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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인칼럼]BTS가 전하는 위안과 교훈
김창수 발행일 2020-09-16 제19면
다이너마이트 '빌보드 차트' 1위는 대이변
美 대학들 '성공신화 분석' 연구·강의 봇물
이들의 노래에는 주제·가사 보편적 호소력
진정성으로 무장 '세대 고민' 희망 메시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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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창수 인하대 초빙교수·객원 논설위원
방탄소년단(BTS)의 신곡 '다이너마이트(Dynamite)'가 마침내 빌보드 싱글 차트 1위에 올랐다. 이 뉴스는 봉준호 감독과 '기생충'이 아카데미상을 석권한 뉴스만큼이나 극적이지만, 이번에도 코로나19 때문에, 또 어수선한 국내 정치 때문에 조명받지 못하고 있다. 그러나 한국 가수가 팝의 본고장인 미국의 빌보드 '핫100차트'에서 1위에 오른 것은 음악사는 물론 문화사적으로도 대이변이다. 그동안 보아와 싸이, 소녀시대와 엑소, 2NE1과 같은 케이팝 그룹이 세계 팝시장을 향한 루트를 꾸준히 개척해 왔다지만, 무명의 케이팝 그룹이 난공불락처럼 보였던 영미권을 평정하고 세계 팝의 정상에 오를 것이라고 예상한 사람은 드물 것이다.

'다이너마이트' 뮤직비디오 공개 24시간만에 조회수 1억 뷰를 기록할 정도로 BTS 팬덤은 확고한 세계적 문화현상이다. BTS 성공신화를 분석하는 BTS 연구도 봇물이다. 미국 하버드대학 경영대학원과 펜실베이니아대학 사회학과에서는 BTS를 연구프로젝트로 추진하고 있으며, UC버클리에는 방탄소년단 강의가 개설되었다. 한국에서도 문화콘텐츠 분석 차원의 연구가 주로 이어지고 있으나 '보유국'에서의 반응치고는 의외로 침착하다.

BTS는 케이팝을 완성하며 케이팝을 넘어서는 임계점에 서 있다. 칼군무라 불리는 고난이도 안무를 완벽하게 소화하는 춤솜씨는 케이팝의 무기이자 BTS의 강점이다. BTS는 이 칼군무에 이야기를 결합시켰다. 노래의 메시지를 몸의 언어로 전달하되 서사적으로 재구성함으로써 퍼포먼스를 유기적으로 일체화한 것이다. 퍼포먼스 외에도 팬들과의 소통방식도 주목할만하다. 방탄소년단의 일곱 멤버들은 연예기획사가 길러낸 '팩토리 아이돌(factory idol)'이 아니다. 예술적 기량과 자율성을 지닌 멤버들이 자신의 다양성으로 그룹의 정체성(identity)에 참여하는 방식은 기존의 케이팝보다 진화한 것이다.

BTS의 노래가 보편적 호소력을 가질 수 있었던 요인 중의 하나는 주제와 가사의 사회성이다. 개인의 사랑이나 이별 자체에 머물지 않고 그룹의 이름대로 세대가 처한 고민과 고통과 정면으로 맞선다. '얌마 니꿈이 뭐니'로 시작되는 그들의 데뷔곡 'No More Dream'은 우리 사회에 대한 신랄한 풍자이다. 정작 꿈 없이 살면서 틀에 박힌 꿈을 아이들에게 강요하는 기성세대, 그리고 꿈꾸는 법도 잊어버리고 솔직하지도 못한 '소년들', 그들의 위축된 자아를 고무한다. 제2집의 노래 '리플렉션(Reflection)'도 절망에 처한 동시대의 수많은 청춘에게 건네는 따뜻한 '위로'와 '희망'의 메시지가 내포되어 있다. '러브 유어셀프(Love Yourself)'는 진정한 사랑도, 자유와 행복도 자신을 사랑하는 데서 시작해야 한다는 노래이다.

BTS의 진짜 무기는 진정성(authenticity)이다. 방탄소년단의 노래는 멤버들이 대부분 직접 만든 것이다. 자신들의 생활에서 겪은 감정을 자신들의 언어로 표현한 노래가 가진 진솔함이 주는 공감력은 크다. '잘 구워진 항아리' 보다 생생한 삶의 노래가 주는 감응력, 기획사가 길러낸 공연기계가 아닌 자율적 아티스트, 신비주의로 과장된 스타가 아니라 친근한 벗이다.

멤버들은 일상과 연습 영상 혹은 자신의 생각을 영상으로 만들어 팬들에게 수시로 제공한다. '아미(ARMY)'와 이들을 잇는 절대적 유대감은 진정성에 기초한 것이다. '노 모어 드림(No More Dream)'으로 입시지옥 경쟁에 내몰려 위축된 청소년을 위무하던 무명의 '일곱 소년'이 이제 새노래 '다이너마이트(Dynamite)'로 코로나로 위축된 세계인들에게 전하는 메시지가 '희망을 잃지 말자'는 것이라면, 유례없는 불신과 갈등으로 점철된 우리 사회가 그들의 성공신화에서 발견해야 할 가치는 '진정성'이다.

/김창수 인하대 초빙교수·객원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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