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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덤덤한 풍경화에 감춰진 '강렬한 전쟁 메시지'

이여진 이여진 기자 발행일 2020-09-03 제1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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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창 作 '잃어버린 고향'(2015). /이여진기자 aftershock@kyeongin.com

수원 해움미술관 '경계인의 풍경'展
'은유 전문가' 송창 작가, 완곡적 어법
기존 예술에서 '한단계 진화' 선보여

때로는 직설보다 은유가 효과적이다. 무거운 주제일수록 의외의 대상에 빗대어 표현될 때 더욱 강렬한 인상을 남긴다.

오는 8일까지 수원 해움미술관에서 '경계인의 풍경'전을 여는 송창 작가는 은유의 전문가다.

그는 분단을 본격적으로 다루는 민중 예술가지만 작품에 붉은 피나 군인의 절규를 직접적으로 등장시키지 않는다.

대신 무덤덤한 느낌의 풍경화 속에 전쟁의 상흔이나 평화의 가능성을 암시하는 장치를 숨겨둔다.



작품 '강바람'은 평범한 한국의 강처럼 보이지만 실제론 6·25 전쟁을 겪어낸 임진강 유역 풍경을 담았다. 이어 '역사의 뒤안길'에선 짙은 회색의 탱크 위로 분홍색·빨간색·하늘색 물감이 마치 눈물처럼 흘러내린다. 작가는 이로써 타인의 불행을 전시한다는 한계에 부닥쳤던 기존의 전쟁 예술을 한 단계 진화시킨다.

작품은 비교적 최근으로 넘어오며 한층 더 발전된 표현 방식을 구사한다. 단순히 완곡어법을 사용하는 수준을 넘어 상황에 적절한 연출을 가미한다. 이를 통해 보통의 완곡어법이 갖는 단조로움을 벗어 던지고 한민족의 분단을 조금 더 뭉클하게 다룬다.

또 작품 '꽃 한송이'는 군복이 나무 막대에 걸려 휘날리는 모습을 포착해 꽃처럼 표현했고, '임진강변길'은 푸른 빛의 임진강 풍경 가장자리에 해골과 꽃을 삽입해 전사한 군인들에 대한 애도의 정서를 더했다.

'슬픈 대지'는 땅에 박힌 포탄을 클로즈업한 채 주변 땅에 난 틈새를 노출시키는데, 사이사이에 노란색·붉은색·파란색 스팽글(반짝이)을 달아 이색적 느낌을 풍긴다.

김성아 해움미술관 큐레이터는 "1954년생인 송창 작가나 그 이후 세대는 한 차례도 전쟁을 경험해보지 못한 채 천안함 사건 등을 통해 간접적으로 접했다"며 "작가 특유의 완곡적 어법은 이러한 전후 세대에게 더욱 가까이 다가갈 수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이여진기자 aftershock@kyeong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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