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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현재 진행형 재난에 원인공방 벌이는 정치권
경인일보 발행일 2020-08-11 제19면
상처받은 민심과 공감하기는커녕 소금을 뿌리는 우리 정치권이 유례 없는 장기 장마피해 국면에서도 고질적인 민심 불감증을 유감없이 보여주고 있다. 야당인 미래통합당과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은 어제 호우피해의 원인을 다투며 정치공방을 벌였다.

통합당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은 10일 섬진강 범람의 원인이 4대강 사업에서 제외됐기 때문이라는 식으로 발언했다. 산사태 속출 원인으로 태양광발전 시설의 난개발을 거론하기도 했다. 정진석 의원 등도 이번 호우로 4대강 사업의 홍수예방효과가 검증됐다는 논리를 폈다. 민주당은 즉각 반박하고 나섰다. 설훈 의원은 "낙동강 강둑이 터진 가장 큰 이유는 4대강으로 건설한 보가 물의 흐름을 방해해 수위가 높아지면서 강둑이 못 견딜 정도로 수압이 올랐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역대급 호우 피해를 두고 전전정권의 4대강 사업의 효용을 따지는 행태는 도저히 참을 수 없다. 4대강 사업의 효과는 정권에 따라 긍정과 부정이 엇갈렸다. 정권에 따라 감사원의 감사결과도 달랐다. 환경에 대한 정당의 이념적 성향이 개입된 결과다. 4대강 사업 이후 첫 대규모 호우피해인 만큼 홍수예방 효과를 발휘했는지 여부는 따져 볼 가치가 있다. 하지만 정치권이 비과학적 신념으로 가릴 일이 아니고 전문가들이 과학적으로 검증할 영역이다.

문재인 대통령이 이와 관련, "50일이 넘는 최장기간 장마와 폭우로 발생한 전국적 피해의 원인을 규명하는 데 소홀함이 없어야 한다"며 "4대강 보가 홍수조절에 얼마나 기여하는지 실증·분석할 기회"라고 강조한 건 맞는 말이다. 하지만 이 발언마저도 시의적절했는지 의문이다. 피해를 최소화하고 신속한 복구 준비에 총력을 기울여야 할 시점에 여야의 4대강 사업 정쟁에 개입한 듯한 느낌이 들기 때문이다.

이번 집중호우로 전국에서 수십 명의 국민이 사망하거나 실종되고, 수천 명이 이재민이 됐다. 재산피해는 집계조차 안됐다. 코로나19로 재정을 고갈한 정부와 지자체는 복구 예산 마련이 발등에 떨어진 불이다. 지금 정부와 정치권이 할 일은 국민을 위로하고 신속한 피해 회복을 위해 머리를 맞대는 것이다. 4대강 사업을 안해 섬진강이 범람하고, 4대강 사업 때문에 낙동강 제방이 무너졌다는 공방을 벌이는 정치권이 역대급 집중호우보다 더 무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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