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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스토리]거세지는 의료계 파업… 코로나 확산속 진료 공백 우려
김종찬 발행일 2020-08-28 제9면
분노한 의사가 나왔다, 환자는 의사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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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대 정원 확대 계획 정책 전면 철회 요구
전공의 이어 봉직·개원의 집단행동 '한배'
수술 20~30% ↓… 대체인력 피로 누적도
발길 돌린 환자들 'SNS 병원리스트 공유'
정부 '업무개시 명령' 법적조치 후속타 강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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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의 의대 정원 확대 등에 반발한 의료계의 파업이 갈수록 거세지고 있다. 하지만 정부와 의료계는 국민 건강권 침해 등을 놓고 상반되는 주장을 펼치며 좀처럼 타협점을 찾지 못하는 상황이다.

이 사이 코로나19가 수도권을 중심으로 전국으로 확산되면서 의료불안은 더욱 가중되고 있고, 환자들은 의료공백에 따른 필수 진료를 받지 못하는 등 피해가 속출하고 있다.

# 의료파업의 원인은?

정부는 지난달 23일 의료정원 확대 방안을 발표했다. 발표 안에는 의대정원을 3천58명에서 3천458명으로 400명을 늘리고 10년간 한시적으로 유지하겠다는 내용이 주요 골자로 담겼다. 늘어난 의사는 의사가 부족한 지방의 의료기관, 특수 전문분야, 의과학 분야에서 활동하도록 추진한다는 계획이다.

우리나라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와 비교해 전체적인 의사 수가 적고, 무엇보다 지역 간 의료인력의 편차가 크다 보니 정작 시골에서는 의료사각지대가 발생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서울은 인구 1천명당 의사가 3명 이상 있지만, 경북은 1.4명으로 절반도 되지 않는다는 조사 결과를 의료정원 확대 방안 근거로 제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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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의료계에서는 현재 인구 감소율과 의사 증가율을 고려할 경우 정부가 우려하는 의료 사각지대 등은 발생하지 않는다고 반박하며 정부의 의대정원 확대 계획 전면 철회를 요구하고 있다.

특히 늘어난 의사 가운데 10년간 특정 지역에서 의무적으로 근무해야 하는 지역 의사제의 경우 의대생들의 진로 탐색과 수련과정을 막고, 더 나아가 동일 교육을 받는 와중에 지역 의사와 지역 제한 없는 의사를 구분해 선발하는 방식은 구조적으로 문제가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들은 지역 보건의료에 헌신하는 책임 있는 의사를 양성하기 위해서는 독립된 교육과정을 마련해야 한다며 대안으로 권역별 공공의대 설치 등을 요구하고 있다.

# 치킨게임 언제까지

대한의사협회(이하 의협)와 대한전공의협의회(이하 대전협), 대한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학생협회(이하 의대협) 등으로 구성된 의료계는 지난 21일부터 순차적으로 의료파업에 들어갔다.

21일 인턴과 4년차 레지던트, 22일 3년차 레지던트, 23일 1·2년차 레지던트까지 파업에 돌입하면서 사실상 23일을 기해 모든 전공의가 파업에 동참했다.

전공의의 업무 공백이 이어지는 가운데 전임의, 봉직의, 개원의 등 의사 전 직역도 지난 24일부터 파업에 들어가 국내 의료시스템 자체가 붕괴될 위기에 놓였다.

전임의는 전문의 자격을 취득한 후 병원에서 세부 전공을 수련하는 임상강사, 펠로 등을 말하는데 이들은 집단휴진에 참여한 전공의의 업무 공백을 메웠던 인력이다. 봉직의는 의료기관에 고용된 의사로, 의사 직역 중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한다.

이런 가운데 예비 의사들인 전국 의과대학생들도 국가의사시험 거부, 동맹 휴학 등으로 의사 표시를 진행하며 의료계 파업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

정부는 이 같은 상황에서 지난 21일 의대 정원 확대 정책 유보카드를 내밀었다. 코로나19가 전국적으로 빠르게 확산하는 가운데 의료계 파업으로 의료인력이 부족해질 것을 염려해 정부가 한발 물러선 것이다.

손팻말 든 전공의들
지난 7일 오후 서울 여의도공원 입구에서 대한전공의협의회 관계 학생들이 정부의 의사 정원 확대안에 대해 반대하며 단체행동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하지만 정부의 요구는 공허한 메아리에 그칠 가능성이 크다.

정부가 앞서 대한의사협회, 대한전공의협의회 등과 긴급회동을 갖고 의대 정원 확대 정책 유보와 관련한 내용을 제안했지만 의료계가 거부한 전력이 있다.

