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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르포]폭염·코로나 겹친 '쪽방촌' 혹독한 여름나기
신현정 발행일 2020-08-21 제5면
감옥같은 방에 갇힌 일상… 낡은 선풍기 하나로 사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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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지역 낮 기온이 33도까지 올라가는 등 폭염이 계속된 20일 오후 수원시 권선구 평동 쪽방촌에서 한 주민이 부채질을 하며 더위를 식히고 있다. /임열수기자 pplys@kyeongin.com

지붕 그늘막 '열기' 차단 역부족
체감온도 35℃ 외부와 차이없어
무더위 쉼터도 '감염병 탓' 외면
외출 자체 꺼려 이웃교류도 줄어


"날씨도 너무 더운데, 코로나19가 심하다니, 요새는 밖에도 못 나가."

장마와 폭염, 연달아 덮친 코로나19로 경기도 내 쪽방촌 주민들은 삼중고 속 혹독한 여름을 나고 있다.

강한 햇빛으로 체감온도가 35℃까지 올라간 20일 오후 1시께 수원시 권선구 평동 한 쪽방촌에는 너비 2m도 채 되지 않는 좁은 길을 두고 나무나 철로 된 문이 다닥다닥 붙어 이어졌다.

주민들 대부분 문을 활짝 열어놓은 채 생활하고 있었는데, 방에서 내뿜는 열기가 바깥 온도 못지 않게 뜨거웠다. 그나마 건물 지붕에는 까만 그늘막이 설치돼 내리 쬐는 햇빛의 열기를 조금 막아주고 있었지만 찌는 듯한 더위를 막진 못했다.

문이 열린 집들은 저마다 나무 혹은 천으로 된 문발을 달아놨고 주민들은 방 안에서 달달거리며 돌아가는 선풍기 앞에서 더위를 식히고 있었다.

평동에서 10년 넘게 살았다는 A(69)씨는 "슬래브 지붕이라 열기를 막지 못해 너무 덥다. 그래도 햇빛을 가려주는 그늘막이 생겨서 그나마 나은 편"이라며 "17가구 정도가 여기 살고 있는데 아파서 누워있는 사람이 많다"고 설명했다. 너무 더울 땐 차라리 길가로 나와 간간이 불어오는 바람에 더위를 식히기도 한다고 말했다.

이야기를 나누는 사이, 코로나19 방역 대책의 일환으로 수원시 권선구 보건소 직원이 나와 쪽방촌 곳곳에 소독약을 뿌리기도 했다. 주민들은 장마나 폭염 보다 더 무서운 것이 갈수록 확산되는 코로나19라고 불안감을 호소했다.

이 곳에서 만난 주민 B씨는 9㎡ 남짓 되는 방 안을 선뜻 보여주었다. 그는 "오후 5시나 6시가 되면 그래도 해가 넘어가 시원해지니까 주민들이 길가에 나와 이야기를 나누기도 했다"며 "요즘은 더위보다도 코로나19가 걱정돼 그 시간에 집에서 잘 나가지도 않는다"고 말했다.

실제로 쪽방촌 입구에 있던 무더위쉼터는 굳게 닫혀 있었다. 운영을 중단한 것은 아니지만, 주민들이 이용하질 않아서다. B씨는 "쉼터가 있기는 한데 사람들이 잘 이용을 안 해서 그냥 닫아놨다. 아무도 사용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날 0시 기준으로 코로나19 신규 확진자가 288명으로 나타나면서 수도권 내로 감염이 급속도로 확산하자, 도내 일부 지자체에서는 어렵게 열었던 무더위쉼터 등을 다시 닫고 있다. 안산시는 지난 18일부터 무더위쉼터 운영을 중단했고, 안양시도 같은 날 다시 중단한 상태다.

/신현정기자 god@kyeong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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