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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거리두기 2.5단계'도 곳곳에서 구멍나고 있다
경인일보 발행일 2020-09-01 제19면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5월 10일 '대통령 취임 3주년 특별연설'에서 "우리의 방역체계는 바이러스 확산을 충분히 통제하고 관리할 수 있다"며 "예기치 않은 집단감염이 발생한다 해도 우리는 신속히 대응할 방역·의료체계와 경험을 갖추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많은 전문가가 예상하는 2차 대유행에도 대비해야 하는 상황"이지만 "일상 복귀를 마냥 늦출 수 없다"고 밝혔다. K-방역의 자신감을 바탕으로 경제활력 유지를 위한 일상 회복을 역설한 것이다. 실제로 정부는 소비쿠폰 발행, 광복절 연휴 연장을 단행했다.

하지만 코로나19 2차 대유행이 한창인 지금, 대통령이 그토록 확신했던 K-방역이 제대로 작동하고 있는지 의문이다. 전국에서 속출하는 n차 감염으로 방역망은 무너졌다. 병상은 모자라고 확진자들은 자택에 대기하는 형편이다. 어느 때보다 협력이 절실한 정부와 의료계는 시급하지도 않은 법안을 사이에 두고 등을 돌렸다. 급기야 30일부터 시행한 사회적 거리두기 2.5단계 조치도 시행 첫날부터 문제가 드러나고 있다. 자영업자들은 원칙 없는 영업규제를 비판하며 원성을 쏟아내고, 규제의 빈틈을 찾아드는 인파는 거리두기 강화 조치의 효과를 위협하고 있다.

2.5단계 조치로 강제된 자영업소들의 영업규제는 형평성 논란을 불렀다. 같은 업종인데 프랜차이즈 카페는 매장영업이 안되고 개인 카페는 허용된다. 같은 프랜차이즈 업체인데 카페는 매장영업이 안되고 베이커리 카페는 가능하다. 카페에서 내몰린 사람들은 베이커리에 몰리고, 저녁 9시 이후 식당에서 내몰린 사람들은 길거리 편의점 안팎에 진을 쳤다. 경인일보 보도에 따르면 지난 일요일 대형마트와 백화점에 몰린 사람들은 거리 간격 없이 쇼핑에 열중했다. 자영업자의 목숨줄인 영업규제는 편파적이고, 거리두기는 곳곳에서 구멍나 있는 것이다.

대통령이 강조했던 통제, 관리, 대응, 경험, 대비가 2차 대유행 국면에서 제대로 지켜지고 작동하는 흔적이 안보인다. 정부가 대통령의 말 중 "많은 전문가가 예상하는 2차 대유행에도 대비해야 할 상황"보다는 "일상 복귀를 마냥 늦출 수 없다"에 더 집중했던 탓으로 보인다. 정부는 지금 당장이라도 질병관리본부, 의료계와 더불어 방역단계별 행정조치와 국민행동 수칙에 대한 정교한 매뉴얼을 만들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지금처럼 정치가 방역을 주도하는 정부 내부의 모든 회의구조도 뜯어고쳐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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