의료계는 ▲의대정원 확대 계획 철회 ▲공공의료대학 설립 철회 ▲한방첩약 급여화 시범사업 철회 ▲비대면 진료정책 중단 등 정부가 제안한 정책을 전면 철회하지 않을 경우 의료계 파업을 지속하겠다는 입장이다.

# 고래 싸움에 등 터진 새우

정부와 의료계의 이견이 좀처럼 좁혀지지 않으면서 의료공백이 현실화하고 있다. 앞서 전공의들의 집단 파업으로 수술과 진료, 당직 일정 등을 조율했던 병원들은 전공의를 대신해 일정을 소화하던 전임의들까지 단체 휴진에 들어가 수술실의 정상 운영이 불가능해졌다.

이에 따라 일선 병원에서는 수술 건수가 기존보다 20~30%가량 감소한 것으로 파악하고 있는데 경기와 인천지역 병원들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현재 아주대병원과 분당서울대병원, 성빈센트병원, 가천대 길병원, 인하대병원, 가톨릭대 인천성모병원, 가톨릭관동대 국제성모병원 등 경인지역의 굵직한 대형종합병원들이 파업에 동참 중이다.

이들 병원의 경우 전공의들이 자리를 비우면서 임상강사·교수 등이 응급실과 중환자실 근무에 투입된 상태로 알려졌는데 파업이 장기화함에 따라 교수들과 간호사 등의 업무 피로도가 누적되고 있다.

일부 병원에서는 대체 인력 투입에 한계를 느껴 시급하지 않은 외래진료 및 수술 일정을 잇따라 연기하고 있고, 심지어 긴급 진료가 요구되는 응급실마저 제대로 가동되지 못하면서 필수의료분야까지 진료 공백이 발생하고 있다.

이로 인해 환자들은 제때 진료를 받지 못하는 등 정부와 의료계 간 힘겨루기의 피해를 고스란히 받고 있다.

한국환자단체협의회는 지난 26일 "아무런 잘못도 없는 환자의 생명을 볼모로 정부를 압박하는 의사들의 집단행동은 어떤 경우에도 정당화될 수 없다. 더구나 코로나19 대유행이 우려되는 상황에서 의사들이 총파업으로 환자 치료를 거부하는 건 직무유기와 다름없다"고 지적하며 대한의사협회에 총파업 철회 촉구 성명서를 낸 바 있다.

의료파업에 참여한 병원에 대한 미공개 부분도 환자들의 혼란을 가중시키고 있다.

병원을 찾았다 발길을 돌린 환자들 스스로 각종 SNS 등에 파업동참 병원 리스트를 자체 공유하며 의료공백의 피해를 최소화하는데 안간힘을 쓰고 있다.

다만 코로나 19 확산이 심각한 상황이라는 데는 정부와 의료계가 공감대를 형성하고 있다.

정부는 코로나19로 인한 엄중한 상황임을 지속 강조하며 의료진들의 진료현장 복귀를 요청한 바 있는데 의료계는 지난 23일 정부와 가진 긴급 면담에서 도출된 합의문을 통해 "코로나 19 대응을 위한 진료에는 적극 참여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의료계 입장에서도 수도권을 중심으로 코로나19가 급속하게 확산하고 있는 만큼 집단휴진을 강행하는 것은 부담일 수 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그러나 나머지 분야 진료만큼은 의료계가 의대 정원 확대, 공공의대 신설 및 첩약 급여화, 원격의료 추진 등 정부의 의료정책에 강하게 반발하고 있어 쉽사리 절충안을 찾기는 힘들 것으로 예상된다.

'의료 파업 중단' 촉구 1인 시위
전국의사 2차 총파업 첫날인 지난 26일 오후 서울대병원 앞에서 최창우 안전사회시민연대 대표가 의료 파업 즉각 중단 및 대한의사협회 해체를 요구하며 1인 시위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실제 지난 26일 정부가 수도권 소재 한 병원에 근무하는 전공의와 전임의에 업무개시 명령을 내렸지만 대한전공의협의회는 정책 철회 없이는 집단휴진 등 단체행동을 멈추지 않겠다고 못 박은 바 있다.

이에 따라 환자들의 불편은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보이는데 정부는 업무개시 명령 이후에도 현장에 복귀하지 않은 전공의와 전임의를 신속하게 확인해 법적인 조치를 취하겠다는 강경한 입장이다.

의료법에 따르면 업무개시명령을 정당한 사유 없이 따르지 않으면 면허정지 처분이나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천만원 이하의 벌금형을 받을 수 있다.

/김종찬기자chani@kyeongin.com, 일러스트/박성현기자 pssh0911@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