돈을 줄였다. 조카는 두 달 만에 스스로 검은 머리가 됐다. 빨간 원피스 등원과 반바지 출근이 어색하지 않으려면 시간이 더 필요할 것 같다.

/홍정표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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