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확산에 면접 무산 잇따라
정규직전환 실패 등 실직 경우도
공인중개사 36여만명 '역대 최다'코로나19 재확산 속 인천지역 청년들이 취업하기 위한 기업 면접 일정이 무산되거나 실직하는 경우가 잇따르자, '사기업을 준비하면 취업할 기회를 잃는다'는 인식이 퍼지고 있다. 공무원이나 국가자격시험으로 눈을 돌리는 청년들이 더욱 늘고 있다.
인천 남동구 구월동에 사는 류모(26)씨는 대학 졸업 뒤 2년간 기업 회계·재무직에 도전했으나, 끝내 포기하고 세무사를 준비하기로 했다.
코로나19 확산으로 두 차례나 면접을 미뤘던 기업 측은 "사정이 어려워 더는 신규채용을 진행할 수 없다"고 했다. 취업의 꿈이 물거품이 되는 순간이었다. 류 씨는 "기약 없이 민간기업을 준비하지 않을 것"이라며 국가자격시험 응시로 방향을 바꾼 이유를 설명했다.
서구 가정동에 사는 배모(28)씨는 지난 1년 동안 프로 스포츠 구단에서 계약직으로 일했으나, 정규직 전환에 실패해 공무원 시험을 준비하고 있다. 업무 특성상 선수들의 훈련시간에 맞춰 야근은 물론 주말까지 반납하며 일했지만, 결국 회사가 내세운 '경영상 위기로 인한 비용 절감'을 이유로 나가야 했다.
배씨는 "프로 스포츠 업계는 요즘 사람을 구하지 않아 원서 쓸 곳이 없다"며 "언제까지 꿈을 좇으며 불확실하게 살 순 없으니 그나마 채용 규모를 늘린다는 공무원 시험을 준비하는 게 낫다"고 했다.
인천시와 부평구가 청년활동을 지원하기 위해 운영하는 '유유기지 부평'에서 심리상담 등을 하는 서혜진 매니저는 "코로나19 이후 청년들의 고민 대부분은 취업과 관련된 불안감과 불확실함"이라고 진단했다.
청년들이 국가자격시험으로 몰리는 상황은 지표로도 명확하게 드러난다. 올해 10월 말로 예정된 제31회 공인중개사 자격시험은 역대 가장 많은 36만2천여명이 응시 접수했다. 응시자 가운데 20~30대가 15만명을 차지했다.
구정우 성균관대 사회학과 교수는 "코로나19라는 세계적 재난에 청년들이 원하는 질 좋은 일자리는 줄어들고 결국 안정적인 일을 찾게 되는 것"이라며 "공무원 일자리가 증가하는 것은 변화에 발맞춰 혁신을 이끌어낼 인재가 사라진다는 것을 의미하므로 사회의 지속가능성을 보장하기 어렵게 만들 가능성이 크다"고 했다.
/박현주기자 phj@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